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보·은행 몸사리기에 당국은 팔짱만… '수출 동맥' 막힐 판

증권·금융 입력 2015-06-19 17:40:58 수정 2015-06-19 17:40:58 윤홍우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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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리드] "모뉴엘 사건에서 은행의 수출서류 심사가 미비한 부분이 있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수출 시장의 생리상 해외 대형유통업체와 같은 힘 있는 수입자들은 국내 수출업체들에 완전히 갑의 지위에 있기 때문에 촘촘하게 서류를 받아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결국 은행원 입장에서 보면 서류 자체를 근본적으로 보완하기 힘들고 사고는 어디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상황인데 무역보험공사 수출보험만 믿고 수출업체에 적극적으로 돈을 내주려 하겠습니까?"(B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 국내 수출의 주요 동력인 '수출금융'이 올해 들어 은행·무역보험공사·산업통상자원부 등 각 주체의 '보신주의'에 가로막혀 제대로 굴러가지 않고 있다. 지난해 모뉴엘 사건에 이어 최근 후론티어의 대규모 사기 수출 사건까지 터지자 수출 중소기업을 바라보는 금융권의 시선은 싸늘해질 대로 싸늘해진 상황이다. 여기에 모뉴엘 사건과 관련, 무보와 은행이 보험금 지급 여부를 놓고 소송까지 이어지는 진흙탕 분쟁을 벌이면서 수출금융 주체 사이의 불신이 어느 때보다 팽배하다. 수출 정책을 책임지는 산업부나 중소기업 금융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금융위원회는 이 상황을 팔짱만 끼고 바라보고 있다. 수출 실적이 유례없이 고꾸라지며 경제성장률이 뚝뚝 떨어지는 상황인데 망가지는 수출금융 시스템을 누구도 나서서 수습하고 있지 않다. 실제 수출금융 업무를 가장 활발히 하던 A은행의 경우 올해 1~5월 단기수출보험(EFF)을 통한 수출채권 유동화 실적이 3억8,5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실적(14억4,400만달러)에 비해 무려 70% 이상 감소했다. 이 은행이 EFF를 기반으로 올해 수출기업에 새로 한도를 부여한 실적은 총 3건, 1,000만달러로 지난해(48건·1억2,100만달러)의 10분의1에도 못 미친다. 은행이 수출기업의 수출채권을 적극적으로 매입하지 않고 신규 고객 발굴에도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지원에 가장 적극적인 B은행의 경우도 올해 5월까지 EFF, 수출신용보증서(선적후), 수출신용보증(nego) 등 모든 수출금융 수단을 통해 수출채권을 매입한 실적이 3억9,100만달러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실적(5억9,600만달러)보다 30% 이상 감소했다. B은행 고위관계자는 "본점 차원에서는 수출 중소기업 지원을 계속 늘려야 한다고 독려하고 있지만 막상 영업점의 직원들은 함부로 취급했다가 사기를 맞고 보험금도 받지 못하는 사태가 올 수 있다며 꺼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말했다. 수출금융이 망가지면 상당수 국내 기업의 수출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수출기업은 물품을 수출한 후 수출대금이 들어오기 전에 수출채권을 은행에 매각해 먼저 대금을 지급 받고 이를 바로 다시 공정에 투입해야 수출 실적을 늘릴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은행이 수입자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할 리스크를 헤지하는 수단이 바로 수출보험이나 수출보증이다. 은행이 수출채권을 빠르게 유동화해주지 않으면 수출기업의 성장이 더딜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시중은행의 한 수출금융 담당자는 "엔저 여파로 전체적으로 수출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수출금융 실적이 동반 추락한 측면이 있다 해도 일부 은행의 실적은 너무 과도할 정도로 감소한 것이 사실"이라며 "모뉴엘 사기 사건과 무보와의 보험금 분쟁 이후 영업 현장의 지점장들이나 담당 은행원들이 일단 수출금융을 적극적으로 취급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과 무보 등 수출금융 관계자들은 최근의 수출금융 부진이 결국 '징계 리스크'에서 비롯된 보신주의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모뉴엘 사건과 같이 세간의 주목을 끄는 수출 사기가 발생하면 무보는 감사원, 은행 직원들은 본점이나 금융감독원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다. 무보가 모뉴엘 사건과 관련, 은행에 수백 건의 보험금 지급을 모두 거부한 것도 다분히 감사원의 징계 리스크를 의식한 부분이 크다. 파헤쳐보니 은행 서류가 다소 미비한 부분이 있는데 여기에 보험금을 지급하면 담당 무보 직원이 향후 책임을 져야 하는 구조다. 은행원들 입장에서 보면 지금까지는 무보의 수출보험을 사실상 정부의 보증으로 인식, 현장점검이나 서류심사를 촘촘히 하지 않고 수출채권을 활발히 매입해왔다. 그런데 앞으로는 보험금도 못 타고 징계도 받을 수 있다 보니 수출 금융을 취급하기가 두려울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엉성하기 그지없었던 수출금융 시스템이 모뉴엘 사건으로 민낯이 드러나고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는 구조로 바뀌면서 누구도 수출금융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기가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꼬인 매듭을 풀어줘야 할 산업부 등 정부 유관 기관들은 마땅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관섭 산업부 1차관은 올 초 모뉴엘 사건에서 비롯된 무보와 은행의 분쟁과 관련해 "무보와 은행이 공동으로 책임을 지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은행이 모든 책임을 지게 됐고 무보와 은행옌隙岾?결국 소송전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여기에 최근 중소기업 후론티어가 위장 수출을 통해 1,500억원대의 수출금융을 부당 대출 받아오다 적발되자 금융권의 분위기가 더욱 경직되고 있다. 한편 무보 관계자는 "은행별로 이용실적이 크게 늘거나 줄기는 했지만 모뉴엘 실적을 제외하면 수출채권 유동화 지원 규모는 전년 대비 지난 5개월간 약 9% 정도 늘었다"며 "공사와 은행이 함께 해결책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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