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여수MBC 이전, 즉각 철회하라”…삭발로 전한 지역의 민심

전국 입력 2025-07-23 14:45:48 수정 2025-07-23 15:42:59 고병채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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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개 시민단체 참여…이전 반대 한목소리
백인숙 의장, 예고 없이 삭발 결단…현장에 침묵과 탄식 번져

23일 여수시의회 앞에서 열린 ‘여수MBC 이전 철회 촉구 규탄대회 및 삭발식’에서 백인숙 의장과 문갑태 부의장이 삭발식을 하고 있다. 전기바리깡 소리만 울려 퍼진 현장은 조용하고 단호했다. [사진=고병채 기자]

[서울경제TV 광주·전남=고병채 기자] 23일 오전, 전남 여수시의회 앞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 북과 꽹과리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수우도풍물굿보존회의 풍물패가 북과 꽹과리를 두드리고 장단을 맞추며 의회 앞을 여러 바퀴 돌고 있다. 전통 악기의 울림은 단순한 공연을 넘어, 시민들의 분노와 염원을 알리는 신호처럼 공간을 가득 채웠다.

고용진 여수시의회 운영위원장의 사회로 본 행사가 시작됐다. 여수MBC의 순천 이전 계획을 철회하라는 취지로 여수시의회와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여수MBC사우회가 공동 주최한 이번 규탄대회에는 시의원 전원과 시민 200여 명이 모였다.

여수시의회 앞 계단에는 자리가 모자랄 만큼 많은 시민들과 각종 피켓들이 모였다.

첫 번째 발언은 백인숙 여수시의회 의장이 맡았다.
“여수MBC는 단순한 방송사가 아닙니다. 여수시민과 55년을 함께 걸어온 공영방송입니다. 그런데 지금 그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백인숙 의장은 단호하게 말했다. “사전 협의도 없이 시민 의견 한 줄 없이 진행된 이전 계획은 시민을 배제한 결정입니다.”

이어서 문갑태 부의장도 “MBC는 여수에서 55년을 함께해왔습니다. 이제 와서 여수시민 곁을 떠난다면 공영방송이라 할 수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발언은 이어졌다. 여수MBC 사우회와 여수시종고회 이기동 회장이 단상에 올라 여수MBC 순천이전 반대를 목놓아 외쳤다.

23일 여수시의회 앞에서 열린 ‘여수MBC 이전 철회 촉구 규탄대회 및 삭발식’에서 참석자들이 "여수MBC는 여수시민과 함께하라!", “여수MBC 이전 계획 즉각 철회하라!”고 외치고 있다. [사진=고병채 기자]


분위기가 고조되자 사회자는 참석자 전원과 함께 구호 제창을 요청했다.
“여수MBC는 여수시민과 함께하라!”
“여수MBC 이전 계획 즉각 철회하라!”
수차례 반복된 구호는 현장의 공기를 더욱 뜨겁게 달궜다.

그리고 마지막 순서로 삭발식이 예고됐다.
백인숙 의장이 직접 삭발에 나서겠다고 밝히자, 장내는 일순간 술렁였다.
예상치 못한 결단에 놀라움과 안타까움, 당혹스러움과 미안함 등 복잡한 감정이 겹쳐진 탄식이 곳곳에서 새어 나왔다.

23일 여수시의회 앞에서 열린 ‘여수MBC 이전 철회 촉구 규탄대회 및 삭발식’에서 백인숙 의장이 삭발식을 하고 있다. 전기바리깡 소리만 울려 퍼진 현장은 조용하고 단호했다. [사진=고병채 기자]

흰 보자기를 두른 백인숙 의장이 의자에 앉고, 문갑태 부의장도 그 옆에 자리했다.
김겸 헤어포레 대표가 전기바리깡을 들고 조용히 다가섰다.

‘위이잉…’

바리깡 소리가 시작되자 현장은 다시 조용해졌다.
머리카락이 바닥에 떨어질 때마다 시민들의 표정에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스쳤다.
단호한 눈빛을 잃지 않은 백 의장의 얼굴에 드러난 결의는 주변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탄성과 안타까움이 얇은 숨소리처럼 퍼져나갔다.

구호도, 박수도 없었다.
그저 조용히 흐르는 시간 속에 여수시민들의 여수MBC에 대한 애착과 이전 반대에 대한 결의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삭발이 마무리된 후에도 몇몇 시민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계단 위에서 여수MBC 카메라를 바라봤다.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시민들은 지역의 목소리를 지키려는 움직임에 끝까지 함께했다. /terryk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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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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