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 김헌정 교수 연구팀, 상식 뒤엎는 '대칭 구조' 물질에서 세계 최초 전류 변환 기술 발견

전국 입력 2025-08-28 11:16:39 수정 2025-08-28 11:16:39 김정희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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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 연이어 게재
기존 물리학 법칙 거스르는‘동적 대칭 깨짐’현상 규명, 차세대 양자 기술 및
테라헤르츠(THz) 소자 응용 기대


[서울경제TV 대구=김정희 기자] 전기는 한쪽 방향으로만 흐르는 ‘직류(DC)’와 주기적으로 방향을 바꾸는 ‘교류(AC)’로 나뉜다. 우리가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는 교류이며,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기기는 이를 직류로 변환하여 사용한다.

이때 교류를 직류로 바꾸는 과정을 ‘정류(Rectification)’라 하며, 이는 비대칭 구조를 가진 다이오드(Diode)와 같은 소자에서만 가능하다고 알려져 왔다.

그런데 최근 대구대학교 연구팀이 이러한 과학계의 오랜 상식을 뒤엎는 획기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대구대학교 에너지배터리학과 김헌정 교수 연구팀(제1저자: 유수프 아데예미 살라우 박사과정생)은 내부에 비대칭 구조가 전혀 없는, 완벽한 ‘중심 대칭 구조’를 가진 차세대 신소재 ‘바일 금속(Weyl metal)’에서 세계 최초로 정류 현상을 발견하고 그 원리를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물리학 및 재료과학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되었으며, 후속 연구 결과 역시 세계적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에 게재될 예정이다. 이는 대구대학교 연구팀의 연구가 독창성과 학술적 중요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전기의 흐름을 바꾸는 '정류 효과', 기존의 상식을 깨다

전류가 한쪽으로만 흐르도록 하는 정류 효과는 현대 전자공학의 핵심이다. 이는 마치 일방통행 도로처럼 전류가 한 방향으로만 지나가게 만드는 것과 같다.

지금까지 과학계에서는 이러한 일방통행 도로(비대칭 구조)가 있어야만 정류 현상이 일어난다고 믿어왔다. 즉, 구조적으로 대칭인 물질에서는 전류가 양방향으로 자유롭게 흘러야 하며, 정류는 원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하지만 김헌정 교수 연구팀은 지르코늄 펜타텔루라이드(ZrTe5)라는 바일 금속 물질을 이용한 실험에서 이러한 통념을 완전히 뒤집었다.

ZrTe5는 원자 배열이 완벽한 중심 대칭을 이루고 있어 기존 이론에 따르면 정류 현상이 절대 나타날 수 없는 물질이다. 연구팀은 이 물질에 교류 전류를 흘려주었을 때, 놀랍게도 직류 전압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양쪽으로 뚫린 터널에서 차들이 한쪽으로만 나오는 것과 같은, 놀라운 발견이었다.

동적 대칭 깨짐: 물질 스스로 대칭을 무너뜨리다

그렇다면 어떻게 완벽한 대칭 구조의 물질에서 정류 현상이 가능했을까? 연구팀은 그 해답이 ‘동적 대칭 깨짐(Dynamic Symmetry Breaking)’ 이라는 새로운 물리 현상에 있음을 밝혀냈다.

이는 물질에 가해지는 교류 전류의 세기가 특정 임계점(Jc)을 넘어서는 순간, 물질 내부의 전기장 상태가 스스로 대칭적인 상태를 무너뜨리고 비대칭적인 상태로 전환되는 현상을 말한다.

물질의 원자 구조 자체가 변하는 것이 아니라, 전류에 의해 유도된 동적인 상태 변화가 마치 비대칭 구조를 가진 것처럼 만들어 정류 현상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김헌정 교수는 "완벽하게 균형 잡힌 팽이가 천천히 돌 때는 안정적인 대칭을 유지하지만, 아주 강한 힘으로 돌리면 비틀거리며 비대칭적인 운동을 보이는 것과 유사한 원리"라고 설명하며, "우리는 외부 전류라는 힘을 이용해 물질 스스로 자신의 대칭성을 깨뜨리는 새로운 전기적 스위치를 발견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동적 대칭 깨짐 현상은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방식의 정류 메커니즘일 뿐만 아니라, 특정 조건에서만 작동하도록 제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세계적 학술지가 주목한 연구 성과

김헌정 교수 연구팀의 이번 성과는 단일 발견에 그치지 않고, 두 편의 권위 있는 논문을 통해 그 학술적 깊이와 보편성을 입증했다.

먼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된 논문은 비스무트-안티모니(Bi1−xSbx) 합금에서 이러한 ‘대칭-금지 정류 현상’의 가능성을 세계 최초로 제시하고 이론적 모델을 구축했다.

이어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에 게재될 예정인 논문은 완전히 다른 물질인 ZrTe5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나타남을 증명함으로써 이 현상이 특정 물질에 국한되지 않는 보편적인 원리임을 확립했다. 

특히 이 후속 연구에서는 정류 현상뿐만 아니라 입력된 주파수의 정수배에 해당하는 새로운 주파수 신호(고조파, Higher Harmonics)가 발생하는 것까지 확인했다.

이는 마치 악기가 기본음 외에 다양한 배음을 내는 것과 같으며, 이 시스템이 매우 복잡하고 비선형적인 동적 특성을 가졌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다. 이는 향후 혼돈 이론(Chaos Theory)과 같은 더 깊은 물리 현상 연구로 이어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이번 연구는 대구대학교 에너지배터리학과 김헌정 교수의 지도 아래, 유수프 아데예미 살라우(Yusuff Adeyemi Salawu) 박사과정생이 제1저자로서 연구를 주도했다.

미래 기술의 문을 여는 새로운 가능성

이번 발견은 기초 과학의 지평을 넓혔을 뿐만 아니라, 미래 기술에 적용될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김헌정 교수는 "이번 발견은 마치 완벽하게 둥근 공을 그 모양 그대로 둔 채 한쪽 방향으로만 구르게 만든 것과 같다. 이는 물질에 대한 우리의 근본적인 이해에 도전하는 결과이며, 양자 수준에서 새로운 유형의 전기 스위치를 구현한 것이다.

이 기술은 향후 테라헤르츠(THz) 통신, 에너지 하베스팅, 그리고 기존 반도체의 한계를 뛰어넘는 초고속·저전력 양자 소자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발견한 정류 효과는 외부 전류나 자기장, 온도를 통해 정밀하게 켜고 끌 수 있어,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개념의 전자 소자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1초에 1조 번 진동하는 테라헤르츠파를 제어하는 기술은 차세대 6G 통신, 고해상도 이미징, 보안 검색 등에 필수적인데, 이번 연구 결과는 이 분야에 새로운 돌파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대학교에서 이룬 이번 쾌거는 지역 대학의 연구 역량이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자랑스러운 사례이며, 앞으로 이어질 후속 연구와 기술 상용화에 대한 기대를 한층 높이고 있다. /9551805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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