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부동산] 세운지구 상인들 “이주일정·분양가 밝혀라”
[앵커]
서울시가 중구 세운지구 일대를 ‘도심제조산업 허브’로 재생한다는 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상인과 시행사, 서울시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서울시가 대책을 내놨지만 구체적인 이주 일정 등은 중구청과 협의체를 조직해
결정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당장 일터에서 내몰릴 위기에 처한 상인들의 불안은 커져만 가고 있는데요. 부동산팀 지혜진기자와 전화 연결해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지기자.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일단 지기자. 서울시가 도시재생계획을 내놨어요. 당초 계획보다 3개월가량 늦게 나온 건데요. 상인들의 불만이 크죠. 왜 그런 건가요.
[기자]
네. 대책이 예상보다 늦게 나온 데다가 상인들이 체감하기에는 대책
전후가 별반 달라진 게 없어서입니다.
지난 12일 세운지구 일대를 찾아가 봤는데요. 그날도 상인들은 시행사인 한호건설로부터 소송장이 날아왔다고 토로했습니다. 지속해서
퇴거에 대한 압박이 있는 건데요.
4일 서울시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도시재생 계획을 관장하는 기관으로서
서울시가 상인들을 무작정 내쫓는 게 아니라 주변에 공공임대상가를 조성해주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내년 8월까지 공공임대상가를 지어 상인들을 입주시키고, 그 전에는 임시영업장까지도
만들어주겠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큰 틀만 내놓고 정작 ‘언제부터, 어떻게 이주를 시작하겠다’와 같은 일정은 없다보니 상인들의 불안감은
여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사실 현재 상인들이 세들어 있는 상가의 소유권이 한호건설로 넘어가게 되면서 임대차계약이 자동으로 해지된 상태입니다.
이 같은 내용은 제가 지난 1월 말에 세운지구를 찾았을 때도 공공연한
사실이었습니다. 당시 한호건설은 3월 2일까지 상가건물을 명도해달라고 상인들에게 공문을 보낸 상태였고요.
하지만 서울시 대책이 예상보다 늦게 나오면서 상인들의 불법 점거 상태도 장기화된 것입니다.
[앵커]
시행사에선 빠른 사업 추진을 위해 상인들한테 가게를 비우라는 거군요. 서울시에선
일단 큰 틀의 대책은 내놓은 상황이고요. 이렇게 시와 건설사간 엇박자가 나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앞서 말했듯 가장 큰 원인은 예상보다도 서울시 대책이 늦게 나온 점입니다.
상인들에 따르면 서울시와 한호건설, 그리고 중구청까지도 모두 손발이
맞지 않는 상태입니다. 서울시는 세부 사항은 자치구가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고요. 한호건설은 법대로 사업을 추진 중이라는 입장입니다. 중구청은 대책
전까지 시행사에 퇴거명령을 자제해달라는 요청을 했고, 이제서야 협의체를 마련한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시행사인 한호건설 입장은 뭔가요. 지금 분위기가 상인들을 내몰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는 분위긴데요. 지기자가 입장을 듣기 위해 회사를 찾아갔죠. 뭐라 그럽니까.
[기자]
네. 지난주 금요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한호건설 사무실에 직접
찾아가봤는데요. 한호건설 관계자들은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분위기였습니다. 한 관계자는 “그동안 언론에 너무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춰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호건설 입장도 영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닌데요. 지난해 말에
나오겠다고 한 계획이 새해가 되서도 나오지 않으니까 회사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인들에게 법대로 소송장과 공문을 보낸 겁니다.
한호건설 관계자는 “처음 사업에 뛰어들었을 때 이미 10~15년에 달하는 장기 계획을 염두에 뒀는데, 서울시가 손바닥
뒤집듯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버렸다”고 토로했습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사업이 지연되면서 회사가 본 손실만 한달에 수백억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주를 희망하는 상인들에 한해서는 적절한 보상을 해줬다는 게 한호건설의 설명입니다. 물론 남아있는 상인들과 시민단체는 이같은 행위가 을지로 일대 산업생태계를 파괴하는 일로 보고 있습니다. 해당 지역은 서로 상부상조하며 유기체처럼 일하는 구조거든요. 이들이
제조 클러스터 조성을 요구하는 이유도 서로 다른 일을 하는 상인들이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 위해서입니다.
[앵커]
세운지구 상인들은 뭐라 그럽니까. 당장 일터를 잃고 거리로 내몰릴
처지인데요.
[기자]
상인들을 돕는 시민단체의 경우 서울시가 내놓은 임시영업장으로의 이주도 비현실적이라며 비판하는 분위긴데요. 하지만 상인들은 임시영업장 이주 대책이라도 명확하게 나왔으면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아무래도 현재 상인들의 지위가 본의 아니게 부동산을 불법 점거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이 같은 입장인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상인들과 시민단체 모두 서울시가 제시한 대책 자체에 의문을 품고 있습니다.
기계나 금속 제조 공장은 장비 자체가 무거워서 상가를 조성해도 1층밖에 입주할 수 없으니
서울시가 제시한 입주 가구수와 실제 입주 가능한 가구수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주 일정 외에도 현재 상인들은 공공임대상가의 분양가를 미리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상가가 조성되고 난 뒤에는 분양가가 터무니없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앵커]
세운지구 상인들은 철거 일정을 포함한 구체적인 사업추진계획을 내놓으라는 입장이에요. 여기에 더해 분양가도 책정해달라는 입장인데요. 어떤 의미인거죠.
[기자]
아무래도 상인들이 이전에 ‘가든파이브’ 실패 사례를 접해서인 듯합니다. 2003년쯤 일 인데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입니다. 당시 청계천
일대를 개발하면서 주변 상인들을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로 이전시켰습니다. 이때 일부 제조업체들도 터전을
문정동으로 옮겼는데요. 이때 문제가 있었다고 합니다.
애초에 서울시는 분양가가 8,000만~9,000만원 선이 될 것이라고 상인들에게 안내했다는데요. 막상 입주가
다가오니 분양가는 1억8,000만원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청계천·을지로라는
거대한 산업생태계를 떠나 문정동으로 터를 옮기니 작업에도 지장이 생겼다고 상인들은 설명합니다. 이전에는
바로 옆가게에 가서 작업을 부탁하고 다시 자기 가게로 돌아와 작업을 이어가면 되던 구조였다면, 문정동으로
이사를 가니 간단한 작업을 의뢰하러 을지로로 나오는 데만 하루를 꼬박 소모해야 했다는 겁니다. 상인들은
을지로 일대 제조단지들은 집적돼 있을 때 시너지효과가 나는 구조라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앵커]
당초 서울시가 대책을 내놓을 때 좀 구체적인 방안까지 마련했으면 좋았을 텐데요.
결국 시행사나 상가 세입자나 추가 대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중구청이 협의체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서울시에선 추가 대책이 있나요.
[기자]
서울시는 이미 대책은 내놨다는 입장입니다. 구체적인 시행책은 관할
자치구에서 담당할 것이라고 하는데요. 현재로서는 추가 대책을 내놓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지속해서 상인들이나 시민단체가 요구하는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앵커]
네. 잘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부동산팀 지혜진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자]
네. 감사합니다.
/heyjin@sedaily.com
[영상취재 허재호 / 영상편집
이한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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