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소비자가 5G 대신 자급제로 눈 돌린 이유
[서울경제TV=윤다혜기자] "쓰지도 못하는 5G서비스를 이용하기보다는 자급제를 쓰는 게 낫다."
자급제로 바꾼 한 이용자의 얘기다. 5G 통화 품질을 향한 소비자 불신이 날로 커지며 자급제를 통한 5G 외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스마트폰 자급제란 대형마트나 가전매장,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단말기를 구입한 후 원하는 통신사에서 개통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약정기간 없이 통신사와 요금을 선택할 수 있다. 정부는 이동통신사업자의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12년 5월에 자급제를 도입했다. 이후 이동통신사들의 장기 이용 약정을 활용하는 계약 체계와 휴대폰 제조업체가 자급제용 제품도 많이 내놓지 않아 시장에 큰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5G 단말의 LTE 가입이 공식화되며 갤럭시노트20 시리즈의 자급제 판매 비중이 늘어났다. 지난 21일 정식출시된 갤럭시 노트20 시리즈의 개통량은 43만2,000대로, 이중 자급제 판매 비중은 16%를 기록했다. 기존 자급제가 10% 수준을 밑도는데 비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로, LTE 요금제를 허용하자 이용자들이 5G에서 선회하는 모습이다.
이용자들이 자급제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5G 품질에 있다. 5G는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이 협소해 통신 불통 등으로 그동안 이용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5G 서비스 이용자 800명을 대상으로 5G 서비스 이용 시 불편한 점을 설문조사한 결과, ‘체감 속도가 만족스럽지 않다’가 52.9%(423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커버리지가 협소함’이 49.6%(397명), ‘요금제가 비쌈’이 48.5%(388명), ‘커버리지 내에서 5G 대신 LTE로 전환됨’이 41.6%(333명)를 차지했다.
이에 소비자단체와 국회 등에서는 5G폰 사용자도 LTE 요금제 가입이 가능하도록 요구해 왔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G 자급제 단말기에 사용 중이던 LTE 유심을 장착하는 식으로만 이용이 가능했던 점을 신규가입까지 확대했다.
이용자들 입장에선 체감하지 못하는 5G 서비스를 기존 요금제보다 비싸게 돈 주고 이용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물론 통신사 입장에서처럼 5G 기기를 구매하면 5G 요금제를 쓰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5G 서비스가 뒷받침 됐을 때 얘기다.
또 갤노트20의 낮은 공시지원금이 자급제 증가에 한 몫 했다. 갤럭시 노트20의 이통3사 공시지원금은 최소 8만원대에서 10만~20만원대 초반이다. KT가 책정한 24만원이 최대 금액이다. 앞서 출시한 갤럭시S20 지원금은 25만~50만 원 대였다. 지원금이 기존보다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쳐 자급제로 시선을 돌린 것이다.
이동통신사들은 올해 말까지 5G 가입자 1,000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동통신사에서 자급제보다 서비스 개통이 편리하다는 이유만으로 이용자들을 잡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yund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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