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이 축제의 장"…'칠곡 국제트랜스 미디어축제' 개최
[서울경제TV=정창신기자] 칠곡문화관광재단은 문화도시 사업의 일환으로 오는 6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칠곡 국제트랜스 미디어축제'를 개최한다고 4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프리 행사인 '아트 칠곡'과 국내외 작가들의 칠곡에 관한 새롭고 창의적인 관점을 다루는 '주제전', 야외에서 설치작업이나 협업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특별전', '길위의 사진전', '미디어 큐브' 등과 각종 부대행사들로 구성된다.
특히 호국평화기념관에서 공예테마공원을 잇는 4개의 공간에서는 주제전과 특별전 등 예술 작품 전시가 주로 이뤄진다. 왜관역 광장과 왜관철교 등지에는 한상무 작가가 칠곡 주민 30명을 촬영한 '칠곡사람들'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꿀벌테마공원에는 김찬훈, 이지영 등 작가가 참여한 거리 사진전이 개최되는 등 한 달간 도시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전시, 공공미술, 미디어 퍼포먼스 등 다양한 형식의 작업들이 보여진다.
김민선과 최문선으로 이뤄진 '뮌'의 미디어 아트. [사진=칠곡문화관광재단]
칠곡보오토캠핑장에는 10월 6일부터 3일간 '오픈미디어워킹' 행사로 인문 캠핑을 주제로 캠핑 체험, 폴 크래프트, 역사 토크, 카누 체험 등이 이뤄져 지역의 생태적 환경을 마주하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또한 이 기간에 칠곡생태공원에서는 '놀배즐'이 마을마켓과 열린 문화행사를 통해 공예품, 농산물 마켓, 공연 등을 선보인다. 이와 함께 '북살롱'과 '칠곡사랑사진영상전'이 개최돼 문학과 예술의 만남의 장이 펼쳐질 전망이다.
이번 행사의 주제는 '땅의 시학'(Poetry of Land)이다. 칠곡의 역사, 문화, 생태에 관한 시선을 지금, 여기라는 현재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작품과 프로그램들로 채워질 예정이다.
주제전의 경우 김신욱, 김태동, 뮌(Mioon), 이종석, 윤진영, 장진승, 톰 불(Tom Bull), 톰 풀샴(Tom Foulsman), 줄리엣 아그넬(Juliette Agnel) 등 4개국 10명의 작가가 칠곡에서 4개월간 레지던시 활동을 통해 제작한 칠곡에 관한 신작이 공개된다.
칠곡 국제트랜스미디어 축제 주제전에 참가한 톰 풀샴(Tom Foulsham)의 작품. [사진=칠곡문화관광재단]
특별전으로는 호국 평화 기념관 로비에서 라미 현 작가의 '프로젝트 솔저' 시리즈가 전시된다. 이 프로젝트는 작가가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을 기리기 위해 미국과 UN 참전국을 찾아가 그들의 유산을 기록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의 자부심을 기록하고 역사로 만들어 다음 세대에 전달한다는 목적으로 제작됐으며 전쟁과 관련된 지역의 과거, 현재를 매개해 장소 특정성을 부여하는 과정을 통해 공공미술로서의 면모를 기대해볼 수 있다.
칠곡은 호국평화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지역을 관통하는 낙동강은 6·25전쟁 당시 북한군의 침략에 맞서 국군의 방어선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생태적인 측면에서 보면 멸종 위기종을 포함한 많은 수생 동식물이 살아가는 터전이 되어주는 서식지이다.
인류세(anthropocene)의 관점에서 과거의 기억들은 더 이상 민족의 관점에 국한되지 않고, 그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건들로 해석된다. 낙동강의 역사와 생태는 인류세의 맥락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곳은 중요한 군사 방어선이었지만 중요한 생태 서식지로서 미래 세대를 위한 천연자원의 가치를 상기시키며 인간과 환경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고려하도록 한다.
프랑스 작가 줄리엣 아그넬(Juliette Agnel)의 작품. [사진=칠곡문화관광재단]
정체성과 문화는 서로 깊이 연결된 개념이다. 문화는 사회적 기억 과정을 통해 세대를 거쳐 전달되고 계속해서 변화하고 진화하며,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을 결정하며 정체성 구축에 영향을 미친다.
칠곡은 인문학 마을의 전통과 호국평화도시의 특성이 강하게 자리잡았는데 이번 행사는 다양한 시선에서 칠곡의 역사, 문화, 생태에 접근하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통해 관객에게 유의미한 예술적 체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늘날 미디어는 사회의 현상을 반영하고, 변화를 주도하는 능동적 기능을 수행한다. 이러한 변화는 최근 디지털 미디어의 발전과 함께 팬데믹으로 인한 언택트 문화가 확산되면서 더 가속화되고 있다.
예술가들은 관람객의 감각적 경험을 극대화하고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하고 있다. 헨리 젠킨스(Henry Jenkins)는 '컨버전스 컬처(Convergence Culture)'에서 “트랜스미디어는 미디어 간 경계를 넘어 콘텐츠가 융합되는 현상으로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에 기반한 여러 콘텐츠가 하나의 세계를 구현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디어 간의 물리적인 결합, 통합뿐만 아니라 콘텐츠가 미디어 사이를 횡단한다는 트랜스라는 특성에 주목했다.
도시 풍경의 변화와 도시화된 자연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이종석 작가의 작품. [사진=칠곡문화관광재단]
이처럼 ’트랜스(trans)’는 가로지르고 경계를 통과하는 과정으로 황단의 의미를 갖는다. 칠곡은 역사적으로 독일, 프랑스, 미국 등 다양한 문화가 교류됐고, 현재는 교통과 물류의 중심지로서 지역적으로 트랜스의 특성이 강하게 내재돼 있다.
예술과 미디어 생산에서 문화적, 텍스트적 교차와 관계된 다양한 움직임을 뜻하는 트랜스미디어는 칠곡의 지역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효과적인 방식이 될 전망이다.
이번 행사는 관람객이 작품에 직접 참여하거나 상호작용할 수 인터랙티브 설치를 통해 관객들의 참여도를 높인다. 또한 외부에 설치된 디지털 스크린을 통해 가상 현실(VR)을 체험할 수 있으며, 관객들을 다른 세계로 안내하거나 공간의 변화와 함께 사운드 요소를 결합해 관객들의 감각을 자극하는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퍼블릭 프로그램으로 아티스트 토크와 함께 시민과 작가가 협업해 예술작품 제작에 참여하는 아트콜라보 퍼포먼스도 진행된다.
장진승 작가의 미디어 아트. [사진=칠곡문화관광재단]
손영실 칠곡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는 "이번 축제는 칠곡의 브랜드 이미지를 확산하고, 지역의 잠재력을 발굴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방향성을 모색하기 위해 기획됐다"면서 "지역민들이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통해 예술 문화의 향유 기회를 증대시키고, 예술과 문화가 지역 사회와 상생하는 생태계를 형성하며, 인류세라는 시대의 의미를 다시금 환기하고 논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csj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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