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4人4色 | 김춘학] 문화다양성을 실험하는 가장 작은 단위, 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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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5-07-05 22:22:12
수정 2025-07-05 22:22:12
이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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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학 로컬리스트

협동조합은 ‘함께 잘 살기’ 위한 경제 모델인 동시에, 다름을 존중하며 공존하는 사회의 축소판이다. 자본 중심의 시장경제가 불평등과 배제를 양산하는 현실에서, 협동조합은 구성원들이 공동의 문제를 민주적으로 해결하는 대안 조직으로 성장해 왔다.
올해는 2012년 UN이 선포한 세계협동조합의 해에 이은 제2차 세계협동조합의 해이며, 7월 첫째 주는 전국적으로 ‘협동조합 주간’으로 기념된다. 이를 맞아 필자는 협동조합을 단지 사회적경제의 수단이 아닌, 문화다양성의 관점으로 다시 들여다보고자 한다.
문화다양성이란 단지 이주민이나 외국인에 대한 관용을 뜻하지 않는다. 인종, 종교, 세대, 젠더, 장애 유무, 지역 출신, 언어, 학력, 경제력 등 삶을 구성하는 수많은 다름이 공존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다.
이러한 차이들이 교차하는 공간에서 ‘차별’은 자주 발생하고, ‘다름’은 조용히 배제된다. 협동조합은 바로 이런 현실 속에서 각자의 삶을 존중하고, 차이를 전제로 협력하는 구조를 실험하는 장이다.
세계 최대 협동조합 기업 중 하나인 스페인 몬드라곤 협동조합은 다양한 배경의 노동자들이 ‘1인 1표’의 원칙 아래 경영에 참여하고, 부와 고용을 지역에 분산시키며 경제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다. 이들은 신입 조합원에게 문화 교육과 민주주의 교육을 병행하며, 단순한 노동의 협동을 넘어 정체성과 가치의 공존을 실현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협동조합 생태계도 점차 다양화되고 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마을형 협동조합, 청년과 예술인 중심의 문화예술 협동조합, 돌봄·복지를 실현하는 사회적협동조합 등 다채로운 형태로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여전히 익숙한 과제가 존재한다. 나이 든 남성 중심의 리더십, 소수 의견의 침묵, 청년·장애인·이주민 등의 형식적 참여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다. ‘누구나 환영한다’는 말 뒤에는 익숙한 언어와 방식을 따라야 하는 무언의 경계가 놓여 있다.
이제 협동조합이 문화다양성의 관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려면, 형식적 참여를 넘어 실질적 포용으로 나아가야 한다. “누가 말하고, 누가 듣는가”, “누구의 경험이 중심에 있고, 누구의 삶이 주변화되는가”에 대한 질문이 필요하다.
구성원의 다양성이 구조적으로 반영되는 리더십, 차이를 자산으로 전환하는 운영방식, 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협동은 느리고, 때로는 갈등이 많다. 그러나 그 갈등을 헤쳐 가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타인을 이해하게 되고, 민주주의는 일상의 언어로 번역된다.
협동조합은 자본의 논리보다 사람 사이의 신뢰가 중심인 조직이며, 문화다양성이 가장 현실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 생활 단위이기도 하다. 협동조합 주간을 맞아 사회적경제 활동가뿐 아니라, 이 글을 읽는 우리 모두에게 묻고 싶다.
우리는 진정, 다름을 존중하며 협동하고 있는가?
▲ 김춘학 로컬리스트
·다이룸협동조합 이사장
·다이룸문화예술교육연구소 대표
·군산시 정책자문단 위원
·다문화사회전문가
·문화기획자
'문화 4人4色'은 전북 문화·예술 분야의 네 전문가가 도민에게 문화의 다양한 시각과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매주 한 차례씩 기고, 생생한 리뷰, 기획기사 등의 형태로 진행됩니다. 본 기고는 본지의 취재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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