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국내 완성차, ‘신종 코로나’에 셧다운 현실화
[앵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으로 국내 자동차업계의 비상등이 켜졌습니다. 중국 공장 가동 중단으로 부품을 제때 공급받지 못하면서 생산공장 셧다운이 현실화되고 있는데요. 현재까지의 상황을 점검하고 이에 대한 의문점들 경제산업팀 정새미 기자와 살펴봅니다.
[앵커]
정 기자, 현대차가 오늘 국내 최대 자동차 생산기지인 울산공장의 가동을 멈췄습니다. 이러한 생산중단이 확대되고 있다고요?
[기자]
네, 현대차가 오는 7일부터 국내 모든 공장 가동을 중단합니다. 현대차 노사는 오늘 오전 10시부터 약 3시간 동안 공장운영위회를 개최하고 공장별·라인별 휴업 계획을 합의했는데요.
이에 따라 울산5공장의 경우 오늘 오후부터 공식적인 휴업에 돌입했습니다. 울산5공장은 제네시스 G90, G80, G70, 수소전기차 넥쏘, 준중형 SUV 투싼 등을 생산합니다. 또한 1톤 소형트럭 포터를 생산하는 울산4공장 42라인도 오후부터 가동을 멈췄습니다. 내일(5일)부터는 울산 1공장(코나, 벨로스터)과 울산4공장 나머지 라인(팰리세이드, 그랜드스타렉스) 등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가동을 중단하고, 7일부터는 울산공장 전체가 휴업에 돌입합니다. 또한 상용차를 생산하는 전주공장과 그랜저·쏘나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도 각각 6일, 7일부터 휴업에 돌입합니다.
쌍용차 역시 부품 공급 차질에 따라 오는 12일까지 평택 공장의 가동을 중단합니다.
현대차 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한국 경제 흥망이 달린 만큼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며 “사측은 생산 재가동을 위한 장기 플랜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노사는 이번 휴업을 오늘 11일까지로 예상하고 있는데요. 휴업 임금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평균 임금의 70%를 지급한다는 계획입니다.
[앵커]
공장 셧다운의 원인으로 ‘와이어링 하니스(wiring harness)’가 꼽힙니다. 자동차 부품 중 하나인 데,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는 장치인가요?
[기자]
자동차 보닛을 열어보면 차 내부에 다양한 전선이 연결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자동차의 약 40%가 전기전자 부품으로 이뤄져 있는데요. ‘와이어링 하니스’는 전기전자 부품을 연결해주는, 사람으로 따지는 ‘신경망’에 해당하는 장치입니다. 때문에 이 장치가 없을 경우 자동차 제작은 물론 운행 역시 불가능합니다.
[앵커]
자동차의 제작과 운행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요 부품이라는 건데요. 그렇다면 지금 사용하는 차에 미칠 영향은 없을까요? 만약 운행 중인 차량의 이 부품이 고장난다면 수리 받기 어려울 가능성도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건 신차를 제작하는 단계에서 와이러닝 하니스의 공급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이미 와이어링 하니스가 장착된, 운행 중인 차량의 경우라면 얘기는 조금 다른데요. 상황에 따라 오래된 차의 경우 와이어링 하니스를 교체하는 경우도 간혹 있긴 하지만, 10년 가까이 사용하는 반영구적인 부품으로 꼽힙니다.
다만 중고차의 경우 안심할 수 없습니다. 차가 오래되거나 사고차의 경우 전선이 딱딱해지면서 전기가 잘 흐르지 못해 누전이나 자동차 화재로 이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때문에 부품 공급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결국 중고차와 AS시장도 타격을 받을 우려도 제기됩니다.
[앵커]
여기서 또 하나의 궁금점이 생깁니다. ‘와이어링 하니스’가 자동차의 주요 부품이라면, 중국에서만 생산될 것 같지는 않은데요. 이 부품 공급 하나에 왜 자동차 산업 전체가 타격을 받는 건가요?
[기자]
사실 비슷한 상황이 약 10년 전에도 있었습니다. 당시 북유럽 아이슬란드 화산폭발 당시 화산재가 북유럽 하늘을 덮어서 비행기가 뜨지 못했는데요. 당시 자동차용 주문형 반도체라든지 고부가가치 부품을 수급하지 못해 글로벌 제작사들이 영향을 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때문에 이런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자동차 주요 부품들을 각기 다른 대륙의 복수업체에서 선정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를 통해 한 지역에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곳에서 공급량을 늘리는 방식을 택한 건데요.
하지만 물류비나 관리비용이 약 두 배로 들어간다는 단점 때문에 실천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문제가 된 ‘와이어링 하니스’는 중국의 제작 수준도 높을뿐더러 지역적으로도 가까워 물류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중국에 상당부분 의지하는 게 현실입니다. 때문에 통상적으로 각 업체마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해당 부품 물량을 일주일 치 정도 확보해 두지만, 중국 정부가 현지 공장 휴업을 무기한 연장하면서 비상이 걸린 겁니다.
[앵커]
결국 사용되는 대부분의 물량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건데요. 그렇다면 빠르게 대안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완성차 업체들은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나요?
[기자]
네,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국내 생산 설비를 깔아 직접 생산하는 방법과 동남아시아 등에서 대체 부품공급선을 찾는 방식인데요. 국내 생산은 물리적인 시간과 비용이 막대해 당장 이번 주 수급 차질을 해결하진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때문에 업계는 일단 동남아 등 현지 협력업체를 찾아 부품 조달 시간을 최대한 앞당겨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를 넘기더라도 언제든지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했는데요. 중국공장에서 부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생산 셧다운 사태까지 번진 현대차와 기아차, 쌍용차와는 달리, 글로벌 소싱을 하는 모기업을 두고 있는 르노삼성과 한국GM에는 큰 영향이 없었습니다. 때문에 산업구조를 건드리지 않고는 근본적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인터뷰] 김필수 /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생각지도 못한 중국 전역에 문제가 생기다 보니 공급에 차질이 생기고, 문제가 생겼을 경우 다른 곳으로 바로 대체하는 것이 어렵다는 게 상당 부분이라는 거죠. 이 부분에 문제가 장기화된다면 공급선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데 시간도 걸리고.."
[앵커] 마지막으로 경제적인 영향 점검해보죠. 지난해 우리나라 자동차 생산이 처음으로 ‘400만 대’가 무너지는 등 업황이 좋지 않은데요. 이번 신종 코로나로 자동차 생산에 미칠 악영향이 걱정됩니다. 어떻습니까?
[기자]
네, 가장 큰 문제는 생산 차질이 장기화됨에 따라 판매 부진이 심화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지난달 국내 완성차 5개사의 내수 시장 판매량은 모두 9만9,60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15% 줄었는데요. 설 명절로 근무 일수가 줄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업체별 최대 30% 이상의 감소율을 보였습니다.
여기에 공장 셧다운이 현실화되면 매출 감소가 심각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 산업이 국내 제조업 생산의 13%, 수출·고용의 11%를 각각 차지한 핵심 산업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사태가 실물경제 전반에 미칠 파급력이 상당할 전망입니다.
[앵커] 정새미 기자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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