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에서 '위기 진앙지' 전락 롯데케미칼, 단기간 회복은 '불투명'

경제·산업 입력 2024-12-06 16:56:43 수정 2024-12-06 16:56:43 김효진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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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캐시카우 역할에서 적자 기업 '불명예'
60% 달하는 기초화학사업 비중…中에 '직격타'
인적쇄신·자산경량화 등 궤도 수정 '가속화' 나서
단기간 실적 회복은 불투명…"고부가화 시간 소요"

[서울경제TV=김효진기자] 롯데그룹의 ‘효자’에서 ‘위기의 진앙지’로 전락한 롯데케미칼이 단기간에 위기에서 벗어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기초제품 위주 석유화학 포트폴리오 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전지소재와 수소에너지 등 사업분야를 5개 분야로 나눠 다각화에 나섰지만 실적 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3분기 영업손실 '4,135억 원'…이자 갚기도 벅차
롯데케미칼은 그간 롯데그룹의 캐시카우로 ‘효자’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3년간 업황 악화로 적자폭이 커지며 그룹에 힘을 보태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번 3분기는 영업손실 4,135억 원으로 국내 석유화학 기업 중 가장 적자폭이 컸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수준이다. 롯데케미칼의 3분기 이자비용은 3,197억 원으로 이자보상배율 0.9를 기록했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내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일련의 재무구조 악화는 최근 롯데그룹의 위기와 겹쳐 ‘그룹 위기의 진앙지’라는 시선을 받기도 했다.

롯데케미칼 실적 추이. (단위=억 원) [사진=김효진기자]


◇ 석화 포트폴리오 기초화학사업 비중 60%…국내 석화기업중 가장 높아
성공가도를 달리던 롯데케미칼이 3분기 국내 석화기업 중 가장 저조한 성적을 낸 주요 요인은 ‘느린 포트폴리오 전환 속도’다. 중국의 자급률 상승은 모든 석유화학기업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포트폴리오를 고부가가치화하는 차별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중국이 할 수 없는 고부가가치 제품에 주력하는 것이다. 하지만 롯데케미칼은 포트폴리오 내 중국과 겹치는 범용제품이 많아 직격타를 입었다. 롯데케미칼의 현재 기초화학사업 비중은 60%로 국내 석유화학기업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 인적쇄신 등 통해 석화 포트폴리오 고부가화·자산 경량화 '박차'
최근에서야 롯데케미칼은 고부가가치화를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지난해 이훈기 전 롯데케미칼 대표는 “기초화학 비중을 30%로 낮추고 고부가가치 비중을 60%로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고부가가치화 가속화를 위해 대표 교체도 이뤄졌다. 롯데그룹은 최근 인사에서 1년 만에 롯데케미칼 수장을 이훈기 사장에서 이영준 사장으로 교체했다.
이영준 사장은 2021년부터 롯데케미칼 첨단소재사업 대표이자 부사장으로 롯데케미칼에 몸담고 있었다. 특히 기초사업부문 대표도 함께 맡아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의 포트폴리오 체질개선을 진두 지휘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다. 신입사원 채용에서도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에 대한 의지가 엿보인다. 롯데케미칼은 첨단소재사업부 신입사원 채용을 두 자릿수 규모로 진행 중이다. 특히 연구개발 직무 중심으로 채용 중인 점이 눈에 띈다. 통상 적자폭이 늘었을 때는 인원 감축을 고려하는데 첨단소재 담당 신입사원 대규모 채용은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에 대한 강한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영준 롯데케미칼 사장. 석유화학 포트폴리오 고부가가치화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사진=서울경제TV] 

자산 경량화를 통한 재무 개선 움직임도 최근 활발해졌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0월 말레이시아 소재 합성고무 생산회사 LUSR를 청산했다. 합성고무사업을 비핵심사업으로 판단해서다. 이번 달 파키스탄 공장도 가동 중지에 들어갔다. 해외 자회사 지분을 기초 자산으로 1조4,0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내년까지 미국과 인도네시아 자회사의 지분을 매각해 차입금을 줄여나간단 복안이다. 전남 여수공장은 2공장 일부 생산 공정 가동을 중단했다. 생산 시설을 비우고 질소를 충전해 가동을 정지하면서 설비를 보호하는 조치를 취했다.
다만 최고경영진에 자산매각과 구조조정 등을 제안하기 어려운 기업 문화 탓에 범용제품의 공급과잉 속에서도 궤도 수정이 늦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 사업다각화 일환으로 작년 인수한 롯데에머티, '고점 인수' 지적
여타 석화기업과 마찬가지로 롯데케미칼도 업황 악화에 대한 대응책으로 사업 다각화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7월 이훈기 전 롯데케미칼 대표는 취임 이후 첫 행사 ‘CEO INVESTOR DAY’에서 “성공적인 포트폴리오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2030년 기업가치 50조 원 이상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기초화학, 첨단소재, 정밀화학, 전지소재, 수소에너지로 전략사업의 방향을 설정했다.
관련해 지난해 3월 동박 전문 제조업체 일진머티리얼즈를 2조7,000억 원에 인수하고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로 사명을 변경했다. 동박은 리튬 이온 배터리의 음극재로, 얇고 고도로 정제된 구리로 제작돼 배터리의 성능과 안전성을 높이는데 기여한다. 그러나 롯데케미칼의 인수 이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로서의 성적은 악화일로 했다. 일진머티리얼즈 시절 영업이익은 2021년 699억 원, 2022년 847억 원이었지만 인수 이후 2023년 영업이익 118억 원, 올해는 34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차전지 캐즘에 따라 판매 물량이 감소하고, 생산량 감소에 따라 공장 가동률이 하락하면서 고정비가 증가한 탓이다. 이차전지 산업이 한창 고점이던 때 고점에서 인수해 비용이 많이 나갔다는 지적을 듣는 이유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실적 추이. (단위=억 원) [사진=김효진기자]

◇ 롯데그룹 '효자' 타이틀 단기간에 되찾기 어려워…"석화 고부가화 시간 필요해"
급격한 쇄신에도 단기간에 실적이 회복되긴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 개발과 생산에는 R&D 역량과 새로운 설비 등이 필요해 일정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어서다. 특히 올해 4분기는 3분기보다 적자폭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4분기는 통상 비용처리와 재고손실 등이 반영되는 시기여서다. 현재처럼 전반적인 업황이 저조한 시기엔 보유 재고 가치가 떨어져 재고손실이 일어난다. 

비상계엄령 영향으로 정부발 동아줄도 불분명해졌다. 이달 중 예정됐던 ‘석유화학업계 경쟁력 강화 방안’ 발표가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당초 산업부는 관계부처와 합의를 마치는대로 발표하려 했으나 국무위원 전원 사의 등으로 정상적인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중국과 중동의 증설 리스크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금융 지원과 세제 혜택을 통해 석유화학업계의 사업재편을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었다. 구체적으로는 자산 매각·통폐합, 금융·세제 지원, 신사업 육성 지원책 등이 담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정부 상황으로 발표 연기 가능성이 높지만 정확한 발표 시기 등 공지 받은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hyojean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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