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 호황 속 노조 파업 ‘걸림돌’…생산 차질 우려
호황 속 노조 파업 만난 K-조선
노조 “합당한 임금 인상·복지 강화 요구”
추석 연휴 지나야 합의 진척 전망
작업 지연에 ‘납품 지연금’ 낼까 우려
[서울경제TV=김효진기자] 잘 나가던 K-조선이 노조 파업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매년 진행되는 임단협에서 노동조합과 사측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고 있지 않아 파업으로까지 번진 것이다. 추석 연휴가 지나야 노사 합의에 진척이 있을 것으로 보여 사측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금속노조와 조선업종노조연대는 지난 9일 집회를 열고 공동 파업을 진행했다. 이후 사업장별 부분 파업이 진행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9일부터 11일까지 3일 연속 부분파업을 단행했다. 한화오션도 9일 공동 파업에 참여했다.
조선업계 노조는 합당한 수준의 임금 인상과 복지 강화를 요구 중이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 근속수당 1년에 1만원, 정년연장 65세, 신규채용, 명절귀향비 200만원 증액, 성과금 산출기준 변경 등의 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했다. 한화오션 노조도 같은 수준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는 계속 교섭을 진행 중이지만 합의에 큰 진척은 없는 상황이다. HD현대중공업은 6월 24일 상견례 후 현재까지 20여 차례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본교섭을 진행 중이며, 부정기적으로 실무교섭을 진행한다. HD현대중공업에 따르면 노사는 11일 오후 2시 실무교섭을 진행했다. 실무교섭에서는 조합원 근로 조건과 단체 교섭 전반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도 5월 노사 상견례 후 20여 차례 본교섭과 실무교섭을 병행 중이다. 한화오션 측은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금속노조의 한 조합원은 “회사가 새로운 안 제시를 안하고 계약안만 고집하고 있어 합의에 큰 진척이 없는 상황”이라며 “사측이 보다 적극적인 태도로 교섭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터질 것이 터졌다는 분위기다. 한 업계 전문가는 “조선업계 현장 인력 임금은 덜 회복된 상태”라며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금은 하방 경직성에 따라 한번 인상되면 인하되지 않는 데, 조선업은 불황기에 인하된 임금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다. 특히 조선업의 경우 고품질의 작업을 요구하는데, 요구 품질에 비해 임금이 낮아 건설업 등 타 업종으로의 이직률이 높다.
업계에서는 빨라도 추석 연휴가 지나야 합의에 진척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추석 연휴 전에 잠정 합의안이 나오더라도 조합원 투표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추석 연휴를 맞아 미리 귀경하는 조합원 등이 있어 빨라도 추석 연휴 이후 합의에 진척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부분 파업이 장기화되며 사측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3년간의 수주 물량이 가득 차 있는 상황에서 파업 장기화가 생산 차질로 이어지는 건 시간 문제여서다. 노조 측은 추가 파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한 노조 관계자는 “교섭이 잘 진행되지 않을 경우 추가 파업도 진행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시기는 미정이나 추석 연휴 이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체 수익성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 약속한 시기에 선박을 납품하지 못하면 납품 지연금을 배상해야 하는데, 납품 지연금은 하루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르러서다. 실제로 한화오션은 지난 2022년 대우조선해양 시절 금속노조 파업 영향으로 선박 건조가 지연되면서 납기 지연금을 포함해 약 8,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hyojean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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