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이제는 메모리가 핵심…가격 아닌 설루션 경쟁"

[서울경제TV=이채우 인턴기자] 박경 SK하이닉스 비즈니스 인사이트 담당은 4일 "메모리가 인공지능(AI) 시대 '키 컴포넌트'(Key Component·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며 "이는 SK하이닉스의 중요한 변화이자 기회"라고 강조했다.

박 담당은 이날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에서 'AI 서비스 인프라 트렌드와 메모리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에 나서 "과거 (메모리 업체들이) 원가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에 진입했다면, 이제는 어떻게 고객 가치를 창출하고 요구를 해결하는지로 바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데이터센터와 빅테크의 대규모 투자 확대로 메모리의 역할이 '가격 경쟁'에서 '설루션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게 박 담당 설명이다. SK 하이닉스는 단순히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AI 반도체를 공급하는 기업에서 벗어나 고객의 시스템과 워크로드(연산 작업)를 이해하고 설계하는 AI 메모리 크리에이터로 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박 담당은 "올해부터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의 전체 매출 대비 설비투자(캐펙스·CAPEX) 비중이 20%를 넘어서며 투자 경쟁이 점점 커지는 패턴이 나타난다"며 "이런 패턴 하에 반도체 중 메모리의 성장도 의미 있게 나타나는 중"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2030년까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그래픽처리장치(GPU), 주문형 반도체(ASIC)를 중심으로 1조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박 담당은 늘어나는 AI 데이터센터와 빅테크 투자로 메모리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는 '쇼티지(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봤다.

그는 "2030년에 웨이퍼 기준으로 D램이 4100만장이 필요한데 실제 공급 가능한 물량은 3000만장"이라며 "이에 따라 메모리 비즈니스가 과거 '커머디티'(범용 제품)에서, 비즈니스 관계가 강력한 힘을 가진 시장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시장은 고객들이 똑같은 메모리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에 따라 다른 메모리를 조합하거나 맞춤형(커스텀) 메모리를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크리에이터로서 고객과의 기술적 협력과 커스텀 HBM 등을 준비하며 이러한 새로운 시장 상황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박 담당은 "천편일률적 메모리를 탑재하던 하이어라키(계층 구조)가 깨지고, 조합의 시대로 가고 있다"며 "메모리 업체는 이제 어떤 조합이 가장 좋은지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dlcodn1226@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