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 해외진출 40년…성적표 및 활성화 과제는?
국내 증권사 해외진출 40년…성과 '미미'
선진국·신흥국서 사업 성장, 한계 봉착
"복잡해진 해외사업, 금융 당국 및 업계 지원 필요"
[서울경제TV=서청석기자]국내 증권사들이 첫 해외 진출 이후 40년이 지났지만, 해외 사업에서 충분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사업 활성화를 위해 증권 업계와 금융 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1984년 국내 증권사 해외진출 첫 발, 그러나...
국내 증권사의 첫 해외진출은 1984년이다.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 대신증권, 쌍용증권(현 신한투자증권)이 도쿄와 뉴욕에 사무소를 개설하면서 막을 열었다. 이후 국내 증권사의 해외진출은 확장기와 축소기를 거쳐오면서 2023년 기준 14개 국내 증권사가 13개국에 69개의 해외점포를 두고 있다.
일본과 미국을 시작으로 국내 증권사들은 영국, 홍콩 등 이른바 금융선진국에서 사업에 초점을 두고 현지 기관투자자 대상 한국물 중개 사업을 벌였다. 하지만 한국물 중개 사업 수요는 제한적이었고, 이마저도 해외 투자자의 우리나라에 대한 직접 투자가 증가하면서 위축됐다. 여기에 이미 세계시장을 무대로 사업을 벌이고 있는 글로벌 투자 은행과 직접 경쟁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국내 증권사는 사업 범위 확대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결국 2011년 이후 증시 부진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사업의 구조조정에 나섰고, 특히 성과가 미진했던 선진국을 중심으로 해외점포의 축소와 폐지가 진행됐다.
□ 선진국에서 경험을 바탕으로 신흥국 공략
선진국에서 매운맛을 본 국내 증권사들은 2010년대부터 해외진출 대상 국가를 기존 선진국에서 아시아 신흥국으로 돌렸다. 주요 국가로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몽골, 인도 등이었다.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금융시스템이 떨어지는 신흥국에서 국내 증권사들은 리테일 브로커리지 사업(개인 고객 대상 위탁매매)에 초점을 뒀고, 특히 국내에서 축적된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 전문성을 기반으로 현지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는 전략을 추진했다. 아시아 신흥국은 인구 규모와 경제 수준이 성장하면서 주식투자 수요가 형성됐고, 인터넷·모바일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MTS의 사용도가 높아질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실제 2023년 현재 다수 국내 증권사 현지법인이 베트남 및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상위 10대 증권사 반열에 속하면서 국내 증권사의 신흥국 공략은 일정 수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다만, 리테일 브로커리지 사업에 집중한 만큼 이외에 사업 확장은 미진했다. 일부 국내 증권사 현지법인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의 시장에서 기업상장(IPO), 채권 트레이딩 등의 업무를 일부 수행하고 있지만 사업 기회가 제한적인 상황이다.
□ 해외사업 부푼 꿈, 꺼져 버린 실적
국내 증권사의 해외진출 투자와 실적은 증가세를 보여왔다. 2018년에서 2022년 사이 국내 증권사 현지법인 자본총액 및 당기순이익은 약 5조원에서 약 8조6,000억원으로 증가했다. 다만, 당기순이익은 2018년 1,142억원에서 2021년 3,038억원으로 증가하다 2022년 1,138억원으로 주저 앉았다.
이런 상황은 국내 증권사의 해외진출 투자와 성과가 소수 국가에 집중되어있기 때문이다. 2022년 기준 현지법인 자본총액은 8.6조원에 달하며 이중 홍콩 4조5,000억원, 미국 1조6,000억원, 베트남 1조2,000억원 3개국이 83.8%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국가는 현지법인 자본총액이 모두 5,000억원 미만이다. 당기순이익의 경우에도 몇 개 국가에 집중돼 있다. 2022년 기준 당기순이익은 베트남 637억원, 미국 249억원, 영국 129억원, 홍콩 122억원, 중국 111억원, 브라질 69억원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고, 그 외 국가는 당기순이익은 10억원 미만으로 3개국에서는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앞서 언급된대로 선진국에선 기존 글로벌 투자 은행과의 경쟁으로 인한 사업 확대 한계, 신흥국에선 리테일 브로커리지 외 다른 사업에 대한 기회가 적어 국내 증권사의 해외사업 실적이 크게 확장할 수 없어다는 점이 실적에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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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고 돌아 다시 선진국 공략
최근 국내 증권사는 선진국 시장 해외사업을 다시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과거 국내 증권사의 선진국 해외사업은 한국물 중개에 국한돼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때문에 지난 10년간 다수의 국내 증권사들이 선진국 해외점포를 축소, 폐지 했다. 하지만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수요가 늘어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늘어난 국내 개인 및 기관의 해외자산 투자 수요 증가를 바탕으로 국내 증권사는 새로운 수요와 사업모델을 기반으로 선진국 해외사업을 다시한번 노리게 됐다.
해외자산 투자 수요를 활용하기 위한 방안으로 미래에셋증권은 브로커 딜러 라이선르를 가지고 있는 미국 현지법인을 통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투자를 현지 브로커를 통하지 않고 현지 법인이 직접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의 뉴욕 현지법인은 전사 해외주식 거래 플랫폼 GET 데스크를 운영하고 있고, 뉴욕 IB 데스크를 설립해 미주지역 디 소싱에도 나서고 있다.
그러면서 국내 증권사의 해외사업은 단순 아웃바운드 주식투자 중개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사업 분야로 확대하고 있다. 선진국 시장에서 정보 및 네트워크 강화, 부동산, 비상장기업 및 스타트업 기업 딜 소싱 등을 위해 현지법인 및 자본을 확충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국내 증권사 해외진출 한계 '자본·정보·체계'
국내 증권사들의 선진국을 향한 새로운 사업 전략에도 한계는 있다. 대표적으로 현지법인의 자본확보 문제와 시장 정보 및 네트워크 부족, 고도화된 전략의 부재가 대표적인 예다.
먼저 해외사업에 있어 자본력은 경쟁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본을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는가는 해외사업의 성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하지만 아직 규모가 충분하지 못한 현지법인은 자제척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있어, 모회사의 신용도를 기반으로 자본을 확충하는 방법에만 의존하고 있다. 현재 다수의 국내 증권사 역시 해외사업과 관련한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의 경우 신규 라이선스 획득뿐만 아니라 기존 현지법인의 자본확충 등에 대해서도 현지 금융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자본 확충 등에 대해 현지 금융당국이 승인하는데 있어 오랜 기간이 걸리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본력이 충분해도 정보가 부족하다면 확보한 자본은 무용지물이 된다. 급변하는 세계 경제 상황에서 현지 시장에 대한 정보와 네트워크는 신규 시장 진출, 기존 사업 확대 등 결정에 필수다. 하지만 신흥국의 경우 영문이나 국문으로 제공되는 자료가 부족하고, 국내 해외진출 지원 자료의 경우에도 증권업보다 은행업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와함께 해외진출에 있어 자료만으로 현지 시장을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로컬 법률사무소, 컨설팅업체 등을 활용해야 하지만 현지 업체의 신뢰성을 가늠할 정보도 부족한 실정이다.
해외사업의 근본적인 체계의 문제도 해외사업 확대를 제한하는 문제로 지적된다. 증권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증권사의 해외법인은 단독으로 결정 할 수 있는 사업 사안이 많지 않다. 또, 국내 증시 상황에 따라 모회사가 해외사업 규모를 줄이거나, 늘리거나하는 결정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현지법인의 독립성이 떨어진다. 특히, 현지법인 담당자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해 자본확충이나 신사업을 제안해도, 본사에서는 정보에 대한 시차 등으로 인해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기 힘들다. 이런 부분이 현지 경쟁자들과의 경쟁력을 떨어지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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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정보·체계 고도화' 삼박자 맞아야"
국내 증권사들은 첫 해외진출 40년간 선진국과 신흥국에서 나름의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사업범위 확대 부분에서는 분명한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최순영 한국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증권사의 해외진출 전선이 신흥국과 선진국으로 동시에 확대됨에 따라 해외사업의 운영도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며, "국내 증권사의 해외사업 전략도 상응하여 고도화될 필요가 있으며, 금융업계와 금융당국의 지원 방안도 마련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위해 최 연구원은 "현지법인의 자본확대 부문에서는 현지 규제나 관행상 어려움이 있는 경우, 특히 현지 기업 대비 차별적으로 작용하는 경우엔 개별 증권사보다 금융업계 및 금융당국의 차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며, "증권사 해외사업 자본확충에 대한 국내 규제 완화도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증권사 간 해외사업 관련 네트워크 공유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그간 국내 증권사들은 해외진출을 통해 상당한 성공과 실패의 사례를 축적해왔으나, 이런 경험과 정보는 대부분 개별 증권사 내부에만 머물러 있다"면서도 "다만, 해외진출에 있어서는 국내 증권사 간의 공통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만큼 금융업계 전반의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사업 진행에는 현지법인뿐만 아니라 본사 기획, 재무, 인사 등 여러 부서의 인적·물적 협력과 자원 투입이 수반되기 때문에 해외사업의 효율적 지원을 위해서는 해외사업에 대한 증권사 전반의 명확한 역할과 책임이 정해져야 한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현지 시장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본사와 현지법인 간에 효율적인 의사결정 체계도 구축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blu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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