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광주 軍공항 이전 반대' 무안군민 극렬 저지속 반쪽짜리 '도민과 대화'
무안군범대위·주민, 군수실·의회 출입구 원천 봉쇄
몸싸움 등 실력행사, 김영록 지사 90분 만에 입장
경찰 5차례 해산 권고…김산 군수 불참속 2시간 진행
김 지사 "김 군수, 토론장 나와 입장 밝히고 요구해야"
[무안=김준원 기자] 전남지역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광주 민간·군 공항 이전 문제의 실마리를 풀 수 있을 것인지 도민의 시선이 온통 쏠린 김영록 지사의 '무안군 도민과 대화'가 파행으로 마무리되면서 거센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김영록 지사가 올해 역점적으로 추진해 온 ‘도민과 대화’ 마지막 차례인 무안군 행사를 13일 오후 2시 무안종합스포츠파크에서 개최했다.
하지만 ‘광주 전투비행장 무안 이전 반대 범군민 대책위원회’ 소속 주민 500여명이 오전 8시부터 현장 집회 신고를 한 후 오후 1시부터 행사장으로 들어서며 모든 입구를 막고 실력행사에 나서면서부터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김영록 지사가 행사장인 무안종합스포츠파크에 도착한 시간은 13일 오후 1시 40분께.
김영록 지사가 '도민과의 대화' 행사장인 무안종합스포츠파크 입구에 13일 오후 1시 40분께 도착해 행사장에 들어가려고 하자, 범대위측 주민들이 애워싸고 진입을 막고 있다. [사진=김준원 기자]
김 지사와 전남도 장헌범 기획조정실장, 김신남 도민안전실장, 장혁 정무실장 등 관계자들이 길을 터보려고 했지만 몇 겹으로 에워싼 군민들로 인해 한 발짝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한편으론 인명피해가 발생할 우려도 있어 무리하게 진입하기에도 부담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범대위는 “무안군민은 생존권을 보장받고자 군공항 이전을 결사반대한다”며 “군 공항 이전을 원하는 지역으로 보내면 되지 않느냐. 군공항 이전이 그렇게 좋으면 강기정 광주시장의 고향인 고흥으로 이전시키든지, 김 지사의 고향인 완도로 이전하면 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도지사가 광주 군공항 이전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으면 도민과 대화 행사장에 들여보내 주겠다”며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반대 측에서 공개토론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약속을 하면 도민과 대화에서 군공항 관련 언급을 하지 않겠다”고 역제안 했다.
폭력 사태가 일어날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90여분 실랑이가 이어졌지만 진전이 없자 결국 전남도 측은 경찰들의 경호속에 진입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주민이 김 지사를 잡아채면서 아찔한 상황도 있었지만 결국 행사장 입장에는 성공했다.
이에 반해 김산 무안군수는 2층 군수실에서 내려올 수가 없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군청 1층 로비를 범대위 주민 100여명이 점거하며 김 군수의 움직임을 원천 차단했다.
무안군청 현관 앞 13일 오전 '광주 전투비행장 무안이전을 결사 반대" 문구의 플래카드를 내건 주민들이 김영록의 행사장 진입을 막고 있다. [사진=김준원 기자]
무안군청 1층 로비에서 범대위측 주민들이 김산 군수의 '도민과의 대화' 행사장 참석을 봉쇄하고 있다. 김산 군수가 1층 로비로 내려오려고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군수실로 복귀하고 있다. [사진=김준원 기자]
무안군의회도 예외가 아니었다. 김경현 군의회 의장을 비롯한 의원들이 현관을 출입할 수 없도록 원천 봉쇄했다.
결국 김산 군수와 김경현 군의회 의장, 정길수 도의원, 나광국 도의원 등 무안군측 주요 인사들이 모두 참석하지 않은 채 반쪽자리 도민과 대화가 진행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우여곡절 끝에 행사는 1시간 30분이 지연된 오후 3시 30분께 시작됐다.
13일 행사 시작 90여분이 지난 오후 3시 30분경 김영록 도지사가 인사말을 하면서 행사 지연에 대한 사과와 함께 아쉬움을 표명하고 있다. [사진=김준원 기자]
김영록 도지사와 김성훈 무안군 부군수만 참석했다. 김산 무안군수, 김경현 무안군의회 의장, 정길수 전남도의원(무안1), 나광국 전남도의원(무안2)의 명패의 자리는 비어있다. [사진=김준원 기자]
무안군민과 관계자들로 꽉 차 있어야 할 '도민과의 대화' 행사장이 썰렁하다. [사진=김준원 기자]
김영록 지사가 무안군민 저지속 '도정 보고회'와 '도민과 대화의 시간'을 마무리했다. [사진=김준원 기자]
김 지사는 인사말에서 “내년 말까지는 결론을 내 2025년 말까지는 무안으로 공항 이전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서로 대화하고 소통해야 한다. 김산 군수는 공론장으로 나와 찬성이든 반대든 의견을 전달하고, 반대 입장이면 그 입장을 분명하게 말하고 요구하면서 대화하면 되는데 자리에 나오지 않아 참으로 아쉽다”고 토로했다.
김 지사는 “군공항이 오면 피해는 있을 수 있으나 10배가 넘게 플러스 되는 부분이 있다면 감내할 필요가 있지 않겠나”며 “함평군은 군 공항 이전 장소로 적합하지 않은데 유치의사를 표명했다. 여기서 말하기는 어렵지만 함평군은 유치를 주장하는 다른 속내가 있다”고 에둘러 말했다.
주민과의 대화 행사에 참석한 박창순 전 광주시항공대장의 의견도 관심을 끌었다.
박 전 대장은 “30년 넘게 소방항공대 헬기를 운영하며 광주공항 등 주변을 수없이 항공촬영 했고, 13개 세계 공항을 비교분석해 박사학위 논문도 받았다”며 “광주와 무안은 바늘과 실로, 서남해안 시대를 잇는 중요한 시기에 민간·군 공항 이전은 무안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KTX가 지나가는 광주송정역은 주변상권이 활성화되는 등 땅값이 폭등한 사례를 들어 공항은 오지 말라고 해도 오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무 도자기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최근 무안군이 도자복합산업특구로 신규 지정돼 도자산업 거점도시로 도약할 발판이 마련됐다”며 “무안 도자산업을 전남형 균형발전 300프로젝트로 선정해 복합지원센터 구축 사업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박남철 무안읍 이장협의회 회장은 “생활폐기물 불법투기 단속, 청소 행정서비스의 능률 향상을 위해 중부와 서부에 환경클린센터 설치가 필요하다”며 도비 4억 원 지원을 건의했다.
이에 김영록 지사는 “전남형 균형발전 프로젝트사업은 공모방식으로 사업대상을 선정하기 때문에 무안군에서 사업계획을 잘 수립해 준비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고 답했다.
이 밖에 도민들은 ▲남악 중앙공원 복합놀이시설 5억원 지원 ▲해양오염 도 주관 방제 대응 및 지원 ▲지역특화 임대형 스마트팜 공모 선정 협조 ▲청년들의 무안 유입 지원책 마련 등을 건의했다.
두 시간여 진행된 도민과의 대화가 ‘파행’이라는 아쉬움을 남기면서 오는 17일로 예정된 김영록 도지사-강기정 광주시장과의 공항 이전 관련 회동이 어떠한 해결책을 내놓을지 지역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kimnew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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