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 이마트, 해외 성공 DNA 이식해 돌파구 찾을까?

경제·산업 입력 2024-04-12 20:55:08 수정 2024-04-12 20:55:08 이혜란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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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이마트…월마트처럼 ‘그로서리’ 강화 카드 내세워
HDS 대표주자 독일 ‘알디’…美내 가장 공격적 확장 중인 유통업체 따라갈까
PB상품 강화로 경쟁력 키워야

[사진=이마트]

[서울경제TV=이혜란 기자] 이마트가 지난달,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만큼 경영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는 얘기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 소비에 가속도가 붙으며 빠른 배송,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는 ‘쿠팡’이라는 온라인 플랫폼 공룡이 유통업계 1위 자리를 빼앗고, 1인 가구가 늘며 가까이서 상품을 소량 구매하는 소비 트렌드에 편의점이 몸집을 불렸다. 여기에 파격적인 가격을 앞세운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공세까지 거세다. 사면초가에 빠진 셈이다.
 

매출 추이로만 보면 꾸준히 성장 중이지만, 영업이익을 뜯어보면 이마트(별도기준)는 2014년 6,568억 원에서 지난해 1,880억원에 그쳤다. 이리 저리 치이며 고전하는 대형마트. 온라인 시대가 도래한 만큼 이제 오프라인 ‘대형마트’ 시대는 저물고 있다고 봐야 할까?


 

◆이마트가 꺼내든 카드 ‘그로서리’…결국엔 ‘본업’

2006년, 세계 최대 유통기업인 미국 월마트는 우리나라에 진출 한지 9년 만에 모든 점포를 이마트에 넘기며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마트에 완전히 백기를 들었던 월마트였지만 19년이 흐른 지금, 두 유통 공룡의 표정은 상반된다. 쿠팡과 이마트, 아마존과 월마트는 온라인 신흥강자와 전통 유통 1위 기업이라는 점에서 묘하게 닮아있는 데 말이다.
 

미국 대형마트 월마트는 아마존에 대항해 오프라인 전통 유통강자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승승장구 중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월마트는 촘촘한 점포망을 기반으로 미국 그로서리(식료품)를 점령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온라인 시장이 커질수록 결국 직접 만지고 볼 수 있는 ‘신선식품’에 집중하는 것이 답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월마트는 오프라인 매장의 경쟁력을 굳건히 하면서 동시에 온-오프라인을 적절히 아우르는 옴니 채널도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온라인으로 원하는 물건을 고른 뒤 퇴근 후 매장을 찾으면 차에 내리지 않아도 보관 중이던 물품을 트렁크에 넣어주는 방식을 도입한 것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한편 이마트는 어떨까? 지난 3월 신영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이마트가) 온-오프라인 중 어디에 힘을 실어야 할 지 여러 해 동안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본업에서 이마트의 전략이 혼선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마트가 월마트와 달리 흔들리는 덴 결국 ‘본업’에 집중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들어선 이마트도 월마트의 성공 DNA를 이식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지난 2월 이마트는 “먹거리 상품에 사활을 걸고 경쟁력을 한층 더 높이겠다”고 발표했고, 주주총회에서는 초저가 상품을 주무기로 내세운 새로운 형태의 ‘그로서리 전문 HDS 점포’ 5개를 열겠다는 정책을 제시했다. ‘본업’ 강화를 돌파구로 제시하는 이마트, 새롭게 준비 중인 ‘HDS’는 과연 무엇일까?

[사진=Mike Morzart(F)] 

◆HDS 대표주자 독일 ‘알디’…美내 가장 공격적 확장 중인 유통업체

미국 JLL이 발간한 <2024 식료품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유통 기업 ‘알디(Aldi)’는 지난해 미국에서 109개의 신규 매장을 내며 미국 내 가장 ‘공격적 확장’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2022년 기준 미국 내 점포수는 알디가 2,400개로, 월마트 4,600개의 약 절반에 이른다. 알디는 2028년 말까지 800개의 매장을 추가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미국에서 최근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유통 기업 ‘독일 알디’의 DNA가 바로 이마트에서 승부수로 제시한 ‘HDS’다.
 

HDS는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의 약자로, 초저가 할인을 내세운 유통업체를 뜻한다. HDS의 대표주자인 ‘알디’의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이기에 초저가를 내세울 수 있는 걸까? 알디는 매장에 약 1,300개의 품목만을 진열한다. 다른 마트에 비해 아주 제한적인 수다. 꼭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상품만 선택 판매해 낭비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대신 알디는 제품의 90%가 독점 PB제품(private brand; 자체 브랜드)이다. 마케팅과 중간 유통과정이 줄어든 덕에 비슷한 품질에도 가격은 오히려 낮게 책정할 수 있어 파격적인 가격을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또, 매장 인테리어를 최소화한다. 직원들이 상품 진열에 에너지를 쏟지 않도록 알디가 규정한 박스에 제조 업체들이 상품을 납품하고, 알디는 매장에 그대로 진열한다. 임대료가 낮은 곳에 입점하는 것도 전략의 일환이다.


 

◆HDS 과거 실패 사례서 얻는 교훈…“점포 꼭 찾아야 할 이유必”

이마트가 승부수로 띠운 HDS는 국내 첫 도입일까? 사실 HDS라는 개념은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과거, HDS를 적용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2007년 농수산홈쇼핑이 출점한 ‘700마켓’이다. 700마켓은 당시 관리 비용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여 30%가량 할인된 가격에 상품을 판매하는 전략을 내세웠다.

하지만 지금은 ‘700마켓’을 찾아볼 수 없다. 파격적인 가격을 시도한 것은 좋았지만, 저렴한 NB제품(national brand; 제조업체 브랜드)은 온라인으로도 충분히 살 수 있어 꼭 ‘700마켓’을 찾아야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700마켓은 고객들에게 이미 관심 받던 브랜드의 상품을 단순히 저가로 내세운 전략이 아쉬웠다는 의미다. PB제품이 90%를 구성하는 알디는, 그 제품을 사기 위해선 점포를 찾아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지만, 700마켓은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또, PB상품을 확보하기엔 점포 수가 너무 적은 것도 한계로 꼽힌다.

[사진=이마트] 

◆이마트 HDS 매장 ‘강점’은 PB돼야

결국 HDS의 성공을 위해선 유통업체가 전문 제조사와 협력해 직접 브랜드를 달고 판매하는 PB 상품이 핵심 키라고 볼 수 있다. PB제품 판매만이 꼭 해당 채널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유도할 수 있다. 현재 노브랜드 역시 HDS 개념을 도입한 것이지만 공산품과 가공식품 위주인 점이, 이마트가 제시한 신규 출점 HDS 5곳의 점포와의 차이로 볼 수 있다.
 

이마트가 알디와 월마트의 성공 DNA를 이식하게 되면 타 온라인 그로서리 업체와의 경쟁에서도 차별화를 확보해 경쟁력을 얻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알디를 벤치마킹한 멕시코 Tiendas 3B 역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34.4%를 기록하고 있다. 흔들리는 이마트가 우려의 목소리를 걷어내고, 그로서리 전문 HDS라는 성공 DNA 이식으로 실적 회복을 이룰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이마트가 700마켓과는 달리 기존 이마트의 매입 역량을 살리면, 규모의 경제를 이뤄 수익성도 함께 챙길 수 있을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ran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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