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엘리엇 사태 교훈삼아 대기업 주주 친화책 늘려야"

[본문 리드] 황영기(사진) 금융투자협회 회장이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삼성에 대한 공격이 성공할 경우 다른 국내 대기업들도 지배력 강화에만 매달려 성장을 도외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기업들도 소액주주와 외국인주주 등을 고려한 주주 친화적인 프로그램을 더욱 많이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황 회장은 16일 여의도에서 기자들과 오찬모임을 열고 "한국의 경제 성장 모델은 대기업을 쪼개서 작은 회사로 분할하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크면서 중소기업과의 상생하는 형태"라며 "국내 경제의 현실을 고려할 때 기관·개인투자가들이 삼성을 도와서 헤지펀드의 공격을 막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삼성의 합병이 무산되면 국내 다른 대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국내 대기업들이 2세, 3세로 승계되는 과정에서 지분율이 낮아져 경영권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면 투자·성장·고용을 내팽개치고 지배력 강화에 온 힘을 쏟아부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에 급급해 성장을 도외시하면 경제 성장세가 정체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황 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협병이 성사되더라도 대기업들이 느끼는 바 없이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이번 사태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하면 우리 사회의 집단 지성이 부족한 것"이라며 "우리나라 기업들은 투자자들과 시장이 국내 기업들의 경영권 승계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새겨들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황 회장은 "삼성물산과 엘리엇 간 공방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한 행위에 대해 외국인이나 소액주주들이 대단한 불만을 갖고 있다는 메시지가 아주 분명하게 전달됐다"며 "이 메시지를 대기업이 잘 받아들여 지배주주 중심에서 벗어나 소액주주·외국인주주를 위한 주주 친화적인 프로그램이 많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창영기자 kc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