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성의 날씨와 경제] 식탁 메뉴 바꾼 ‘긴 장마’…기후 경제위기
[앵커]
올 여름 장마가 지나가고 또 다시 지난 주에 태풍이 강타를 했고 이번 주에도 태풍 소식이 있는데요.
올 여름 유난히 심하게 찾아오는 기상재난에 경제도 어려워지고 있다고 합니다. 가장 길었던 장마기간 덕에 채소값이 대폭 올랐고 과일의 당도가 떨어지면서 농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장마가 우리나라 경제에 준 영향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코로나에 이어 긴 장마가 우리나라의 식탁을 바꾸어 놓았다고 하지요?
[반기성 센터장]
네, 그렇습니다.
긴 장마의 영향이 이어지면서 양배추, 얼갈이배추, 다다기오이 등 채소 가격은 작년 동기보다 50% 이상 값이 올랐는데 농산물 관계자들은 당분간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축산물 가격도 여전히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된 이후 급등했던 축산물 가격은 최고점보다는 내려갔지만 평소보다 높다고 해요.
국민 대표음식인 삼겹살의 경우 소비자가격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전인 5월 12일 ㎏당 2만2749원에서, 8월 21일 기준으로는 2만3953원으로 계속 높게 형성된다는 거지요. 한우 등심 1등급 가격은 5월 12일 ㎏당 9만3790원에서 8월 21일 기준으로 10만693원으로 올랐습니다. 닭값도 따라 올랐다고 하는데요.
농수산업계 관련 전문가들은 농·축산물 가격이 오른 것이 우리나라 장마 영향도 있지만 중국의 역대장마의 영향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세관 통과도 어려워졌고 중국도 농산물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당분간은 농축산품목 가격이 높게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현대경제연구원이 올 장마의 경제피해에 대해 보고서를 내놓았다구요?
[반기성 센터장]
네, 그렇습니다. 올 장마가 막바지에 이르렀던 8월 12일 기준으로 만든 보고서인데요.
현대경제연구원은 50일이 넘는 지리한 장마와 폭우 그리고 5호 태풍 장미 등으로 인한 피해의 규모만 1조원 대에 이른다고 추산했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집중호우에 따른 경제 영향을 인프라 파괴, 생산 위축, 물가 불안 등 세 가지 측면에서 분석했는데요.
먼저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인해 주거나 생산 및 물류시설의 파괴등이 발생했는데 피해는 반드시 복구가 뒤따르게 되는데 통상 복구 비용은 피해액의 2.3배 정도입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행정안전부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최근 10년간 태풍과 호우에 따른 누적 피해액은 2019년 가치 환산 기준으로 약 3조1387억원(연평균 약 3139억원)에 달했는데 이 액수는 국민총생산(GDP)의 약 0.02% 수준입니다. 피해복구액은 7조8538억 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올해처럼 호우와 태풍이 동반되었던 2011년과 2012년 피해가 각각 7303억원, 1조134억원 이었던 만큼 올 여름 피해도 그에 못지않다고 판단하여 최대 1조원에 달할 수 있다고 예상한 것이지요.
[앵커]
장마와 태풍 피해는 재산피해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반기성 센터장]
네, 그렇습니다. 대개 여름철의 장마와 태풍등은 3분기 생산 지표에 영향을 줍니다.
예를 들어 2000∼2019년 기간 동안 2분기와 3분기의 전기 대비 산업별 생산 증가율 격차(3분기-2분기)는 전산업에서 -5.9%포인트였습니다.
산업별로는 건설업이 -25.4%포인트로 가장 피해가 컸고 다음이 제조업으로 -8.2%포인트, 도소매업이 -5.6%포인트 등 생산 활동이 위축이 되었지요. 따라서 올해같이 오랜 장마와 태풍의 영향이 있는 해는 평균보다 더 큰 생산지표에 영향을 주었다고 보는 거지요.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농수산물 같은 신선 식품류의 물가도 상승합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000∼2019년 매월 소비자물가지수와 신선식품 물가지수의 6월 대비 9월의 누적 상승률의 연평균 값을 계산한 결과, 신선식품물가 상승률은 13.0%로 일반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1.0%포인트보다 높았습니다.
[앵커]
사실 이번 장마와 연이은 태풍으로 인한 경제피해가 예년에 비해 더 큰 타격이라고 보는 것은 바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속에서 나온 재난이기 때문 아닌가요?
[반기성 센터장]
그렇습니다. 국가 재정의 상당한 부분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회복에 투입되어야 하는데 역대급 장마와 연이은 태풍으로 인한 경제피해로 말미암아 경제에 그림자를 드리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실 올 여름 우리나라의 장마는 기후변화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WWF(세계자연기금)가 최근 발표한 ‘지구의 미래(Global Futures)’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매년 전 세계가 약 568조원, 2050년까지 총 1경1690조 원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하며 한국의 경우 앞으로 30년 동안 매년 11조8,540억원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발생한 장마나 태풍 피해보다 3배 이상 많이 발생할 것이라는 거지요. 우리나라에서 의욕적으로 투자하려는 그린뉴딜이 더 획기적으로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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