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상생금융 시즌2…고심하는 은행권
금융·증권
입력 2024-12-23 18:53:40
수정 2024-12-23 18:53:40
이연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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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연·20개 은행장·당국 '은행권 소상공인 금융지원 방안' 발표
맞춤형 채무조정 통해 금융지원 효과 상향 목표
폐업자 대상 최장 30년 저금리 장기 분할상환
소상공인 상생 보증 대출 출시·은행별 컨설팅 제공
[서울경제TV = 이연아 기자] 은행권 상생금융 시즌2 막이 올랐다. 은행권은 23일 금융당국과 간담회를 갖고 3년간 약 2조1,000억원 규모 소상공인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2조 규모 이자캐시백 중심 상생금융 지원책 발표 이후 두 번째다. 이번 상생금융 시즌2는 현 경제 상황을 고려해 장기분할상환 전환, 만기연장 등 채무 조정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평가다.
◆채무 조정 집중한 상생금융 시즌2◆
조용병 은행연합회장과 20개 사원은행 은행장들은 23일 오전 서울 중구 소재 은행회관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간담회를 개최하고, 은행권 소상공인 금융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간담회에는 산업, 농협, 신한, 우리, SC제일, 하나, 기업, 국민, 한국씨티, 수출입, 수협, 아이엠, 부산, 광주, 제주, 전북, 경남, 케이, 카카오, 토스 등이 참석했다.
앞서 정부의 지난 7월 3일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 발표 후 은행권 동참 방안 검토가 진행됐다. 지난 11월 은행권 소상공인 금융지원 방안 관련 은행장 간담회를 시작으로 대내외적 논의가 20여 차례 진행된 바 있다.
이번 상생금융 시즌2는 맞춤형 채무조정을 통해 금융지원 효과를 높인다는 목표를 가지고 만들어졌다. 이자캐시백 내용을 담은 상생금융 1차보다 금융지원 대상자 타겟팅에 주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먼저, 은행권은 기존 연체 우려 차주 기준을 계량화, 세분화해 최대 10년의 장기 분할상환상품으로 대환하고, 대환 만기 연장 과정에서 금리 감면 조치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은행권은 내년 3~4월 중 맞춤형 채무조정을 시행한다는 계획인데, 개인사업자뿐 아니라 법인 소상공인까지 대상 차주가 확대됐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연 10만명, 대출액 5조원 대상, 이자부담이 연 1,210억원 경감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차주당 연건 121만원의 금리 감면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을 더 이상 이어가기 어려운 소상공인 대상 사업을 정리하고 남은 대출금을 갚을 수 있도록 폐업자 대상 저금리 장기 분할상환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차주가 원하는 범위 내에서 최장 30년까지 지원한다. 금리는 잔액 1억원 이내 대출의 경우 3% 수준을 적용한다. 은행권과 금융당국은 해당 프로그램 이용 차주 대상 소상공인 특화 취업지원 프로그램, 희망리턴 패키지 연계 등을 통해 폐업사업자의 안정적 퇴로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재기 의지가 있는 소상공인 대상 추가 사업자금을 지원하는 소상공인 상생 보증 대출도 출시하고, 은행별 소상공인 대상 금융 비금융 컨설팅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창업, 성장, 폐업 등 단계별 맞춤형 컨설팅이 이뤄지는데, 은행별로 우선 시행하고, 내년 1분기 내 은행연합회 주관 은행권 TF를 구성해 구체적 제공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상생금융 둘러싸고 고심 깊은 은행권◆
은행권과 금융당국은 이번 상생금융 시즌2를 통해 연간 6,000~7,000억원 재원으로 소상공인 25만명 대출액 14조원에 대한 금융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3년간 약 2조1,000억원의 소상공인 금융지원에 나서게 된다. 은행권에서는 상생금융을 둘러싸고 고심이 깊은 분위기다. 사실상 상생금융 정례화가 아니냐는 의견과 자율성이라고 발표했지만 은행별 할당량이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부담스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은행권에 이런 분위기가 조성된 배경은 정부의 상생금융 주문과 맞닿아 있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은 은행권을 향해 고금리를 통한 '이자장사' '종 노릇'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고, 은행권을 향해 사회공헌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에 은행권은 지난해 12월 2조 규모 이자캐시백 지원 내용을 담은 상생금융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2일 윤석열 대통령이 충남 공주에서 소상공인 골목상권 민생토론회 개최 후 은행권 소상공인 채무조정을 주문함에 따라 은행권이 이번 상생금융 시즌2 발표에 속도를 낸 것이다.
여기에 금융권에서는 올해도 역대 최대실적 전망과 맞물려 상생금융 정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4분기 당기순이익 전망 규모가 총 2조4,305억원으로 집계된다.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하면 80% 넘게 증가한 규모다.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올해 연간 순이익 전망치는 전년 대비 11.8% 늘어난 총 16조9,245억원이다. 금융지주의 역대급 실적에는 지난 7월부터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등 금리를 상향 조정하라는 압박이 큰 역할을 했다. 결과적으로 예대금리차 확대에 따른 이자 이익 증가로 이어졌기 때문에 금융당국 중심 사회공헌 압박이 암묵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금융권 관계자의 의견이다.
금융당국은 상생금융 정례화 계획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이번에 발표한 소상공인 금융지원 방안 가운데 장기분할상환 대환 실적이 은행권 경영실태평가에 반영됨에 따라 업계에서는 정례화만큼의 무게를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 ya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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