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4人4色 | 전승훈] 우리 이야기의 주인공은 당연히 지금, 우리다

전국 입력 2025-07-26 10:00:03 수정 2025-07-26 10:00:03 이경선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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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훈 원광대학교 글로벌 K-컬처 사업단 기획행정실장

전승훈 원광대학교 글로벌 K-컬처 사업단 기획행정실장

올해 들어 필자는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에서 주관하는 <2025 전북형 마을문학 프로젝트>의 심의위원이자 전문가 워킹그룹(채록/집필 분야)의 일원으로 함께하게 되었다. 이 사업은 인구 감소로 희미해져 가는 마을의 이야기를 문학과 예술 작품으로 재구성해, 마을문화의 숨겨진 가치를 새롭게 밝혀내고자 하는 의미 있는 시도다.

이 사업은 도내 인구감소지역 10개 마을을 대상으로 추진된다. 또한 운영단체 3개를 선정해 마을 규모에 따라 각각 2억100만 원에서 1억5400만 원까지의 보조금을 지원하게 되었다. 총 사업비만 6억 원 규모에 달하는 문화예술분야 대규모 사업이다.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은 이번 사업을 통해 마을의 이야기가 단지 사라져가는 과거가 아닌, 지속가능한 문화자원으로서 현재와 미래를 이어줄 수 있기를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생활인구의 증가라는 효과까지도 모색해 보고자 하는 고민이 본 사업에는 녹아있다.

다만, <2025 전북형 마을문학 프로젝트> 사업의 전문가 워킹그룹으로 참여하고 있는 필자도 워킹그룹 간담회에서 이런 의견을 내놓은 바가 있다. “이 사업이 과연 ‘마을문학’프로젝트여야 하는가. 아니면 ‘마을문화’프로젝트여야 하는가”라고 말이다.

본 사업에 참여한 마을과 운영단체는 6개월의 짧은 기간 동안 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다. 먼저 예술가들과 주민들의 관계 형성을 위한 ‘주민 참여형 공감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그리고 기존의 기록(記錄)을 넘어서 예술가의 시선으로 마을의 가치를 발견(發見)하기 위한 ‘마을 이야기 구술·채록’ 활동이 진행된다.

나아가 구술·채록 활동에서 발견한 마을의 특성을 토대로 보편적 가치를 담아 공감(共感)과 확산(擴散)의 매개로 활용할 ‘마을 문학집 발간’까지가 주된 사업 구성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우수(優秀)라는 표현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발굴된 마을 자원 중 다른 장르의 문화예술콘텐츠로 발전시킬 수 있는 자원이 있다면 이를 시도해 보는 '우수사례 콘텐츠화'의 과정이 더해져 전체 사업이 진행된다.

필자 또한 문학 장르로 부끄럽게나마 ‘예술인활동증명’을 받아 활동하고 있고, 위 사업과 유사한 사업에 여러 차례 참여한 바가 있어 <2025 전북형 마을문학 프로젝트> 전문가 워킹그룹으로 참여하게 되었지만, 마을의 자원을 문화예술콘텐츠로 만드는 과정에서 솔직히 ‘문학 장르’만이 주(主)를 이룰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문학 장르의 작가(作家)로서 가진 장점은 있었다. 예술가의 시선으로 마을과 주민 개개인의 가치를 발견하기 위한 과정을 진행할 때, 이른바 “문학적 상상력”은 예리하고도 섬세하게 그 지점을 보듬어내는 훌륭한 촉매제의 역할을 하곤 했다. 

또한, 타 장르의 예술가들과 협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는 그들이 발견한 영감(靈感)을 구체화, 체계화시켜 주는 단계를 주도하고, 방향을 잡아주는 것도 문학 작가가 할 수 있는 역할 중 하나일 것이다. 따라서 본 사업 또한 마을 문학집 발간 이후에 우수사례 콘텐츠화라는 단계를 밟도록 구성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본 사업의 궁극적인 목적이 “인구감소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마을과 그 이야기를 문화예술콘텐츠로 활용해 지속가능한 자원으로 발전시켜 인구감소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한편, 생활인구의 증가”라면, 굳이 ‘마을 문학집 발간’이라는 결과에만 본 사업에 방점(傍點)이 찍힐 이유는 없다. 문학은 물론, 타 장르의 예술인까지 저마다의 시선과 상상력으로 마을을 만나고, 다채롭게 관계를 맺어 표현하는 과정을 통한 다양한 결과물의 구현이 본 사업에는 조금 더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비록 올해에는 <마을문학 프로젝트>로 이미 정해졌고, 의도치 않았으나 꼭 필요했던 조기 대선(大選)의 영향으로 인해 사업 기간마저 부족하니 내년에는 꼭 <마을문화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본 사업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문학은 물론, 다양한 예술이 만나고 융합하여, 마을 주민들과 예술가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현재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게 할 것이다.

더불어, 필자는 며칠 전에 열렸던 <2025 전북형 마을문학 프로젝트>의 킥오프 워크숍에서 이런 말을 했다. “이 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우리는 주로 과거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과거란 그 당시 시점에서 보면 현재이고, 현재는 과거의 누군가가 꿈꾸던 미래일 것입니다. 그러니 결국 현재란 곧 과거이자 미래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하신 예술가분들과 마을 어르신의 만남도 그렇게 되면 좋겠습니다. 이 순간도 10년, 20년 후 미래엔 멋진 과거로 남게 될 것입니다. 이 또한 하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도록, 예술가분들과 마을 어르신들이 이 사업을 통해 아름다운 현재의 인연을 만드셨으면 합니다”

우리는 종종 과거라는 역사가 가진 위상(位相)에 매몰되어, 지금 숨 쉬며 살아가고 있는 오늘, 이 순간과 우리들의 가치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싶다.

하지만 진정한 이야기는 과거가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삶 속에서 탄생한다. 이 순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너와 나에게 주목할 때, 진정한 주인공은 바로 “우리”가 된다. 이번의 소중한 만남이 미래까지 이어지는 귀한 가치의 첫걸음이 되었으면 한다.

▲ 전승훈 원광대학교 글로벌 K-컬처 사업단 기획행정실장
·문화통신사협동조합 전략기획실장
·익산시문화도시 지원센터 사무국장
·원광대학교 HK+지역인문학센터 행정실장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 심의위원
·익산시민역사기록관 운영위원
·부안군문화재단 전문위원

'문화 4人4色'은 전북 문화·예술 분야의 네 전문가가 도민에게 문화의 다양한 시각과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매주 한 차례씩 기고, 생생한 리뷰, 기획기사 등의 형태로 진행됩니다. 본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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