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의 정치워치] 일본과 중국
역사에 대한 사죄의 시효는 존재하지 않는다.
2010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은 아시아에서 공세적 외교를 전개하고 있다. 아시아의
세력지형이 변화한 상황에서 중국과 일본은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수 밖에 없다. 새로운 중일관계의 전제는
일본이 전쟁책임 문제를 어떻게 매듭짓느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인에게 있어 전쟁책임은 여전히 애매하다. 이러한 책임 인식의 애매함이 중일관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전후 70여년이 지난 지금의 환경도, 지도자도 질적으로 크게 바뀌었다. 전쟁의 기억은 70년간의 거대한 변환 속에 묻혀 버렸다. 일본의 침략으로부터 중일관계를
생각하는 사람들보다 센카쿠(다오위댜오) 해역에서 공세적인
자세를 보이는 중국을 위협이라 인식하고 친밀감을 느낄 수 없다는 일본인이 90%를 넘는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중일관계는 일본이 과거에 대해
사죄하고 이를 중국이 수용하는 "도의적 관계"였다면 앞으로는 동아시아를 누가 주도하느냐에 대한 "힘의 관계"로 전환될 듯 하다. 하지만 그 전에 일본으로서는 전쟁책임문제에 대한 매듭을 지어놓을 필요가 있다.
2차 대전 당시 일본의 주권자였던 쇼와천황은 점령군의
정치적 배려로 전쟁책임을 면했다. 실제로 쇼와천황은 전쟁책임에 대한 언급조차 꺼려했다. 쇼와천황의 전쟁책임을 논의하고자 한다면 도의적 책임인지, 법적 책임인지를
따져야 하며, 일본 국민에 대한 책임인지, 침략 대상이었던
아시아의 국가들에 대한 책임인지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일본의 진보적 학자로 잘 알려진 마루야마 마사오(1914~1996)는
쇼와천황의 전쟁책임을 추궁하면서도 천황제라는 속박에서 벗어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을 했다. 천황에게
전쟁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심각한 국론분열로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쇼와천황에게 전쟁에 대한 법적 책임은 분명하다. 침략한
국가들의 국민들에게도 역시 중대한 책임이 있지만 전쟁이 끝나고 70여년이
지난 지금, 전쟁책임 문제를 추궁하기에 물리적으로 어려운 점이 적지 않다. 단, 적어도 일본 국민들이 전쟁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는지, 어떻게 그 책임을 다 할 것인지, 최소한의 합의를 형성해야 한다.
새로운 중일관계는 일본인과 중국인이 배타적이고 감정적인 민족주의(nationalism)에서
벗어나는 데에서 출발한다. 2012년 센카쿠를 둘러싸고 중국과 일본이 충돌할 때, 무라카미 하루키는 아사히 신문에 이러한 기고문을 실었다.
“영토문제가 실무과제임을 넘어 국민감정 영역으로 침범하면 출구가 보이지
않는 위험한 상황을 낳게 된다. 이는 싸구려 술에 취한 것과 같다. 싸구려
술은 몇 잔 만에 사람을 정신없게 만든다. 술에 취한 사람들은 목소리가 커지고 행동은 난폭해진다.논리는 단순해지고 같은 말을 반복하게 된다. 그렇게 신나게 소동을
벌이고 밤이 지나면 남는 것은 지독한 숙취 뿐이다.”
심지어 이 숙취는 집요하다. 전쟁이
끝나고 70여년이 지난 지금도 깨지 않으니 말이다.
도의적 관계에서 힘의 관계로 양국관계는 전환되겠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양국의 관용이다. 일본은 독일과 같이 철저하게
역사를 반성할 수 있는지, 중국은 프랑스와 같이 반성을 수용할 도량을 갖고 있는지가 새로운 양국관계
출발의 전제일 것이다.
김동환 박사 / kdhwan8070@naver.com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정책과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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