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츠 무료배달… 우리가 원한 '진짜' 무료배달 맞나요?
기존 혜택 삭제, 배달 시간 지연, 입점 업체 부담 우려도
소비자·배달원·점주 체감 편익 커져야 사업 지속가능성↑
[서울경제TV=김서현 인턴기자] 쿠팡이츠가 26부터 무료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배달 플랫폼 호황기가 열린 이래 처음으로 배달비 제로(Zero)가 실현된다는 기대감이 곳곳에서 피어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서비스가 소비자들이 원하던 진정한 ‘무료배달’의 기대감을 채워줄 수 있을지는 물음표가 남았다. 서비스 비용 체감과 주문 점포 선택, 배달 시간 등 소비자 입장에서 온전히 무료배달이라고 느끼기 어렵게 만들 만한 장애물들이 있기 때문이다.
매달 돈 내는 와우 회원만 배달비 면제, 기존 10% 와우 할인 혜택은 없어져
우선 무료배달 서비스는 쿠팡 전체 멤버십인 ‘와우’ 회원에게만 적용된다. 한 달에 4,990원을 내고 '쿠팡’, ‘쿠팡플레이’ 등에 통합적으로 등록되는 와우 회원이 돼야만 쿠팡이츠에서 무료배달이 가능한 것이다.
이전에 쿠팡이츠는 쿠팡 와우 회원을 대상으로 음식 가격에서 10%를 할인하는 ‘와우 할인’ 혜택을 제공해 왔다. 업계 관계자는 “와우 할인 시행 이후 와우 회원 수가 1,000만 명을 돌파했을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제 무료 배달 서비스가 제공되면서 이 와우 할인 혜택이 종료된다. 당장은 회원 각자가 ‘와우 할인’과 ‘무료 배달’서비스 중 어떤 서비스를 받을 것인지 선택할 수 있지만, 오는 5월 31일 이후로는 모두 무료 배달 서비스로 전환된다.
그런데 일부 회원들은 무료 배달보다 음식값 10% 할인을 더 선호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쿠팡 와우 회원인 이지훈(25)씨는 “최근엔 음식 값이 비싸져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배달을 시키면 보통 5만 원 내외로 나온다”며 “배달비는 어차피 2,000원 내외인데, 이렇게 음식 값이 비쌀 땐 10% 할인 받는 게 무료 배달보다 더 이득”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쿠팡이츠 배달비는 소비자가 주문하는 가격에 반비례해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15,000원 이하 주문 건엔 배달비 3,500원, 15,000원에서 30,000원 사이 주문 건엔 배달비 2,500원, 30,000원 이상 주문 건엔 배달비 1,500원을 부과하는 식이다.
결국 주문 금액이 커질수록 배달비를 면제 받는 것보다 음식 값에서 10% 할인 받는 게 혜택이 더 크다. 이 씨는 “배달비는 식당마다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저렴한 곳으로 골라서 주문하면 된다"며 “지금처럼 물가 전체가 오를 땐 음식 값 할인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따라서 소비자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무료배달 서비스로의 전환은 기존보다 혜택이 축소되는 것일 수 있다. 쿠팡이츠는 이번 정책이 1인 가구가 많아지는 추세에 맞춘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총 주문 금액이 크지 않은 1인 가구에게는 10% 할인보다 무료배달 서비스가 더 큰 혜택이라는 의미다.
도착 늦던 배달원 속사정 “단가 낮고 거리 멀어…무료배달 시작되면 더할 것”
음식 배달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배달 시간이다. 무료배달 서비스로 비용은 일부 아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시간을 아낄 순 없다. 빠른 ‘한집배달’과 느린 ‘세이브배달’ 중 세이브배달만 무료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한집배달을 선택하면 여전히 배달비를 내야 한다.
게다가 이 세이브배달 시간이 기존보다도 더 느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쿠팡이츠는 이전부터 배달 시간 지연 문제를 겪어 왔다. 쿠팡이츠의 배달원 배차가 잘 되지 않았던 탓이다. 한집배달이든 세이브배달이든, 배달원 배차가 계속 이뤄지지 않아 어플에 적힌 배달 예상시간 보다 배달이 지연된다는 문제가 계속해서 소비자들로부터 지적돼 왔다.
배달원 배차 문제의 중심에는 그들의 단가와 동선 문제가 있다. 배달원 A씨는 “지역마다 다르긴 하지만, 쿠팡이츠의 배달 기본료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며 “재작년까진 4,000원을 받기도 했는데, 점점 줄어들어 지금은 2,500원 선”이라고 말했다. 또한 배달원이 빠른 시간 안에 많은 주문을 수락할 수 있으려면 배달 동선도 중요하다. 그러나 A씨는 “쿠팡이츠가 타 배달 플랫폼보다도 배달원의 이동 동선을 고려하지 않는 느낌도 강해 쿠팡이츠 콜을 잘 잡지 않게 된다”고 덧붙였다.
배달원 B씨는 “당장은 쿠팡이츠가 신규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시행해야 하니 배달원 단가를 낮추지는 않겠지만, 이번 무료배달 서비스로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 그 뒤엔 단가를 차차 칼질해 자신들만 이득 보는 구조로 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지난 18일 쿠팡이츠의 무료배달 선언 직후, 배달대행 기사 커뮤니티엔 쿠팡이츠 배달 단가 하락을 우려하며 쿠팡이츠 콜을 그만 받겠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이렇듯 무료배달 시행으로 배달원 배차 문제가 더 심각해지면 배달 시간이 지금보다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도 “쿠팡이츠에서 무료배달을 시행하면 주문이 몰릴 것”이라며 “안 그래도 지금 배달원 배차 문제로 배달 시간 지연된다고 주문이 취소되는 경우가 많은데, 무료배달 시행 이후 이 문제가 더 심해질 것 같아 걱정된다”는 의견들이 쏟아졌다.
생색은 쿠팡이, 부담은 점주가? “점주 부담 커지면 곧 소비자 부담 돼”
자영업자들 또한 쿠팡이츠의 이번 무료배달 시행이 자신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구조가 될까 걱정하고 있다. 부담을 느낀 점포는 플랫폼을 포기하거나, 해당 플랫폼에서의 음식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 두 경우 모두 소비자의 이탈을 부를 확률이 크다. 배달 플랫폼에서 경영 관리 상 무시할 수 없기에 관리해야 하는 부분이다.
현재 무료배달 서비스는 쿠팡이츠 내 모든 가게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스마트요금제’에 가입한 가게에만 적용된다. 스마트요금제는 일반요금제와 9.8% 수수료를 떼는 것은 같으나, 점주가 직접 부담해야 할 배달비가 고정돼 있는 구조다. 일반요금제는 점주가 자신이 부담할 배달비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이 스마트요금제를 사용하지 않는 점주 중 일부는 쿠팡이츠와의 손절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한 점주는 “스마트요금제를 쓰지 않고도 그럭저럭 쿠팡이츠에서 버텨 왔는데, 이제 무료배달이 시작되면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 일반요금제 가게들은 쿠팡이츠 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며 “비싼 수수료를 내고도 쿠팡이츠에서 주문이 많이 들어오지 않으면 더 이상 쿠팡이츠를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요금제로 쿠팡이츠에서 고객을 확보한 가게도 상황이 그닥 만족스럽지만은 않다. 수수료 문제 때문이다. 쿠팡이츠는 이전부터 높은 수수료로 자영업자들에게 비난을 받아 왔다. 이번 무료배달 시행으로 점유율이 커지면, 점주들은 앞으로 쿠팡의 어떤 정책 변화에도 휘둘리게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크다.
이종민 자영업 연대 대표는 “쿠팡이츠가 현재 9.8% 수수료를 떼는데, 배달의민족 6.8% 등 다른 플랫폼에 비하면 꽤 높은 수치”라며 “점주들이 부담하는 수수료를 점점 늘리면서 무료배달이라는 타이틀로 쿠팡이츠가 생색을 낸다”고 이야기했다. “이전부터 쿠팡이츠의 횡포에 불만을 느껴 쿠팡이츠 수수료 인하를 위한 집회도 계획 중에 있다”고도 말했다.
자영업자 사이에선 향후 수수료에 대한 전망도 좋지 않다. 한 자영업자도 “무료 배달을 받으려면 와우회원에 가입해야 하는 것처럼, 가게들도 더 비싼 별도의 요금제에 가입해야만 무료배달이 적용되도록 시스템을 새로 만들 것 같다”는 걱정을 내비쳤다.
이렇듯 쿠팡이츠 무료배달 서비스를 통해 실질적, 장기적으로 소비자 편익이 커지지는 않을 공산이 크다. 더욱이 이번 서비스 시행 후 와우 회원 멤버십 요금이 오를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21년 한 차례 있었던 와우 회원제 가격 인상도 쿠팡의 적자 해소를 위해 추진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금처럼 중국 이커머스 공세에 쿠팡의 수익성이 악화되면 와우 구독료를 또 올릴 수 있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이번 쿠팡이츠의 승부수는 작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무료배달’이라는 단어 자체에 소비자가 느끼는 매력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혜택이 더 커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은 이것저것 자신의 상황에 맞춰 따져봐야 알 수 있는 일”이라며 “지금 당장은 무료배달에 혹해 쿠팡 와우에 새로 가입할 사람들은 분명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쿠팡이츠의 무료배달 서비스를 시작으로 서비스 경쟁이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점주, 배달대행 기사 모두에게 실질적으로 체감되는 편익이 커져야만 사업 모델의 지속가능성이 확보된다”고 분석했다. 무료배달 서비스의 포문을 연 쿠팡이츠가 어떤 방식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해 나가느냐에 따라 배달 시장의 앞날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bodo_celeb@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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