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자산관리 전면전…PB·WM 고객 잡기 나섰다

금융·증권 입력 2025-04-09 07:00:07 수정 2025-04-09 07:00:07 김수윤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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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은행, 일반 점포 줄고 PB센터 증가
비이자수익 및 퇴직 자산 확보…수수료 기반 사업 강화
증권사도 WM 시장 확보 나서…경쟁 확대
전문가 "WM시장, 더 성장할 것…구조 혁신이 열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울경제TV=김수윤 인턴기자] 은행권이 자산관리(WM)와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초고액 자산가와 퇴직 자산가를 확보하기 위한 금융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은행권에선 단순 상품 판매를 넘어 생애주기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 솔루션 제공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아울러 PB를 전담창구로 두면서도, WM센터 또는 자산관리 부서를 별도로 운영하며 고객 맞춤형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PB와 WM은 모두 자산가를 위한 맞춤형 금융 서비스다. 한 은행 관계자는 “두 영역은 비슷하지만 PB는 고객 전담 관리 중심, WM은 자산 포트폴리오 설계 중심이라는 점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은행권은 두 영역을 분리 혹은 연계해 서비스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 지점 줄고 PB센터 늘어…은행권, WM 인프라 확대 가속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의 전국 지점은 2017년 3분기 기준 3226곳에서 2024년 4분기 기준 2407곳으로, 8년새 약 819곳(25%) 줄었다. 반면, 2024년 4분기 기준 4대 은행의 PB 센터는 95곳으로, 2018년 4분기(75곳)과 비교해 같은 기간 약 20%(20곳) 늘었다.

KB국민은행은 전국 주요 거점에 ‘골드앤와이즈(Gold&Wise) 센터’를 운영해 WM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당 센터에서 투자 자문뿐 아니라 세무, 부동산, 상속·증여 등 복합적인 컨설팅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PB는 고객의 자산 규모와 니즈에 따라 WM 전문가와의 협업을 통해 솔루션을 제공한다.

신한은행은 'PWM(Private Wealth Management)' 브랜드 아래 PB와 WM을 통합 운영하고 있다. 일정 자산 이상을 보유한 고객은 PB를 통해 투자 자문을 받고, 필요한 경우 PWM센터의 세무사, 회계사, 변호사와 연결돼 맞춤형 상담을 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은 ‘클럽원(Club1)’ 브랜드를 통해 초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WM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자산관리뿐 아니라 가업 승계, 가문 컨설팅까지도 지원한다.

우리은행도 ‘투체어스(TWO CHAIRS)’ 브랜드를 출범하고, 은행, 증권, 부동산, 보험 등과 관련된 상품 제공 및 1:1상담을 통한 운용 및 각종 법률 및 세무 상담까지 제공하는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투체어스 익스클루시브(TWO CHAIRS EXCLUSIVE)’ 지점을 3곳 운영하며 ‘초고액자산가’를 위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PB센터 운영을 통해 은행권은 비이자수익을 확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대 은행의 지난해 기준 비이자이익은 3조6891억원에 달했다. 가장 높은 비이자이익을 달성한 곳은 국민은행(1조1130억원)이며 우리은행(1조710억원)이 뒤를 이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WM 수수료이익으로만 3060억원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도 정상혁 은행장 취임 이후, WM부문의 대대적인 강화를 통해 수수료 수익 증가를 이뤄냈고, 지난해 5206억원의 비이자이익을 기록했다. 하나은행도 9845억의 비이자이익을 달성했다.

▲ “비이자수익·퇴직 자산가 확보“…은행권 WM 전략확대 이유

은행권이 WM과 PB 서비스를 확대하는 배경에는 저금리·저성장 기조 속에서 '비이자 수익 확대'라는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한편, 지난해 4대 은행 이자이익은 34조3616억원에 달했고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예대마진 중심의 수익구조는 금융당국의 압박과 시장경제의 변화 등에 따른 시중금리 상황에 따라 변동이 크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은행권에선 자산관리와 같은 수수료 기반 사업을 강화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특히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부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자산 있는 고객'에 집중해 장기 고객으로 유치하는 전략이 중요해졌다. 단순 금융상품 판매를 넘어 세무·상속·은퇴 설계 등 생애주기 전반을 아우르는 WM 서비스는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인 수단으로 평가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요즘 고객들은 단순히 수익률 높은 상품을 찾기보다 종합적인 자산 솔루션을 원한다”며 “PB가 고객과 신뢰를 쌓고, WM 조직이 그 위에서 정교한 전략을 설계하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기에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본격화도 은행권의 WM 전략 확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은퇴 이후 안정적인 자산 운용, 연금 수령, 상속·증여 컨설팅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필요로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은퇴한 고객이 연금 수령 계좌 개설을 위해 내점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WM 상담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전에는 초고액 자산가 중심의 서비스였다면, 이제는 ‘퇴직 자산가’ 중심의 자산관리 시장으로도 확장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배경으로는 증권사와의 경쟁 심화가 꼽힌다.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이 고액 자산가를 위한 프라이빗뱅킹 센터를 강화하고, 글로벌 자산배분·세무 자문 등 고도화된 WM 서비스를 앞세우며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관계자는 “예전에는 은행에 예금하고, 증권사에 투자하는 고객이 구분됐지만 이제는 증권사가 은행 수준의 종합 자산관리 역량을 확보하면서 고객 유치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 “상품만으론 부족”…대체투자·PB전문가 육성 등 전략 다양화

이처럼 금융권 내 PB·WM고객 확보 경쟁이 격화되면서 은행권은 단순한 금융 상품 판매를 넘어선 다양한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먼저, 고액 자산가를 위한 차별화된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대체 투자’ 자산군을 적극 제시하고 있다. 미술품, 금, 부동산, 벤처펀드, PEF(사모펀드) 등 시장 변동성과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을 통해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리스크 헤지를 동시에 꾀하는 방식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2022년 2월 ‘하나아트뱅크’ 브랜드를 공식 출범하고, △아트 어드바이저리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나은행 제휴처를 통해 미술품 가치평가·감정부터 거래까지 컨설팅) △VIP 손님을 위한 수장고 △예술 관련 콘텐츠 제공 △하나아트클럽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트 페어 도쿄' 현장.[사진=하나은행]

아울러 지난 2018년 개점한 WM 특화점포 ‘플레이스원(PLACE 1)에서 유명 작가의 전시회를 개최해 VIP 고객이 금융업무와 문화생활을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 3월엔 하나아트클럽 회원(PB거래 손님 대상)들과 함께 일본 도쿄에서 ’해외 아트 투어 서비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해당 서비스는 2019년 홍콩아트바젤투어가 처음이고, 2023년과 2024년에도 홍콩에서 열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초고액 자산가일수록 금융자산 비중보다 실물자산이나 비상장 자산에 관심이 많다”며 “최근에는 고객 성향에 따라 미술품 공동 투자, 프라이빗 아트세일 중개, 글로벌 PEF 추천까지 고도화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 ‘YOUNG PB’ 3기 임명식에서 PB로 선발된 직원들과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신한은행]

뿐만 아니라, PB 서비스에 특화된 전문 인력 양성에 힘쓰고 있다. 

신한은행은 2022년부터 최근 증가하고 있는 ‘뉴리치’(자수성가, 스타트업 경영 등을 통해 부를 축적한 젊은 자산가) 고객들과 트렌드를 공유하면서 이들의 성향에 맞춰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YOUNG PB’를 선발해 육성하고 있다. 신한은행 ‘YOUNG PB’들은 본부부서 및 신한 프리미어 PWM 센터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맞춤형 포트폴리오 제안 △세미나 지원 △아트페어 개최 등 ‘뉴리치’ 고객들에게 특화된 금융 및 비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중장기 성장 지속”…WM시장, 구조 혁신이 열쇠

전문가들은 WM시장의 중장기적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WM 시장은 중장기적으로 볼 때 국내 금융자산이 축적되고 이에 따른 자산관리 수요가 확대되면서 계속 성장할 것은 자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WM서비스의 혁신을 위해서는 △은행 본부 주도의 모델 포트폴리오 영업체계 구축 △보수적 상품 소싱 프로세스 확립 △자산관리조직 개편 및 전문인력 양성 △고객군별 영업방식 변화 등의 역량 강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suy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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