무협 “정만기 회장, EU 집행위와 인력 및 출산율 감소 문제 논의”…유럽 해결책 벤치마킹
[서울경제TV=김효진기자] 한국무역협회(무협)는 정만기 부회장이 지난 1일과 2일 바르셀로나 자치대학 인구통계 연구소 및 EU 집행위원회를 방문해 EU의 인력 문제 및 출산율 감소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정만기 부회장은 우리 수출 산업 기반 약화의 강력한 요인 중 하나는 인력 부족과 인구 감소이고, 유사한 문제를 겪고 있는 EU 국가들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고자 면담을 진행했다.
EU 집행위원회에서 인구구조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콜린 씨슬루나(Colin Scicluna) 수석보좌관은, “EU도 한국과 같이 출산율 감소, 인구 노령화 등 지속 가능한 역내 발전을 저해하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출산율 제고 정책은 EU 차원이 아니라 EU 개별 회원국 차원에서 다뤄지고 있다”고 밝히고, “개별 회원국의 정책도 국가별로 정도 차이가 심해 일률적인 정책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언급했다.
그는 “적절한 출산율 유지를 위해서는 부모들이 육아 시간과 육아 비용의 걱정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보장제도를 갖춰야 하나, 스페인‧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는 사회보장제도가 미흡해 스웨덴처럼 사회보장제도를 보완해 출산율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EU 차원에선 경쟁력 제고와 생산성 강화 측면에서 산업 인력 등 노동인구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네 가지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EU가 시행하고 있는 정책은 노동 시장에 참여하지 않거나 못하고 있는 700만 명의 여성 인력이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정책, 노동시장에 오랜 기간 남아있도록 충분한 기술을 전수하는 등의 노령 인구 활용대책, 외국인을 활용하기 위한 합법적 이민 유입 확대 정책, 인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한 자동화, 정보화 등 기술혁신대책 등이다.
또한, “EU 집행위의 주요 정책 과제 중 하나는 젊은 층의 고독 문제 해결”이라며 “SNS 확산으로 젊은 층은 가족 구성을 위해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하기보단 혼자만의 삶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조사에 의하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EU 인구 중 12%만이 사회적 고립에 빠졌다면 팬데믹 이후에는 EU 인구 중 20% 이상이 사회적 고립에 처하는 등 고립주의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 부회장은 “EU 집행위원회 차원의 대책은 주로 노동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단기 처방으로 생각된다”고 밝히고 “전반적 노동인력 부족 상황에서 청년층의 은둔과 고립이 유럽은 물론 한국이나 일본 등에서도 확대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청년 고립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한 공동 연구와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인구 구조 문제는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도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씨슬루나 보좌관과 양국 전문가가 참여하는 인구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 협력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
정만기 부회장은 앞선 1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자치대학 인구통계 연구소를 방문해 알베르트 아스테바 팔로스(Albert Esteve Palós) 인구통계학 교수와 면담했다. 팔로스 교수는 “스페인은 1990년 이후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현재는 합계출산율 1.3명의 상태다”라며 “인구 감소로 스페인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선 매년 이민자 25만 명 수준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스페인은 지난 2008년 이후 합계출산율이 일시적으로 1.5명까지 증가해 정부는 대책 마련에 소홀했으나 이는 베이비붐 세대 부모의 숫자의 영향 이었다”면서 “이 영향이 사라진 이후엔 다시 출산율이 떨어져 합계 출산율 1.3명으로 유럽 최하위 수준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여성 약 14,000명, 남성 2,600명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 응답 여성 중 10%는 아예 임신과 출산을 희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가임 기간 전체를 살펴보면 스페인 여성의 임신·출산 희망률은 1950년대와 현재를 비교했을 때 90% 수준으로 양 시대 간 큰 차이가 없다”며 “하지만 20대와 30대 등 젊은 여성층의 임신‧출산 희망률은 큰 차이가 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러한 추세는 최초 출산 시기를 지연시키는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으며, 합계 출산율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유발한다”고 말하며 “과거에는 스페인 여성의 첫 출산 연령이 25세였으나, 최근에는 첫째는 32.5세, 둘째는 45세이다”라며 “출산이 늦어져 합계 출산율도 과거 대비 30% 정도 더 떨어졌고, 최초 출산이 늦어지면 연쇄적으로 나이나 건강상의 이유로 둘째 이상의 아이를 출산하기 어려워진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출산을 희망하는 여성이 실제로는 아이를 갖지 않는 요인은 “지금은 아니다”라는 인식, 파트너 없음, 주거·소득·양성 역할 차이로 인한 가사 부담 등 물리적 여건, 건강과 나이로 인한 출산 능력 저하 등으로 조사됐다.
특히 “아직은 아니다”라는 인식은 최근 30대 중반 등 높은 연령층에서까지 발생하고 있다. 파트너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여성의 비중은 전 연령층에서 연령대별 10%∼15%였으며, 아이가 한 명도 없는 여성 중엔 약 25%가 파트너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리적 여건은 연령층에 따라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40%의 비중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었으며, 건강상의 이유로 아이를 출산하지 못하는 여성층은 30대 중반 이후 급증해 최대 20% 수준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다.
정 부회장은 “우리나라는 스페인보다 훨씬 낮고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다”며 “과학적 근거와 유럽의 경험을 토대로 출산율 제고 대책을 마련해가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며 우리의 경우도 “출산율 저하 원인에 대해 여성층을 대상으로 과학적, 실증적으로 명확히 조사한 후 젊은 층의 출산에 대한 인식 개선과 가사 부담 완화, 보육 시설 확충, 양성 역할 재정립을 통한 출산 확대 기반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또한 출산을 희망하지만 건강상의 요인으로 출산하지 못하는 여성을 위한 의료 지원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hyojean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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