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가 엎지른 물, 누가 치워줘야 하나

금융·증권 입력 2025-03-15 08:00:07 수정 2025-03-15 08:00:07 김보연 기자 0개

페이스북 공유하기 X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네이버 블로그 공유하기

‘홈플 사태’로 커지는 MBK '경영 오판론'
과거 인수사례 재조명
빚내 문어발식 '바이아웃'역풍
엎지른 사람 따로 닦는 사람 따로?
책임은 금융투자업계에 전가 
투자자만 전전긍긍
홈플러스 논란에도 MBK, CJ 바이오에 5조 '베팅'


[서울경제TV=김보연 기자] 국내 대형마트 2위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MBK)가 상당한 경영 오판을 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을 인수하면서 ‘규모의 경제’라는 장점 대신 '전문성 부족 한계'란 단점이 더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홈플 사태’로 커지는 MBK '경영 오판론'…과거 인수사례 재조명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MBK가 지분을 보유한 국내 기업은 10여 곳이 넘는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홈플러스(유통마트)를 비롯해 딜라이브(케이블TV·방송), 네파(스포츠 의류), 골프존카운티(골프장), 롯데카드(금융), 글로벌고메이서비시스(외식 프랜차이즈), 엠에이치앤코(모던하우스·가구·생활잡화), 메가존클라우드(소프트웨어), 메디트(의료 기기) 등이 있다. 

다이닝브랜즈그룹 산하엔 BHC치킨과 아웃백, 창고43, 큰맘할매순대국, 슈퍼두퍼 등 7개 브랜드가 있다. 지난해 9월부터는 비철금속 제련 1위 기업인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에도 뛰어들고 있고, 최근엔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 인수에도 나섰다. 

지난 2005년 설립된 MBK는 운용 자금이 약 310억달러(약 45조원)에 이르는 동아시아 최대 사모펀드로 꼽힌다. 잠재력 있는 기업을 인수한 후 성장시켜 재매각해 이윤을 남기는 ‘바이아웃’이 핵심 성장 동력이었으나 롯데카드 매각 불발 이후엔 실패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빚내 문어발식 '바이아웃'역풍…부채만 늘려 시장 불신 확산 

MBK가 지난 2009년 1000억원에 인수한 플랜트 제조업체 영화엔지니어링이 2016년 실적 악화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2017년 인수가 절반(500억원) 수준으로 유암코에 팔린 바 있고, 투자금 전액을 손실시키고 채권단 관리에 들어간 딜라이브는 대표적인 '인수금융이 저주' 사례로 꼽힌다. 

앞서, 2013년 ING생명을 인수해 6년 뒤 약 2조3000억원을 남기고 판 사례, 코웨이 재매각으로 약 1조원을 번 사례 등은 김병주 MBK 회장에게 ‘M&A(인수·합병)의 귀재’라는 명성을 안겨준 바 있다. 

하지만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MBK의 성장 공식이 한계를 맞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모의 경제'가 아닌 '전문성 부족'이란 한계에 부딪혔다는 분석이다. 특히 MBK 산하에서 홈플러스 같은 사례가 더 나올 경우, 우리 산업계 전반의 충격이 작지 않으리란 우려도 크다. 빚을 내 기업을 인수한 후 투자를 통한 기업의 장기 경쟁력을 키우는 대신 빚 상환 등을 우선시하거나 구조조정에만 매달려 껍데기만 남겼다는 식의 부작용이 더 크다는 이유다. 

엎지른 사람 따로 닦는 사람 따로?…책임은 금융투자업계에 전가 

실제, 홈플러스의 기습적인 기업회생절차는 금융투자업계에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다. MBK는 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해 자구책 없이 기업회생제도를 악용해 금융채권에 한정된 기업회생을 신청해 채권 손실 등이 발생하는 책임을 금융투자업계에 떠넘겼기 때문이다. 

홈플러스의 금융채권은 현재 카드대금채권을 기초로 ABSTB 4019억원, 기업어음(CP) 1160억원, 전자단기사채(STB)780억원 등 약 6000억원 규모다. 

증권사들은 공동회의를 열고 고소를 검토 중이다. 마지막까지 찍어낸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가 금융채권으로 분류될 경우 투자자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은행들도 MBK가 엎지른 물을 닦고 있다. 홈플러스 어음을 부도처리하는 한편, 납품 대금, 이자 연체 등 어려움을 겪는 협력 업체들을 위한 금융 지원에 나서 피해 줄이기에 동참하고 있다. 

자금사정이 악화하자 최대주주 MBK가 자구책 마련 대신 금융비용 절감만을 위해 부분회생제도를 택한 결과다. 기업회생 신청 시, 상사채권‧임금채권은 보호받는 반면 금융부채는 상환이 유예된다. 인수전략 실패비용을 금융기관과 개인채권투자자들에게 전가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실상 MBK는 실적 좋은 홈플러스 영업점 20여개를 매각하며 2015년 인수 당시 투입된 4조원 이상 자금을 이미 회수했을 뿐더러, MBK가 지난 2013년 조성해 홈플러스에 투자한 3호펀드는 이미 다른 포트폴리오사들의 투자금 회수에서 크게 성공해 내부수익률(IRR) 28%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MBK는 3호펀드를 운용하면서 지난해 9월 말 기준 운용 보수로 2억5000만달러(현재 환율 약 3630억원), 성과 보수로 5억3000만달러(약 7695억원)가량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합계 1조1325억원으로 11년간 연평균 1000억원이 넘는 수준이다. 

이를 토대로 보면 MBK의 기습적인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으로 국내 대형마트 2위인 홈플러스는 나락으로 떨어졌으나 대주주인 MBK는 손해를 본 게 없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다. 

투자자만 전전긍긍… 홈플러스 논란에도 MBK, CJ 바이오에 5조 '베팅'

MBK파트너스가 인수 희망가 5~6조원대 '빅딜'로 분류되는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 인수를 추진하는 점을 봐도 홈플러스 금융비용을 자체적으로 처리할 여력이 없다고 보기는 힘들다. MBK가 투자한 기업 중 하나인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의 신규 매장 오픈 소식도 이어지고 있다. 자구책 마련 없이 회생 법원으로 직행해 금융투자업계와 개인투자자들에게 손실 여파를 전가에 대해 비판이 커지는 이유다. 

특히, BHC룹서 일어났던 폭리·갑질 등 '가맹점주 쥐어짜기' 논란이 재점화하면서 국가 전략 산업에 밀접한 고려아연 인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논란이 끊이질 않는 상황서 MBK투자 기업의 순손실 지속 및  과도한 인력 자산 구조 조정에 대한 불안한 시선도 거둬지지 않아서다. /boyeon@sedaily.com

[ⓒ 서울경제TV(www.sentv.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자 전체보기

기자 프로필 사진

김보연 기자

boyeon@sedaily.com 02) 3153-2610

이 기자의 기사를 구독하시려면 구독 신청 버튼을 눌러주세요.

페이스북 공유하기 X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네이버 블로그 공유하기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

주요뉴스

오늘의 날씨 

마포구 상암동

강수확률 %

공지사항

더보기 +

이 시각 이후 방송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