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강원 무역업계 수출 확대 위한 간담회’ 개최
[서울경제TV=김효진기자] 한국무역협회(무협)는 지난 29일 강원도 원주시 원주 의료기기 테크노밸리에서 정만기 부회장 주재로 ‘수출 확대를 위한 강원 무역업계와의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회의는 수출 기업이 현장에서 겪고 있는 애로와 규제사항을 파악하고자 마련됐으며, 김광수 원주 의료기기 테크노밸리 원장, 우철희 소닉월드 회장을 비롯한 강원 지역 수출 기업인 10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정만기 무협 부회장은 인사말에서 “최근 수출 적자 심화 등 현재 우리 수출 기업은 상당히 어려운 여건 속에 있다”며 “최근 무협이 수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약 25%의 기업들이 회사 경영을 통한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를 겨우 감당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1차 조사에서 이자 비용이 영업 이익을 초과한다고 응답한 기업이 15.1%인 점을 감안하면 수출 기업의 금융 애로가 확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면 수개월 뒤에는 높은 금리의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도산 위기에 처하는 기업들이 많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수출 기업들은 인증 제도와 관련해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의 기업 애로를 전했다. 김현호 미용성형용 실 수출 기업 네오닥터 대표는 “의료기기 인허가중 생물학적 안정성 시험 허가의 경우 인증 획득에 2억 원 이상의 비용과 1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어 업체 부담이 큰 인증”이라며 “동 시험이 진행되는 중 일부 원자재나 생산 공정에 변경이 발생하면 처음부터 허가 절차를 다시 시작해야 해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기업의 애로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 선진국인 미국의 경우 이러한 재시험이 과도하다는 기업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변경된 부분에 대해서만 재시험을 실시하고, FDA에 등록된 시험 기관으로부터 분석 평가 보고서를 받아 제출할 경우 이를 인정해 주고 있다” 면서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변경 부분에 대한 시험 기관의 분석 평가 보고서를 인정하는 등 국제 기준에 상응하는 생물학적 안정성 평가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영식 기계 설비회사 나노인텍 대표는 “미국, EU 등 주요 수출국에서는 CE 인증, UL 인증 등 다양한 인증을 요구를 통해 자국 산업 보호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수준의 인증 제도 운영을 통해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참석 기업은 “과거 동일한 원자재를 사용한 여러 규격을 가진 제품의 경우, 한 개 규격에 대해 시험 인증을 통과하면 다른 규격도 인정받을 수 있었으나 최근 동 제도가 사전 통지 없이 바뀌어 모든 규격에 대한 시험이 필수적이다”라며 “시험 진행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추가 지출되고 있는 만큼 기업이 신속히 허가를 마치고 수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동 제도의 효율적인 운영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지방 소재 업체의 구인난과 관련해, 배진우 고분자 관련 업체 비엘테크 대표는 “신제품 개발 및 연구를 위한 화학 전공자를 채용하려 수차례 모집 공고를 냈으나 인력을 채용할 수 없었다”라며 “급한 대로 비전공자를 채용해도 기술과 제품에 대한 기본적인 학습과 교육에 1년 넘게 소요되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중소기업의 신규 기술 개발 추진을 위한 전문 인력 수급 지원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박종민 임플란트 제조업체 네오바이오텍 부사장은 “구인을 위해 도내 대학과 취업 연계를 하거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자체적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직무에 맞는 인재를 발굴하기 어렵다”며 “특히 의료 인허가 담당 인력은 강원도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전문 인력을 찾기 어려운 현실이라 정부 차원의 육성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영봉 자동차 부품 기업 케이에이씨 대표는 “생산 및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외국인 인력 고용이 필요하지만, 외국인 고용 시 농업 분야로 우선 배정돼 제조업에서는 긴급한 인력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수출 제조 기업에 대한 외국인 고용 쿼터 확대와 신속한 배정 시스템 마련”을 요구했다.
이어 “채용도 중요하지만 채용 후 청년근로자들이 중소기업에 지속 근무할 수 있는 여건 조성도 중요하다”며 “청년 근로자, 기업, 정부 및 지자체 연계를 통해 청년들이 지방 중소기업에 정착할 때까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출 활성화 지원과 관련해 박영식 기계 설비회사 나노인텍 대표는 “바이어로부터 선수금을 받는 계약을 진행할 경우 바이어의 요구에 따라 거래 은행을 통해 선수금 지급 보증을 제공하는데, 은행에서는 이를 대출로 간주해 실제 대출이 없어도 기업은 대출 한도 부족에 직면한다”면서 “계약 금액이 크고 건수가 많아질 경우 대출 한도가 부족해 수출을 놓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선수금 지급 보증액을 대출 한도에서 제외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우현 자동차 부품 회사 신우하이텍 대표는 “중소기업들은 수출을 위해 ISO 기준에 부합하는 성능 검증이 필요하다”며 “성능 검증을 위해서는 여과효율 시험기, 수분리 시험기, 압력손실 시험기 등을 활용해야 하나 중소기업이 시험기를 자체 보유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전국 주요 자동차 부품 공단 내 공동 시험설비를 도입해 기업들의 수출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철희 의료기기 기업 소닉월드 회장은 “해외 수출 물품에 대해 바이어의 사후서비스(A/S) 요청이 있을 경우 해당 국가에 사무실이 없는 중소기업이 A/S를 직접 대응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면서 “수출 유관 기관을 통한 해외 A/S 센터 구축, 대기업과의 공동 A/S망 활용 지원 등의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또한, “물류비 대폭 상승으로 기업의 수출경쟁력이 많이 저해됐다”며 “아마존 입점 판매 제품의 수출 단가 중 물류비 차지 비중이 전체의 16%에 달해 기업 부담이 상당하다”며 “정부 및 지자체 차원의 적극적인 물류 지원 사업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정 부회장은 간담회 이후 임플란트 제조기업 네오바이오텍을 방문해 지역 수출 현장을 살펴보고 애로를 점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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