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힌 프로젝트로 공급과잉 심화? S-OIL " 가격경쟁력으로 극복"
“역사상 가장 심한 공급과잉” 불황 터널 지나는 석화업계
S-OIL 샤힌 프로젝트 가동 시 공급 과잉 심화
S-OIL “고부가 집중보단 원가경쟁력으로 승부”
석유화학 비중 25%까지 확대…정유 변동성 보완
[서울경제TV=김효진기자] 석유화학업계가 중국·중동발 공급과잉으로 장기 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내후년 하반기 S-OIL의 석유화학 단지 ‘샤힌 프로젝트’가 가동되면 범용제품 공급과잉이 심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가운데 ‘고부가가치’를 내세우는 국내 석유화학업체와 달리 S-OIL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발을 넓힌다는 계획이라 눈길을 끌고 있다.
석유화학업계는 역사상 가장 심한 공급과잉 상황을 겪고 있다. 수요가 크게 늘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중국이 공장을 건설해 자급률을 높이고, 중동은 정유사와 석유화학 통합 설비를 짓는 COTC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한국석유화학협회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지난해 5,000만 톤을 넘어섰다. 중동은 올해부터 2028년까지 8개의 COTC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중동에서만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이 1,123만 톤씩 늘어난다.
샤힌 프로젝트까지 가동되면 공급과잉은 심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샤힌 프로젝트는 2026년 하반기부터 연간 180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해 낼 전망이다. 공급 과잉에 따라 수익성도 낮아지고 있다.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범용제품 에틸렌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에틸렌 스프레드는 현재 200달러 대를 유지 중이다. 통상 손익분기점인 톤당 250달러를 한참 하회한다.
공급 과잉에 대처하는 S-OIL의 대응방식은 국내 석유화학업체들과 다르다.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 포트폴리오 재편·자산 효율화 카드를 꺼내든 국내 석유화학업체들과 달리, S-OIL은 범용제품 생산을 늘리면서도 ‘가격 경쟁력’으로 침체기를 돌파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샤힌 프로젝트의 경쟁력은 ‘원유를 직접 석유화학 원료로 전환하는’ 핵심 설비를 통한 원가경쟁력과 효율성이다.
핵심 설비 TC2C는 S-OIL의 신기술이다. 원유를 직접 석유화학 원료로 전환한다. 기존 공정보다 생산성이 높아 원가경쟁력이 있다. 원유를 넣으면 납사와 LPG 등 석유화학의 기초원료가 바로 추출된다. 기존 공정에 비해 수율도 높다. 통상 ‘나프타’를 얻기 위해선 원유정제시설인 CDU에 원유를 넣고 정제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TC2C덕분에 S-OIL은 나프타를 사오지 않아도 된다. 아람코에서 공급받는 원유에서 TC2C를 통해 나프타를 만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산된 나프타나 공장 내 부생수소를 스팀 크래커에 넣으면 에틸렌,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기초유분이 생산된다. 보통 석유화학사들은 정유회사에서 나프타를 사온 후 NCC에 투입해 에틸렌, 벤젠, 톨루엔, 자일렌 등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해낸다.
S-OIL은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정유사업의 높은 변동성도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12.8%인 석유화학 사업 비중을 25%까지 높인다는 복안이다. S-OIL은 샤힌 프로젝트에만 9조3,00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모기업인 사우디 아람코도 샤힌 프로젝트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아람코는 TC2C 공정 도입, R&D 공유, 해외 마케팅 네트워크 구축 등 샤힌 프로젝트를 지원 중이다.
샤힌 프로젝트의 ‘샤힌’은 아랍어로 조류 ‘매’를 뜻한다. 정유사업을 넘어 석유화학사업으로 비상한다는 S-OIL의 목표를 담았다. 지난해 3월 기공식을 진행했고, 2026년 6월 완공돼 하반기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샤힌 프로젝트는 울산 S-OIL 공장 맞은편 온산국가산업단지에 지어진다.
한편 S-OIL은 일각에서 제기된 공사 지연 우려에 대해선 “건설을 맡은 현대건설이 8월에 기계설비 공사 업체를 선정해 기존 계획대로 2026년 6월에 완공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샤힌 프로젝트 기계·배관 10개 공구 중 5개 공구의 기계설비 공사 업체가 선정되지 못해 완공 일정에 차질을 빚는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었다. /hyojean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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