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유보금 먹튀 없다…“경쟁력 강화에 사용”
[서울경제TV=이지영기자]
[앵커]
하림이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 경영권 매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업계에선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유보금을 다른 용도로 쓸 것이다’, ‘팬오션과 HMM 합병이나 사업구조를 조정할 것이다’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오늘(26일) 하림이 이를 반박하는 입장문을 내놨습니다. 관련 내용 이지영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하림이 HMM의 유보금을 사용할 것이라는 우려에 공식 입장을 밝혔죠?
[기자]
네.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림그룹이 HMM의 유보금은 HMM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최우선으로 사용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해운업황이 불황인 상황에서 HMM이 보유한 현금자산은 미래 경쟁력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게 그룹의 확고한 생각이라는 겁니다. 즉 유보금을 다른 용도로 쓰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또 하림은 팬오션과 HMM의 합병이나 사업구조의 인위적인 조정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입장문에서 “독립 경영을 통한 시장경쟁의 경영 원칙이 팬오션과 HMM에도 적용될 것”이라며 “사료 닭고기 등 동일업종에서 경쟁을 벌이다 인수합병을 통해 계열사가 된 회사들도 기존의 회사명이나 브랜드, 제품 등을 유지하며 선의의 시장 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영구채 전환 유예로 추가 배당금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잖아요? 이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네. 영구채 전환 유예를 통해 추가 배당금을 받을 의도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영구채 전환과 관련한 의견을 충분히 제시했으며, 향후 본계약 체결 과정에서도 논의할 예정이라는 겁니다.
하림은 “예비입찰단계에서부터 오버행 이슈를 해소함으로써 이해관계자를 보호하자는 취지로 일정기간 영구채 전환에 관한 의견을 제시했다”며 “인수·합병의 통상적인 절차”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해운산업의 현실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으며 절차가 잘 마무리되면 HMM이 국적선사로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강화하고 우리나라 해운산업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하림이 대대적으로 이런 입장문을 낸 이유는 뭔가요?
[기자]
인수 배경을 놓고 하림이 HMM이 보유한 거액의 유보금을 노린 것 아니냐는 오해와 억측이 이어지자 입장을 밝힌 겁니다.
업계에 따르면 HMM 노조는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하림그룹이 무리를 하면서까지 HMM을 인수하려 하고 있다”며 “인수 목적이 10조 원의 유보금 때문”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하림이 HMM을 인수하기만 하면 대규모 인수금융과 팬오션 유상증자를 통해 사실상 ‘무자본 인수’로 수 조원의 유보금까지 거머쥘 수 있다는 겁니다.
HMM 노조가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는 HMM 분기 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기준 사내 유보금은 10조6,585억 원에 달합니다. 이 돈이 하림의 대규모 인수금융 등에 대한 이자로 쓰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건데요.
지난 3분기 말 기준 하림지주가 보유한 별도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 규모는 662억 원입니다.
부족한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하림 측은 양재동 물류센터 부지를 매각하거나 다른 계열사의 현금성 자산을 끌어와야 하는 일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유보금이 HMM 경쟁력 강화가 아닌 다른 곳에 쓰일 확률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
하림은 아직 우선협상대상자죠. 최종 주인으로 낙점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이는데요.
[기자]
해운업 침체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 아닐까 싶습니다.
해운업체들은 코로나19로 특수를 누리다 올해 글로벌 경기 침체와 선박 공급 확대에 따른 운임 하락 등으로 크게 꺾인 모습인데요.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는 지난 22일 기준 1254.99포인트로 집계됐습니다.
통상 1TEU당 1,000달러가 해운업계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지는데, 올해 내내 이 손익분기점을 오르락내리락하는 상황이고요.
문제는 내년에도 업황이 개선되긴 힘들어 보인다는 점입니다.
하림은 이미 자회사로 두고 있는 벌크선사인 팬오션과의 시너지를 통해 불황을 타개한다는 입장인데요.
업계에서는 HMM를 인수한 하림이 자칫 기업 규모가 더 큰 기업을 인수할 때 그룹 전체가 흔들리는 ‘승자의 저주’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HMM의 인수가는 6조4,000억 원인데요. 자체적인 자금조달은 어렵고,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인 JKL파트너스와 유가증권 매각, 영구채 발행, 선박 매각 등으로 인수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림이 HMM을 인수해 재개 13위 종합 물류기업이 될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가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이지영 기자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고맙습니다.
[기자]
감사합니다. /easy@sedaily.com
[영상편집 김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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