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556조…위기 극복에 역대 최대 확장재정
정부가 내년도 예산을 올해 본예산보다 8.5% 늘린 555조8천억원으로 편성했다.
적자국채를 90조원 가까이 발행하면서 국가채무가 900조원을 넘는 상황을 감내하고 역대 최대 규모의 확장재정을 선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고 이에 따른 경제·사회 구조 대전환을 대비하는 시기에 나라 곳간(재정)을 활짝 열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부는 1일 국무회의를 열고 내년도 예산 정부안을 555조8천억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올해 본예산 규모보다 8.5% 늘어난 수준이다. 올해 3차 추가경정예산안 규모까지 비교해보면 1.6% 증가했다.
본예산 기준 내년 총지출 증가율(8.5%)은 2019년(9.5%)과 2020년(9.1%)과 비슷하나 총지출 증가율에서 총수입 증가율(0.3%)을 뺀 확장재정 수준은 8.2%포인트로 역대 최대 규모다.
2년 연속 총지출 규모(555조8천억원)가 총수입(483조원)을 넘는 예산이 편성됐다.
이 같은 확장재정의 결과로 내년 국가채무는 945조원까지 불어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6.7%까지 오르고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은 5.4% 수준이 된다.
3차 추경 기준으로 올해는 국가채무가 839조4천억원, 국가채무비율은 43.5%,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은 5.8%로 전망된다.
정부는 그럼에도 내년을 코로나19 위기 극복의 ‘골든타임’으로 보고 대규모 재정 투입을 결정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7일 2020 예산안 사전브리핑에서 “확장적 재정기조 하에서 재정건전성이 다소 약화된 측면은 있으나 방역·경제 전시상황에서는 일시적인 채무·적자를 감내하면서라도 재정에 요구되는 역할을 충실히 실행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년 예산에서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한국판 뉴딜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선도국가로 도약하고자 국비만 21조3천억원을 투입한다.
디지털 뉴딜에 7조9천억원, 그린뉴딜에 8조원, 사회·고용안전망 강화에 5조4천억원을 배정했다. 1조원 상당의 뉴딜투자펀드도 조성한다.
코로나 위기 극복 예산의 핵심은 일자리다. 20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유지하거나 새로 만드는데 8조6천억원을 쓴다.
또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규모를 15조원으로 늘리는 등 20조원의 소비를 창출하고자 1조8천억원을 투입한다.
계층별로 보면 청년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청년 일자리부터 주거 등 생활안정, 교육·복지에 총 20조7천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이른바 ‘희망패키지’를 만들었다.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에는 16조6천억원을 투입, 내년에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한다. 남부내륙철도 등 13개 사회간접자본(SOC)의 기본설계를 마무리하고 서남해안 관광도로 등 6곳은 착공한다.
K-방역에 1조8천억원, 수해예방에 2조6천억원을 배정하는 등 국민의 안전 이슈도 내년 예산의 중요 화두 중 하나다.
2022년까지 부양의무자 기준을 전면 폐지하고, 내년부터 고교 무상교육을 전면실시하는 등 생계·의료·주거·교육 안전망을 확충하는 데에는 46조9천억원을 쓴다. 기초연금 수급자 598만명 전체에 월 30만원을 지급하고 장애인연금은 월 30만원으로 인상한다.
재정 상황이 악화하는 가운데 대규모 지출을 감행하는 만큼 10조원 수준에 달하는 기존 지출을 구조조정하기도 했다.
공무원·공공기관이 사용하는 경상경비는 5% 이상 감액했고 내년 공무원 처우개선율은 최저임금 인상률보다 낮은 0.9% 수준으로 결정했다.
분야별 재원 배분을 보면 보건·복지·고용 분야가 199조9천억원으로 200조원에 육박한다. 이 중 일자리 예산은 30조6천억원에 달한다.
내년 지출 증가율로 보면 산업·중소기업·에너지가 22.9%, 일자리 20.0%, 환경이 16.7%로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경기 대응과 한국판 뉴딜이 반영된 분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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