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홈플러스 회생절차 돌입에 전례 없는 위기

금융·증권 입력 2025-03-04 16:25:38 수정 2025-03-04 16:36:20 김보연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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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아픈 손가락’, 홈플러스
5조원대 과도한 레버리지 부담 누적에 유통 불황까지
빚부담에 회생신청…MBK, 차입인수·경영실패 떠넘기나 '논란'
SSM 사업부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분할 매각 절차도 중단
모럴해저드 비판…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도 여파

[사진=MBK파트너스]

[서울경제TV=김보연 기자] 3대 대형마트 중 하나인 홈플러스가 유동성 위기로 회생절차에 돌입하며 회사 소유주(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도 전례 없는 큰 위기를 맞았다. 

특히,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모럴해저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라, 이번 사태가 고려아연 경쟁권을 놓고 분쟁을 겪고 있는 최윤범 회장 측에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사진=홈플러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이날 서울회생법원에 신용등급 강등으로 단기 유동성이 나빠져 오는 5월이면 납품대금을 정산하지 못할 것이 우려된다는 점을 이유로 회생절차를 신청해, 개시 결정을 받았다. 

지난달 28일 한국신용평가는 홈플러스의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내렸다. 이익 창출력의 약화, 현금 창출력 대비 과중한 재무 부담, 중장기 사업 경쟁력에 대한 불확실성 확대 등을 이유로 들었다. 한국기업평가도 영업실적 부진, 과중한 재무 부담, 재무 구조 개선 여력이 크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신용등급 하락으로 운영자금을 조달하는 주요 수단인 단기 자금 운용에 차질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본시장에서 A3- 이하 등급의 기업이 발행하는 단기 채권에 대한 투자 수요가 제한적이라 자금 경색 위기가 본격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MBK파트너스는 서울회생법원의 홈플러스 회생절차 승인 직후 공식 입장을 내고 "회생절차는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향후 잠재적 단기 자금 부담을 선제적으로 경감해 사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현금 유동성이 나빠진 상태에서 신용등급 강등으로 운영자금 대출까지 줄어들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악화할 수 있어, 선제적 회생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 회사 측의 입장이다. 회사는 앞서 지난해 11월부터 단기 유동성 확보에 차질을 빚어온 바 있다. 납품업체와 협의해 대금을 한두 달 뒤에 정산해주면서 지연 이자를 주는 방안을 써왔다. 해당 금액은 3500억원 상당이다.

회생절차 개시로 최근 인수 희망 업체의 실사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 기업형슈퍼마켓(SSM) 사업부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매각 절차도 전면 중단됐다.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 일시적으로 자산이 동결되서 분리 매각을 진행할 수 없게 된다.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의 최대 주주다. 앞서 2015년 MBK파트너스는 7조2000억원을 들여 홈플러스의 지분 100%를 사들이면서, 블라인드 펀드로 2조2000억원을 투입하고 나머지 5조원은 홈플러스 명의의 대출과 MBK 측의 인수금융 대출로 충당한 바 있다. 이후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를 경영하면서 점포 20여개를 팔아 빚 4조원을 갚았다. 

MBK ‘아픈 손가락’, 홈플러스…5조원대 과도한 레버리지 부담 누적에 유통 불황까지

그러나 이후 재매각이 계속 미뤄지고 재무 부담이 산더미로 쌓이면서 MBK의 '가장 아픈 손가락'으로 꼽혀왔다. 특히 MBK가 당초 5조원 안팎의 빚(레버리지)을 지며 인수해 상환·이자 등 과중한 비용이 장기간 회사를 짓누르는 상황에서, 전자상거래 부상과 코로나19 사태로 내수 경기 침체와 오프라인 유통업 부진과 경쟁 심화 등 오프라인 유통 업계 전반의 침체가 치명타가 된 것이다. 

현재 홈플러스의 금융부채는 약 2조원에 달하고 지금 EBITDA(감가상각 전 영업이익) 규모로는 설비투자, 임차료, 자본 비용 등을 충당하기가 버겁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홈플러스의 연간 매출은 7조원이 넘지만 지난 2021년부터 영업손실을 내기 시작하면서 적자의 늪에 빠져있기도 하다. 홈플러스는 MBK로 넘어가기 전인 2014회계연도(2014년 3월∼2015년 2월) 24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으나, 지난 2021년(회계연도 기준)부터 2023년까지 각각 1335억원과 2602억원, 199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당기순손실은 2023년회계연도에만 5743억원이 발생해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2024년 1∼3분기 누적 가결산 기준 영업손실도 1571억원으로 적자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여기에 5조원이란 과도한 레버리지는 홈플러스 운영에 큰 짐이 됐다. 비용을 줄이고 일부 매장을 팔며 수익성을 개선해도 원금 상환과 이자 비용이 성과를 상쇄하며 회사가 계속 쪼들리게 된 것이다. 실제 홈플러스 매장은 2019년 140개에서 현재 120여개로 대폭 줄었다.

유통업 자체의 불황도 겹쳤다. 대형마트가 원래 당국의 규제를 많이 받은 데다 코로나19부터 쿠팡 등 영향으로 오프라인 대형마트 자체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자 홈플러스도 실적 악순환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회사가 고전을 거듭하며 MBK의 엑시트(투자금 회수)는 인수 후 9년이 넘도록 전망 자체가 불투명한 분위기다. MBK는 지난해 6월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기업형 슈퍼마켓 부문인 '홈플러스익스프레스'를 별도 매각하는 방안을 돌파구로 내놨으나, 지금까지 가시적인 성과는 없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8일 신용평가사들이 회사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내린 것이 '홈플러스호'를 좌초하게 만드는 암초 역할을 한 것이다.

특히, 이번 사태는 소유주인 MBK에도 큰 타격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최대주주 모럴해저드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인데, 과도한 차입에 의존해 고가에 홈플러스를 인수해 벌어진 유동성 위기 상황에서, 대주주가 먼저 부담해야 할 손실을 채권자에게 넘겼기 때문이다. 홈플러스 납품대금이나 이자를 갚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채무 탕감과 조정을 위해 법원에 손을 내밀었다는 점도 논란을 빚고 있다. 

업계에선 국내 1등 PEF로서의 위상과 평판에 대한 악영향과 노동조합 등 홈플러스 구성원들과의 내홍이 이전 사업 개편과 매각 추진 때보다 훨씬 더 심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MBK가 참여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도 파장이 불가피할 영향이다. 현재 MBK는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과 형사고발과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정 다툼을 벌이고, 회사 주주들을 대상으로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홈플러스, 빚부담에 회생신청…MBK, 차입인수·경영실패 떠넘기나 '논란'

이 과정에서 불거진 이번 홈플러스 사태는 'MBK는 고려아연을 인수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해온 최 회장 측에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MBK는 최 회장의 거버넌스(지배구조) 문제가 심각하다며 지난해 9월부터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과 연대해 회사 경영권 확보를 추진해 오고 있다. 

MBK 관계자는 "법원이 홈플러스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내린 만큼, 회생절차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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