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펀드런’ 야기하는 증권사, 피해는 투자자 몫?

오피니언 입력 2020-01-29 15:20:26 수정 2020-01-29 15:20:26 이소연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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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TV=이소연기자] 또 다시 사모펀드 환매 중단이 발생했다. 이번에는 알펜루트자산운용에서 개방형 펀드 3개, 약 1,100억원 규모의 환매 중단을 선언했다. 환매 중단 규모가 오는 2월 말까지 최대 26개 펀드, 약 1,817억원으로 증가할 수도 있다는 공지도 함께였다. 


사모펀드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는 점점 불안해진다. 저금리 시대에 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고 넣은 자금이 자꾸만 묶인다. 예금 상품에 돈을 넣은 것이 아니기에 정상적인 운용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한 것이라면 투자자도 쓰린 속을 홀로 삭여야겠지만, 라임자산운용 사태나 최근 발생한 알펜루트자산운용 사태는 투자자에게 책임을 온전히 지우기 어려운 사안이다. 


우선 라임자산운용은 일명 ‘폰지사기’로 불리는 운용방식이 문제가 됐다. 아직 펀드 실사 결과가 공개되지 않아서 어느 정도까지 돌려막기가 이뤄졌고, 부실한 운용을 했는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운용사의 책임을 배제할 수 없는 문제다. 알펜루트자산운용도 마찬가지다. 펀드의 운용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사모펀드 시장에서 오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증권사의 선제적 대응이 유동성 문제를 야기했다. 증권사가 ‘펀드런(투자자들이 펀드가 부실해질 것이라는 소문을 듣고 먼저 환매하겠다고 덤비는 금융 패닉의 일종)’ 방아쇠를 당긴 것이다. 


가장 먼저 알펜루트에 자금 회수를 요청한 증권사 관계자는 “돈을 빌려주는 입장에서 언제든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리스크 최소화 장치는 당연한 것”이라며 “TRS 계약 당시 갑과 을이 상호 합의한 만큼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증권사의 리스크 회피를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만 아니면 돼’ 식인 증권사의 자금 회수가 결국 개인투자자의 자금을 묶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정상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펀드에서마저 자금을 회수해 시장 전체를 위축시킬 필요까지 있었는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게다가 현재 다수의 자산운용사가 TRS 계약을 통해 증권사로부터 차입한 금액이 2조원에 달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증권사의 펀드런이 또 다른 환매 중단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증권사의 PBS 역할은 사모펀드 운용지원과 인큐베이팅을 위한 것인데, 본래 취지에 맞지 않게 오히려 펀드 유동성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손병두 금융위원장은 지난 28일 알펜루트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소식이 전해진 직후 자산운용사와 TRS 계약을 체결한 증권사 임원들과 긴급회의를 열어 이 같은 우려를 전했다. 손 위원장은 또한 TRS 자금회수 요청이 편입자산 부실과 관계없는 정상적인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환매 요구를 확산시키고, 펀드 투자 대상기업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며 증권사의 신중한 태도를 강조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이 위축되면 피해는 시장을 구성하는 모든 이들에게 돌아간다. 단기적인 시각으로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적인 셈을 할 것이 아니라 시장 전체를 살릴 수 있는 공생의 셈법이 위기를 맞은 사모펀드 시장에 더해지길 바란다. /wown9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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