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배민 신화’ 김봉진, 골프웨어 ‘어메이징크리’ 인수
에이엠씨알 지분 43% 750억에 인수
코로나 특수 타고 어메이징크리 고속 성장
2년전 예약 플랫폼 '김캐디'에도 초기 투자
골프 관련 새로운 플랫폼 사업 도전 관측도
[서울경제TV=이혜란기자] 배달의민족을 창업한 김봉진 전 의장이 골프웨어 브랜드 ‘어메이징크리’를 전개하는 에이엠씨알의 지분 43%를 750억원에 인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배민으로 국내 플랫폼 시장에서 성공 신화를 쓴 후 DH와 설립한 조인트벤처를 거쳐 지난해 배달플랫폼 업계를 떠난 그의 첫 행보다. 배민 매각으로 상당한 자금을 확보한 김 전 의장이 골프웨어 브랜드 인수를 기반으로 향후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세상에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질 전망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봉진 창업자는 에이엠씨알의 최대주주 메티스톤에퀴티파트너스의 보유 지분 40.06%와 기존 대주주들의 지분 일부를 더해 지분 43%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메티스톤에퀴티파트너스는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하기 위해 인수 대상자를 찾아왔다.
에이엠씨알은 2020년 2월 유용문, 배슬기 대표가 공동 설립한 회사다. 3월 공시 자료에 따르면 유용문 대표와 배슬기 대표가 각각 26.02%, 10.23%의 지분을, 2021년 투자에 참여한 미첼의 윤성원 대표는 3대 주주로 지분 23.68%를, 나머지 지분 전부를 메티스톤이 보유해 왔다. 김 전 의장이 경영권을 확보했지만 기존 유용문, 배슬기 공동대표 체제는 당분간 그대로 유지될 예정이다.
[사진=어메이징크리 홈페이지]
◆ 김봉진이 탐낸 ‘어메이징크리’…어떤 브랜드?
에이엠씨알이 전개하는 어메이징크리는 독창적인 디자인과 퍼포먼스에 효율을 높인 의류로 팬데믹 시기 신규 프리미엄 골프웨어 브랜드로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왔다. 에이엠씨알은 2021년 매출 176억2,503만원, 영업이익 24억5,992만원에서 지난해 매출 535억2,460만원, 영업이익 88억7,460만원을 기록하며 2년 새 매출과 영업이익이 3배로 가파르게 뛰었다.
골프의류 업계 관계자는 “팬데믹 시기 MZ세대가 골프 시장에 대거 유입되면서 골프복의 기준이 바뀌었다”며, “당시 신규 골퍼들의 니즈에 부합한 새로운 브랜드들이 엄청난 성장을 이뤘는데, 그중 하나가 어메이징크리”라고 설명했다. 특히 “어메이징크리의 경우엔 기존의 기능성이 강화된 클래식한 스타일에서 젊은 골퍼들의 니즈를 대폭 반영한 캐쥬얼한 브랜드, 그 중간의 성격을 띠는 프리미엄 골프웨어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며, “덕분에 엔데믹을 맞으며 골프의류 시장이 대폭 축소됐지만, 골프에 진심인 마니아층의 반응이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어메이징크리 성공에 힘입어 에이엠씨알은 지난해 100% 자회사 아이지코리아를 신규 설립하고, 2040 영앤리치를 타깃으로 한 아이스버그 골프를 올 상반기 론칭했다. 아이스버그는 1974년 이탈리아에서 탄생한 정통 하이엔드 의류 브랜드로 전 세계 처음으로 한국에서 ‘아이스버그 골프’라인을 선보였다. 가격대는 어메이징크리 보다 약 120% 높게 책정돼 골프 고관여자들을 겨냥하고 있다. 아이스버그 골프는 올해 약 10개의 매장을 오픈하며 사업을 더욱 확장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한 의류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 내에서 골프 시장이 확대되고 있어 국내에서도 골프웨어 수출에 총력을 다하는 상황인 만큼 최근 골프웨어 내수 시장이 축소되는 추세여도 김봉진 창업자가 새로운 해외 시장을 노리고 거액을 투자한 것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김 전 의장 우아한형제들 4.7조에 매각…JV 우아DH아시아에서도 떠나
자신이 창업한 우아한형제들을 지난 2019년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DH)에 4조7,000억원에 매각한 김봉진 전 의장은 이후 DH와 함께 설립한 조인트벤처(JV) 우아DH아시아의 이사회 의장을 맡아왔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우아DH아시아 의장 자리에서도 물러나며 배달 플랫폼 업계에서 떠났다.
우아한형제들을 매각 대금으로 DH신주를 4년에 걸쳐 나눠 받기로 한 김 전 의장의 자산은 당시 1조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최근 DH의 주가가 크게 하락해 김 전 의장이 손에 쥘 매각 대금도 다소 줄었을 것으로 관측되지만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 충분한 자금이 이미 확보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의장이 골프웨어 브랜드 인수를 통해 어떤 사업을 펼치려고 하는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진=김캐디]
◆앞서 ‘김캐디’에 초기 투자…골프 관련 플랫폼 구상?
김 전 의장이 골프와 관련된 새로운 플랫폼을 구상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김 전 의장이 골프 관련 사업에 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그는 2022년 스크린골프장 예약 플랫폼 ‘김캐디’에 약 1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아주IB투자, 코오롱인베스트먼트, 하이투자파트너스 등과 함께 김캐디 시리즈A 투자에 참여한 것. 2019년 설립된 김캐디는 전국 스크린 골프장의 예약 현황과 가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예약할 수 있는 스크린골프 예약 플랫폼이다. 배달의민족 앱이 전국의 음식점을 앱에 모아 전화와 직접 주문 대신 앱으로 간편하게 주문할 수 있도록 한 것과 비즈니스 모델이 닮아 있다.
최근엔 골프 레슨정보 제공, 구독형 골프 연습 서비스까지 내놓으며 종합 골프 플랫폼으로의 확장이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김캐디는 AI로 스코어를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도 새롭게 선보였다. 스코어 관리 서비스는 골프 전문플랫폼 ‘스마트스코어’가 골프장에서 손으로 기록하던 스코어를, 캐디의 태블릿을 통해 기록하고 앱 내에 저장, 관리할 수 있게 만든 주요 서비스. 해당 서비스 덕에 스마트스코어는 급성장해 이를 발판으로 골프 패션 브랜드 맥케이슨을 론칭하고, 골프 전문매체 골프매거진코리아를 사들이는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플랫폼 사용자들이 앱 안에서 스코어를 확인하고, 쇼핑 등 골프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하게 만들었다. 사실상 골퍼들에겐 없어서는 안 될 주요 플랫폼으로 성장한 셈이다. 따라서 스마트스코어와 같은 형태는 아니어도 김봉진 창업자가 김캐디와 에이엠씨알에 연달아 투자한 것은, 골프와 관련된 새로운 플랫폼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 투자에 나서는 게 아닌가라는 관측이 나온다. /ran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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