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의 정치워치] 일본의 보수본류와 보수우파

오피니언 입력 2019-09-06 09:39:00 수정 2019-09-06 09:39:00 뉴스룸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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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본류와 보수우파의 차이를 정확히 이해해야

김동환 박사 / 일본리츠메이칸대학 정책과학

1945 815일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일본은 연합국의 점령 하에 놓이게 된다. 1952년까지 지속된 일본 점령은 일본 변혁의 계기였다. 점령 기간의 대부분을 총리로 활약한 요시다 시게루(吉田茂)는 일본의 방향을 경제성장에 두었다. 그는 자신의 저서 '회상10'에서 당시의 일본에 대해 인상적인 주장을 폈다.
 요시다 시게루는 “지금은 일본의 경제력을 키워 민생 안정을 꾀해야 한다. 비틀비틀 거리는 야윈 말에 과도하게 많은 짐을 지게 해 버리면 말이 버티지 못하게 될 것이다. 

굶어 죽는 사람이 있을 정도의 식량 부족, 실업난에 허덕이던 일본을 비틀비틀 거리는 야윈 말에 비유한 것이다. 일본의 부국강병/제국주의 노선에 대해 부정적이었고, 안전보장을 되도록 값싸게 해결하고자 하는 그의 주장은 GHQ(일본 점령 담당 기구/General HeadQuarters) 점령 하에 만들어진 헌법 정신과도 합치했다. 새로 만들어진 일본국헌법은 9조에 교전권 부인/전력 불보유를 명시하고 있다. 평화헌법이다.

요시다의 주장은 (1) 일본은 무역을 통한 경제성장을 중시해야 하며 (2) 냉전 상황에서 미국을 지지하고 자유주의 국가들과의 관계를 중시했으며 (3) 안전보장은 미일안보조약으로 값싸게 해결하고 (4) 점령기간에 만들어진 헌법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한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이를 보수본류(
保守本流)라 칭한다요시다가 정권의 자리에 있을 때 아베 신조 현 일본총리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GHQ에 의해 도쿄의 한 감옥에 수감되어 있었다. 도조 히데키(東条英機) 내각의 상공대신을 역임한 그는 전시경제를 주도했으며 미일 전쟁 개전조서(
詔書)에도 서명을 한 바 있는데, GHQ는 이 죄를 물어 A급 전범 용의자로서 기시를 체포했다.

기시는 어느 인터뷰에서 GHQ의 점령정책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새 헌법 조문은 일본에게 무언가 강요하고 있다. 일본을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게끔 하는 것이 점령정책의 노림수였다.”

1953년 정계 복귀 후 1957년 총리의 자리에 오른 기시는 요시다 노선의 수정을 추진한다. 최우선 과제는 미일안보조약 개정이었다. 요시다가 주도한 미일안보조약은 (1) 미국이 일본에 방위의무를 갖지 않는 점 (2) 사전협의 없이 일본 내 기지를 미국이 건설할 수 있는 점 (3) 기한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문제점, 시는 미일안보조약을 개정해 미국이 방위의무를 갖게 하고, 사전협의를 통한 기지 운영, 기한은 10년으로 개정하는 데 성공했다. 기시의 정치일정은 안보조약 개정에 성공한 후 개헌을 추진하는 것이었다. GHQ의 일본 점령정책이 일본을 약화시키는 데에 집중했다고 본 기시가 GHQ의 점령기간에 만들어진 굴욕적인 헌법을 지지할 리 없었다. 그는 자주헌법(自主憲法)을 주장했다. 일본인 스스로 만든 헌법을 원했던 것이다. 기시는 자신이 Foreign Affairs에 기고한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헌법개정은 일본이 진정으로 전후로부터 탈각하고, 일본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갖는 데에 필요하다. 텔레비전이 보급되고, 식량이 풍부해 지고, 소득이 상승하는 것 만으로 결코 자립이라 할 수 없다.” 기시의 주장은 (1) 일본은 개헌을 통해 완전한 자립을 해야 한다 (2) 대미종속구조를 탈피하고 공산주의 국가들과도 수교해 외교의 전방위화를 노려야 한다 (3) 미일안보조약을 개정해 불평등성을 시정해야 한다, 로 정리할 수 있다. 이를 보수우파(保守右派)라 칭한다.
일본의 방향성을 두고 두 거인은 치열하게 논쟁했다. 안전보장을 미국에 맡기고 경제성장에 몰두했던 요시다. 미국 의존에서 벗어나 개헌과 자주국방을 통해 진정한 독립국가의 회복을 외쳤던 기시기시의 개헌추진은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 안보문제에 너무 매몰된 기시는 국민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했던 것이다. 외할아버지의 이루지 못한 염원을 손자인 아베신조는 이뤄낼 수 있을까?

헌법개정을 주장해 온 아베의 정치노선은 요시다 노선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외할아버지가 이루지 못한 꿈, 일본의 개헌이 실현될지 내년 이 맘 때 즈음 결과를 알 수 있을 듯 하다.



김동환 박사 / kdhwan8070@naver.com
일본리츠메이칸대학 정책과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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