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삼국 시대에, '스테이지엑스'의 등장이라…재밌어지겠네."
제4이통사 스테이지엑스 내년 출범 … "대기업 아성은 못 넘어설 것"
요금 부담 완화 및 통신 기술 개선 등 사용자 갈증, '가능성'도 엿보여
[서울경제TV=김서현 인턴기자] 이동통신사업 시장에 새 플레이어가 등장했다.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이 제4 이동통신사로 선정돼 내년 서비스 출시를 예고한 것. 철옹성 같은 이통 3사(▲SKT ▲KT ▲LGU+)의 삼국시대를 끝낼 변수가 될 수 있을까. 신생 기업이 초거대 3사의 자본과 인프라를 이길 수는 없다는 ‘우려’와, 독과점 체제로 누적된 사용자들의 ‘피로감’이 중첩된 시점. 지금 스테이지엑스는 명백한 한계와 새로운 가능성 사이 그 어딘가에 서있다.
자금력 우려 속 등장 예고, 첫 걸음마 “불안불안”
지난 1월 31일, ‘스테이지엑스’가 5G 28㎓ 대역 주파수 경매에서 낙찰 받아 공식적인 제4이동통신사가 됐다. 스테이지엑스는 카카오 계열 알뜰폰 회사였던 스테이지파이브가 이끄는 컨소시엄이다.
스테이지파이브는 본격적인 카카오 꼬리표 떼기에 돌입했다. 지난 2월 28일엔 ‘최대주주 등의 주식보유 변동’ 공시를 내고 카카오 측과의 계열 분리 작업에 들어갔다. 카카오 입장에선 ‘문어발식 경영’이란 비판을 피하게 됐으나, 스테이지엑스에겐 처음부터 제기됐던 자금 조달 우려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됐다.
스테이지파이브에 대해선 선정 당시부터 부정적 시선이 컸다. 사실 제4통신사 심사는 지난 2010년부터 7차례 진행돼 왔다. 그러나 모두 사업자의 재정적·기술적 문제로 무산됐다. 그만큼 이통사 운영과 기존 3사 대항엔 막대한 재정과 기술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번 심사에선 ‘재정 능력’이 심사 항목에서 제외됐다. 이렇게 재정 능력이 제대로 입증되지 않은 스테이지엑스에 대해 불안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무엇보다 독점적으로 할당 받은 28GHz 주파수를 감당하기 벅차다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다. 28GHz 주파수는 일반적으로 흔히 5G에 쓰이는 3.5GHz보다 대역폭이 넓어 속도가 빠르다. 그러나 전파 도달 거리가 짧고 장애물을 피하는 회절성이 떨어지기에 기지국을 더 촘촘하게 구축해야 한다.
업계선 기지국 구축에만 1,800억 정도가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여타 시스템 구축까진 1조 원이 소요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직까지 3사도 비용적 문제로 28GHz를 포기하고 3.5GHz 대역을 사용 중이다. 이 지출을 감당하면서, 3사와 알뜰폰 업계까지 모두 따돌릴 만한 요금제를 내놓을 수 있냐는 의문이 계속되고 있다.
통신비 인하는 규모의 경제가 있어야 가능하다. 회사의 기초 자본이 튼튼해야만 이익을 덜 보면서도 이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가격 경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스테이지엑스는 기지국을 세우기 위해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야 하는데, 여기에 더해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할 만큼 몸집이 크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컨소시엄의 확보 자금은 8,000억 원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3사를 상대할 만한 충분한 자금은 아니다”라고 이야기했다.
28GHz를 사용할 수 있는 휴대폰이 국내엔 없다는 점도 문제다. 삼성과 애플은 미국에선 28GHz용 단말기를 출시했다. 미국 1위 이통사인 버라이즌이 28GHz 대역을 서비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8GHz 서비스가 아직 없는 한국에선 삼성전자도 갤럭시 S24 시리즈에 28GHz를 사용할 수 없게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월 삼성전자에 전용단말기 출시를 요청했지만 시장에 나오기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다. 스테이지엑스는 대만계 회사들과 협업하겠다는 대안도 내놨으나 대만산 단말기가 한국에서 삼성전자를 넘어서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거기다 결합상품·제휴 혜택으로 무장한 3사를 무너뜨리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 역시 3사의 비지니스 인프라가 전국적으로 잘 구축돼 있는 게 강점이라며 “내부에서도 아직까지 크게 견제하는 느낌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7일, 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가 여의도 페어몬트 엠베서더 서울에서 진행된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28GHz 통신 사업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시장 상황 '불행 중 다행' … 맞붙어볼 만한 여건들 다소 조성돼
기업 자금의 불안정성과는 별개로 현 시장 상황 자체는 스테이지엑스에게 나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3사의 독과점 체제로 인해 누적된 이용자들의 피로감 때문이다. 업계에선 이용자들이 고가 요금과 최소 2년 이상의 약정에 부담을 느껴 왔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작년 3사 회선 수는 78만여개 줄어들었다.
이탈 고객 수가 늘자 올해부터 3사는 제휴 할인 혜택도 늘렸다. 그러나 판매 현장에선 실질적인 요금 인하 외 서비스들에 대해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지는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휴대폰 대리점 운영자는 “자유롭게 할인처를 고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차라리 저렴한 요금제로 돈 자체를 아낄 수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이용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알뜰폰 시장의 성장은 3사에 대한 대중의 피로도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알뜰폰은 이미 이런 허점을 포착해 각종 멤버십 혜택과 양질의 서비스 대신, 저렴한 가격과 약정 없는 요금제로 승부를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알뜰폰 회선 수는 전체 회선의 18.5%인 1,544만2,924개를 기록했다. 직전 달보다 약 26만개, 1년 전과 비교해서는 약 272만개 회선이 증가했다. 2019년부터도 매년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이렇듯 시장은 3사의 화려한 서비스보다도 ‘실속을 챙긴’ 요금제에 우호적인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 스테이지엑스도 소비자들의 갈증을 해소할 요금제를 내놓는다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SKT 관계자도 “스테이지엑스가 주파수 대역을 따냈다는 것 자체가 파이가 나눠진 일이기에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순 없다”며 “요금제가 얼마나 저렴하게 나오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스테이지엑스는 알뜰폰에 대해서도 ‘접근성’이라는 비교우위가 있다. 알뜰폰은 통신사 직영점이 없고 대리점에서 개통하기도 어려워, 이용자가 직접 유심을 구매하고 온라인으로 개통 신청을 해야 한다. 한 휴대폰 대리점 판매자는 "비전문가인 개인이 50개 이상 통신사와 2,000개 이상 요금제를 직접 찾아보고 비교한다는 건 어렵다"며 “스스로 개통하는 과정도 복잡하게 느끼는 소비자들은 알뜰폰 선택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스테이지엑스는 내년에 정식 출범되면 대리점 및 통신사 직영점, 자체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서비스할 수 있게 된다.
알뜰폰 업계에 실렸던 정부의 힘이 빠지고 있다는 점도 스테이지엑스엔 호재다. 알뜰폰은 이통사에게 음성·문자·데이터를 도매로 싼 가격에 대량 구매해 소비자에게 재판매하는 구조다. 그동안은 이통사와의 도매단가 협상에서 정부가 도매제공 의무제를 근거로 대리 협상해 왔다. 그러나 현재 해당 법이 일몰되며 정부가 대리 협상할 수 있는 근거가 사라졌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의 경쟁력이 앞으로는 점점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정부가 휴대폰 요금 경쟁을 촉진하는 데 힘쓰는 상황도 청신호로 보인다. 단통법이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것도 그 일환이다. 사용자가 이통사를 변경할 시 영업점에서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테이지엑스가 이통사 변경 고객에게 공세적인 혜택을 제공한다면 기존 통신사 이탈자가 많아질 것”이란 예측을 내놨다. 이 작업에서 향후 정부 지원을 더 기대해 볼 수도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지난 2월 "스테이지엑스가 책임을 지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여기에 ‘진짜 5G’에 대한 갈증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3사는 그동안 5G의 이름을 달고 3.5GHz 대역을 서비스해 왔는데, 이는 최대 3.6GHz까지였던 이전의 4G 주파수 대역과 큰 차이가 없어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다. 이제 스테이지엑스가 28㎓ 대역을 단독으로 서비스하게 되면서 통신 기술 개선을 원하던 소비자들의 수요와 맞물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견고한 통신 3사의 아성을 넘어서는 건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신선한 플레이어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과연 스테이지엑스가 인터넷 속도 혁신과 시장 경쟁 촉진을 이뤄, 이동통신사업 시장의 다음 ‘스테이지’를 열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하겠다. /bodo_celeb@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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