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가 구독제를?” 고집 꺾은 스타벅스의 이유 있는 변신
구독제 ‘버디패스’ 시범 운영… 2시 이후 음료 할인
아날로그 고집 꺾어…진동벨, 키오스크 도입까지
영업이익률 부진…저가 커피와 인건비 부담 강화 영향
구독제로 피크타임 주문 분산 의도…매장 운영 효율화 노려
전문가 "긍정" 소비자 "불편" 엇갈린 반응…과거 영광 되찾을까
◇“커피 구독제?” 스타벅스 ‘버디패스’ 시행
스타벅스가 지난 1일부터 구독 서비스를 시행한다. 스타벅스코리아는 구독 서비스 ‘버디패스’를 이달 1일부터 올해 말까지 3개월간 시범 운영할 계획이라고 지난달 24일 밝혔다. 스타벅스 측은 고물가로 인한 고객들의 가격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는데, 스타벅스가 구독제를 선보이는 건 처음인 만큼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타벅스는 이밖에도 기존에 시도하지 않던 시스템과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상황. 스타벅스가 이러한 변화를 시도하는 배경은 뭘까.
버디패스는 월 9,900 원의 구독료로 매일 이용할 수 있는 제조 음료 30%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게 주요 혜택이다.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오후 2시 이후 주문에만 쿠폰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밖에도 푸드 30% 할인, 딜리버스(스타벅스 회원 전용 배달 앱 서비스) 배달비 무료 쿠폰을 월 1회씩 제공한다. 온라인스토어 배송비 무료 쿠폰도 월 2회 지급된다. 한 달에 스타벅스를 대략 일주일 정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구독료 이상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예를 들어 톨 사이즈 카페라떼(5,000원)를 7일 간 구매해 하루에 1,500원씩 할인을 받으면, 구독료 이상의 혜택을 보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푸드를 구매하거나 딜리버스, 온라인 스토어 등을 이용할 경우 효과는 더 커진다.
◇아날로그 고집 꺾은 스타벅스…진동벨, 키오스크까지
스타벅스의 변화는 구독제 서비스뿐만이 아니다. 스타벅스는 그간 다른 커피 브랜드와의 차별점으로 내세우던 아날로그식 운영 방식을 점차 바꾸고 있다.
우선 올해 처음으로 일부 매장에 진동벨을 도입했다. 그간 스타벅스는 고객과의 인간적인 소통을 중시한다며 진동벨 대신 고객의 별명이나 대기 번호를 점원이 직접 불러주는 ‘콜 마이 네임’ 방식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대형 매장에서 점심시간 등에 고객이 몰리면 점원이 고객을 부르기 불편한 경우가 늘어났고, 이에 운영 효율화 방안의 일환으로 진동벨 도입을 시작한 것이다.
지난달 기준 진동벨이 도입된 스타벅스 매장은 90여개로 국내 1,900여개 매장의 5%정도인데, 스타벅스 코리아 측은 연내 진동벨 도입 매장을 110개가량으로 점차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타벅스가 콜 마이 네임을 전세계적 원칙으로 삼고 있는 만큼 국내 매장 진동벨 도입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키오스크 도입도 검토 중이다. 지난달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유동인구가 많은 주요 상권과 업무지구, 관광지 등 일부 매장에 키오스크 도입을 위한 내부 검토가 진행 중이다. 스타벅스 매장에 키오스크가 정식으로 도입되는 건 한국이 처음이다.
뒤늦게 배달 앱에도 뛰어들었다. 회원 전용 자체 배달 시스템인 딜리버스 외에 외부 앱을 통한 배달을 하지 않았던 스타벅스는 올해 4월 배달의 민족에 입점했다. 스타벅스 측은 배민 입점은 그간 회원들만을 대상으로 이뤄졌던 배달 서비스를 비회원까지 확대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고객 편의 개선 차원에서 채널을 하나 더 추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조금 불편하고 오래 걸리더라도 ‘사람 간의 소통’을 중시한다는 가치관을 바탕으로 지켜온 아날로그식 운영 방식에 변화를 주고 있는 모습이다.
◇“변해야 생존한다”…이유 있는 스타벅스의 파격 행보
스타벅스의 이러한 행보는 수익성 개선을 위한 운영 효율화가 목적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매출이 꾸준히 성장하며 몸집을 키워 나가고 있는 스타벅스는 2021년 이래로 영업이익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스타벅스를 운영하는 SCK컴퍼니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12.9% 늘어난 2조 9,295억 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영업이익률은 예전만 못하다. 2021년 10%대를 기록한 영업이익률은 이마트가 최대 주주가 된 이듬해인 2022년 4.7%로 크게 꺾였다. 지난해에도 이와 비슷한 4.8%에 그치며 영업이익률 반등에 실패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5.1%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해 전년대비 조금 상승했지만 여전히 3년 전 수치의 절반 정도에 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장 수는 꾸준히 늘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스타벅스의 매장수는 1,937개. 지난해까지 매해 100개 이상 매장을 늘렸고, 올해 상반기도 44개의 매장을 새로 열었다. 수익성은 정체된 상태인데 여전한 출점 경쟁 속에 매장 수는 꾸준히 늘어나 매장 간 경쟁도 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스타벅스는 올해도 매출 상승이 예측되지만 영업이익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어 거대한 규모에 비해 실속이 없다는 평이 나온다.
스타벅스가 수익성을 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스타벅스의 수익성이 침체기를 걷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저가 커피 브랜드들의 가파른 성장세가 꼽힌다. 고물가 영향으로 저가 커피에 대한 구매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는 가운데 컴포즈 커피와 메가MGC, 빽다방, 더벤티 등으로 대표되는 국내 저가 커피 브랜드들은 빠르게 매장을 늘려가며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메가MGC의 경우 2020년 1,188개에 불과하던 매장 수를 빠르게 늘려 지난달 기준 3,000개 이상의 매장이 영업 중이다. 스타벅스와 비교하면 10배 이상으로 빠른 속도다. 높은 회전율과 박리다매 전략을 바탕으로 한 영업이익률도 높다.
컴포즈 커피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41.3%에 달한다. 메가MGC는 18.8%, 더벤티도 14.4%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스타벅스의 영업이익률을 가뿐히 눌렀다.
문제는 국내 커피 시장 자체는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커피 수입량은 지난해 19만 2,623t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감소했다. 국내 커피 시장 파이는 더이상 커지지 않는데 경쟁 업체들은 가파른 성장세로 따라붙고 있는 모양새다.
인건비도 스타벅스 수익성 제고의 걸림돌이다. 스타벅스가 지난해 지출한 비용(판관비와 매출원가 포함) 2조 7,897억 원 중 급여와 퇴직급여, 복리후생비 등 종업원 관련원가는 8,936억 원을 차지했다. 총 비용의 약 32%를 인건비로 지출한 것이다. 스타벅스가 종업원 관련원가로 지출하는 비중은 매년 꾸준히 늘고 있는데, 신규 매장 오픈에 따라 직원 수가 계속 증가하는 것을 고려하면 인건비 금액 자체가 증가하는 것은 놀라운 일은 아니다.
문제는 인건비가 전체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2015년 26%가량이었던 인건비 비중은 2017년 29%, 2018년 30%, 2021년 31%로 조금씩 늘어 지난해 32%를 기록했다. 스타벅스의 경우 다른 카페와 달리 아르바이트생을 일체 고용하지 않고 매장에서 근무하는 전 직원 모두 ‘파트너’라는 이름의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어 고정적인 인건비 부담이 크다.
또, 한 직원이 필요에 따라 여러 매장에 근무 배치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각 매장에 소속돼 있기 때문에 인력 배치 효율성도 떨어진다. 이에 스타벅스도 인력 효율화의 필요성을 자각하고 본격적인 제도 개편에 들어가는 추세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스타벅스 비용 상승의 최대 원인을 인건비로 보고, 한 직원이 고객이 많은 매장으로 수시로 근무지를 바꾸는 등 인력 효율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인력과 관련된 사항은 스타벅스 글로벌 본사와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라, 신속한 변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왜 ‘구독제’일까
그렇다면 이렇게 수익성이 정체된 상황에서 구독제와 디지털화를 실시하는 이유는 뭘까. 스타벅스는 이러한 서비스 도입을 통해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걸까.
우선 영업이익률 부진의 이유로 꼽히는 인건비와 비효율적인 인력 배치를 개선하려는 목적이 크다. 오후에만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지급해 피크 타임에 쏠리는 주문 수요를 분산함으로써 업무 부담을 줄이고 매장 운영 효율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스타벅스는 출근 시간, 점심 시간 등 피크타임에 주문이 몰리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정 시간대에 매장에 사람이 몰리는 것은 대부분의 카페 매장에 해당하는 일이지만, 아직까지 일부 매장을 제외하고는 진동벨, 키오스크가 없어 신속한 주문 처리가 어려운 점, 시간대별 인력 운용의 효율성이 낮다는 점이 스타벅스의 발목을 특히 잡고 있다.
스타벅스 모바일 주문 앱인 사이렌 오더 도입 이후 피크타임 인력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모바일 주문이 도입되면서 음료 주문의 세부사항이 더 다양해지다보니 바리스타들의 음료 제조 처리 시간이 더 길어진다는 것이다. 매장 대기시간 문제는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스타벅스 전체가 고민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하워드 슐츠 전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모바일 앱 주문으로 인해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것이 스타벅스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처럼 특정 시간대 주문이 쏠리는 것을 방지하고 비교적 한산한 오후 시간대로 분산하기 위해 오후 2시 이후에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버디패스 서비스를 출시했다는 분석이다. 진동벨, 키오스크 도입 등 매장 운영 디지털화에 들어가는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파악된다.
사실 스타벅스가 피크타임 주문 쏠림을 해결하기 위한 프로모션과 서비스를 선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2월부터는 피크 타임에 특정 음료를 주문하면 음료를 더 빠르게 받을 수 있는 ‘나우브루잉’ 서비스도 시행 중이다. 피크타임에 비교적 제조가 간단한 음료를 주문할 수 있도록 유도해 대기시간을 줄인다는 의도다.
이외에도 오후 2시 이후 주문 시 별(적립형 스탬프) 및 덤 추가 증정, 매주 월요일 오후 2~5시 앱 주문 시 제조음료 50% 할인, 매일 오후 2~5시 커피 음료 3종 할인 판매 등의 주문 분산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가 올해 진행됐다. 특히 오후 2~5시 앱 주문 시 음료 50% 할인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은 좋은 반응을 얻어 해당 시간대 앱 사용자 비중이 약 10%p 증가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할인율이 너무 높아 장기적인 혜택 제공이 어려워 지속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웠고, 구독 서비스라는 대안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버디패스 도입에서는 저가 커피 브랜드와의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줄어들고 있는 충성고객을 붙잡으려는 의도도 보인다. 스타벅스는 음료 구매시 리워드를 지급해 회원들이 음료 구매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데, 이 리워드 혜택을 사용하는 회원 수는 스타벅스를 꾸준히 사용하는 충성고객 수의 지표가 된다. 스타벅스의 지난 2분기 실적에 따르면 리워드 회원 수는 전 분기 대비 약 4% 감소했다. 스타벅스가 그간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충성도를 중시해온 만큼, 꾸준히 찾던 단골들이 발길을 돌렸다는 소식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스타벅스를 자주 찾을수록 경제적 혜택이 늘어나는 구독제 서비스를 출시해 충성고객들이 지속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버디패스에 대해, "멤버십 가입으로 인해서 해당 재화나 서비스에 묶여서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되는 락인효과(잠금효과)를 노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집 꺾은 스타벅스 득 될까 실 될까
스타벅스는 버디패스 도입으로 수익성 제고를 노려볼 수 있을까.
전문가 전망은 긍정적이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스타벅스의 구독제 서비스 도입은 멤버십 비용을 회수하고 싶은 소비자 심리를 고도로 이용한 전략”이라며 “고정 고객들의 고정성을 강화하는 효과는 물론, 한산한 오후시간으로의 주문 분산 효과로 매출액이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진동벨, 키오스크 도입 등 매장 운영 디지털화에 대해서도 브랜드 정체성을 지킨다는 추상적인 가치보다 소비자 편의라는 직관적인 가치를 우선한 실용적인 전략이라고 평했다. 최 교수는 “스타벅스의 진동벨이나 키오스크 도입은 소비자들을 편하게 만드는 서비스 방식을 도입하면서 운영 효율화도 노릴 수 있는 ‘윈윈 전략’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반면 버디패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특히 일부 소비자들은 오후 2시 이후에만 쿠폰을 사용할 수 있는 주요 혜택이 고객 입장에서 실용성이 떨어지는 구독제라며 지적하고 있다. 고객들은 구독료를 내면서도 불편한 시간 조건까지 감수해야 하는 반면, 스타벅스 입장에서는 비용은 최소화하면서 매장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평소 스타벅스 리워드 회원으로 스타벅스를 꾸준히 사용해온 소비자 전씨 역시 “직장인 등 특정한 루틴을 가지고 생활하는 충성고객들도 고루 혜택을 볼 수 있는 구독제를 만들었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진동벨, 키오스크 도입 등의 운영 방식 변화가 스타벅스 브랜드 정체성을 해쳐, 소비자로서 느낄 수 있는 차별성이 약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모회사인 이마트가 스타벅스에 의존하는 정도는 상당하다. 이마트가 계열사들로부터 거둬들이는 배당금 총 수령액 중 스타벅스 비중은 약 80%에 달한다. 특히 본업인 이마트 사업 뿐만 아니라 산하 계열사들이 대부분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상황에서 높은 매출을 유지하는 스타벅스는 이마트의 가장 역할을 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실적까지 악화된다면 그룹 내 유일한 캐시카우가 사라지게 되는 만큼 이마트 입장에서는 스타벅스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상황. 이마트가 스타벅스에 운영 효율화를 통한 수익성 제고에 집착하는 이유다. 스타벅스의 매출은 계속 올라 올해 매출 3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커지는 덩치 속에 가려진 조용한 위기를 스타벅스는 이겨낼 수 있을까./q00006@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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