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부진 속 '사즉생' 각오...시장 기대감 상승

경제·산업 입력 2025-03-23 10:50:28 수정 2025-03-23 10:51:11 김수윤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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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고강도 메시지 이후 주가 상승
외국인 매수세에 '6만전자' 넘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서울경제TV]

[서울경제TV=김수윤 인턴기자] 주력인 반도체 사업의 부진 등으로 복합 위기에 처한 삼성전자가 '사즉생'의 각오를 다지며 '반도체의 봄'을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이례적인 고강도 메시지가 알려진 이후 주주총회와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GTC) 등의 이벤트가 이어지고 모건스탠리의 투자의견 상향 등 호재가 더해지며 시장의 기대감도 커지는 모습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5만원대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여만인 지난 20일 종가 기준으로 6만원선을 넘어섰고, 지난 21일에는 전일 대비 2.49% 오른 6만17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그간 매도 흐름을 보이던 외국인 투자자들도 지난 17일부터는 5거래일 연속 순매수세를 보였다.

지난 17일 이 회장이 최근 삼성 임원들을 대상으로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고 질책하며 "경영진부터 철저히 반성하고 '사즉생'의 각오로 과감하게 행동할 때"라고 강도 높은 쇄신 메시지를 내놓은 사실이 알려지며 시장이 먼저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임원 대상 세미나에서 공개된 영상 메시지에서 "위기 때마다 작동하던 삼성 고유의 회복력은 보이지 않는다"며 "당장의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회장의 메시지가 공개된 이틀 뒤인 지난 19일 열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인수·합병(M&A)과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 경쟁력 등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경영진의 다짐도 이어졌다.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부회장)은 "경영진과 임직원 모두 주가 회복의 가장 확실한 열쇠가 시장 기대에 부합하는 실적과 기술 경쟁력 회복임을 잘 알고 있다"며 "올해 반드시 근원적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견조한 실적을 달성해 주가를 회복시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올해는 더 유의미한 M&A를 추진해 가시적 성과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사업의 수장인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도 "빠르면 2분기, 늦어도 하반기부터는 (HBM 5세대인) HBM3E 12단 제품이 시장에서 분명히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HBM 6세대인) HBM4, 커스텀(맞춤형) HBM 등 신시장에 대해서는 작년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차질없이 계획대로 개발하고 양산할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번 주총에서 전 부회장과 송재혁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반도체연구소장(사장),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를 신규 이사로 선임하며 이사회 내 반도체 기술 전문가를 보강했다.

이 같은 삼성전자의 뼈저린 반성 및 위기 극복 의지와 맞물려 최근 잇따른 이벤트도 호재로 작용하며 삼성전자의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19일(현지시간) 연례 개발자 회의(GTC) 기자간담회에서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블랙웰 울트라에 삼성전자 HBM3E가 탑재될 가능성에 대해 "삼성의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며 "삼성은 베이스다이에서 ASIC(맞춤형 칩)와 메모리를 결합하는 능력이 있다"고 언급했다.

퀄테스트(품질 인증) 중인 HBM3E의 납품 시기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시장은 비교적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젠슨 황은 이후 부스 투어에서도 엔비디아의 최신 게임용 그래픽 카드에 탑재되는 삼성전자의 그래픽 메모리 GDDR7에 사인하며 'GDDR7 최고(Rocks)!'라고 남기며 삼성전자와의 협력 관계를 재확인했다.

여기에 지난해 반도체에 대해 비관적 전망을 내놓으며 '반도체 겨울론'을 확산시킨 모건스탠리는 지난 18일 보고서를 내고 "솔직히 반도체 산업이 바닥을 쳤다고 말할 상황은 아니지만 시장은 빠르게 '계곡'(침체 상황) 너머를 보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6만5000원에서 7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풍향계'로 꼽히는 미국 마이크론도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호실적을 내놓은 상태다. 마이크론은 20일(현지시간) 발표한 2025 회계연도 2분기(12∼2월) 실적 발표에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HBM 매출이 10억달러를 돌파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2분기 일반 D램 가격은 0∼5% 하락, HBM을 포함한 가격은 3∼8% 상승할 것으로 가격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종전전망치는 일반 D램 가격은 3∼8% 하락, HBM 포함 가격은 전분기 수준이었다.

낸드 역시 최근 미국 샌디스크가 4월부터 가격을 10% 인상한다고 고객에게 서한을 보내는 등 가격이 회복되고 시장 수급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트렌드포스의 전망치 중간값을 적용하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14% 상향 조정된다"며 "최근 레거시(범용) 메모리 업황의 조기 안정화 시그널을 기반으로 추정치의 상향 조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세트 수요 회복 지연 등은 여전한 상황이다. 차용호 LS증권 연구원은 "현재 메모리 산업은 레거시 반등 기대감 형성의 구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2분기부터 나타날 컨벤셔널(일반) D램 가격 하락폭 축소가 추세적인 반등까지 이어진다고 확신하기에는 이른 구간"이라고 말했다.
/suy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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