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4人4色 | 김춘학] 작은 길에서 피어나는 사색과 치유의 여정, 서해랑길 군산

전국 입력 2025-06-07 14:11:08 수정 2025-06-07 14:11:08 이경선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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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학 로컬리스트

김춘학 로컬리스트

대한민국의 외곽을 하나로 잇는 초장거리 걷기길, 코리아둘레길을 들어본 적 있는가. 이 길은 동해의 해파랑길, 남해의 남파랑길, 서해의 서해랑길, 그리고 비무장지대의 DMZ 평화의 길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길이는 약 4,500km에 이른다. 단순히 한반도를 빙 도는 길이 아닌, ‘대한민국을 재발견하며 함께 걷는 길’을 비전으로 삼고 평화, 만남, 치유, 상생이라는 네 가지 가치를 품고 있다.

각 지역의 길마다 고유한 풍경과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해파랑길에서는 동해의 일출과 푸른 파도를, 남파랑길에서는 한려해상의 수려한 풍광을 만날 수 있다. 서해랑길은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갯벌과 황홀한 석양을 품고 있고, DMZ 평화의 길은 분단의 아픔과 평화에 대한 염원이 함께 흐른다.

그중에서도 서해랑길은 전남 해남 땅끝탑에서 인천 강화까지 이어지는 109개 코스, 총 1,800km의 길이다. 이 길은 서해의 넓은 품과 함께 걷는 여정으로, 자연과 역사, 문화를 동시에 만나는 특별한 체험을 선사한다.

그중 군산 구간(53~55코스)은 더욱 특별하다. 도심의 번잡함을 벗어나 생태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53코스는 군산호수와 갈대밭을 따라 이어지며, 은빛 물결이 일렁이는 가을의 갈대숲 속을 걷는 순간은 자연이 건네는 위로와 같다.

54코스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역사·문화의 길이다. 근대문화유산이 남아 있는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군산의 기억을 따라가게 된다. 봄에는 벚꽃, 가을에는 단풍으로 물드는 월명공원 정상에 오르면 금강과 서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55코스에 접어들면 과거와 현재가 교차한다. 뜬다리부두, 경암동 철길마을, 채만식문학관 등이 길 위에 점처럼 이어지며, 걷는 내내 한 권의 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 길은 단순한 관광 코스가 아니다. 걷는 동안 느끼는 신체의 회복,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 그리고 길 위에서 만난 이들과의 소중한 순간들은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또 하나의 경험이다.

특히 군산 구간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서해랑길 클린워킹’은 걸으며 건강을 챙기고, 지구를 위한 작은 실천을 함께한다. ‘나도 작가 프로그램’은 걸음마다 담긴 나만의 이야기를 포토북으로 만들어 삶의 순간을 기록한다. ‘랑·랑·랑’은 반려동물과 함께 걷는 프로그램으로, 길 위에서 소중한 추억을 남긴다.

이제, 한 걸음 내딛어 보자. 작은 길에서 시작되는 이 특별한 여정은 건강을 살리고, 자연과 연결되며, 나와 우리를 이어주는 삶의 통로가 되어줄 것이다. 길 위에서 마주치는 풍경은 단순한 경관이 아닌, 나와 대화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그 길 끝에서 우리는, 조금 더 나은 나, 그리고 우리를 만나게 될 것이다.

▲ 김춘학 로컬리스트
·다이룸협동조합 이사장
·다이룸문화예술교육연구소 대표
·군산시 정책자문단 위원
·다문화사회전문가 
·문화기획자

'문화 4人4色'은 전북 문화·예술 분야의 네 전문가가 도민에게 문화의 다양한 시각과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매주 한 차례씩 기고, 생생한 리뷰, 기획기사 등의 형태로 진행됩니다. 본 기고는 본지의 취재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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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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