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강남 빌딩 소유권 논란…"시선을 바로 세워라"
[서울경제TV=설석용기자] 시가 4,000억 원에 달하는 강남 고가 빌딩의 운명이 다시 한 번 기로에 섰다. 6년 전 끝난 소유권 분쟁 사건에 대해 법원이 다시 재판을 열어 진위확인을 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사건 관련인들은 초긴장 상태다.
수천억 원의 빌딩 소유권에 대한 논란에는 시행사인 시선RDI, 시공사인 두산중공업 뿐 아니라 한국자산신탁, 외환은행(현 하나은행), 서울 등기국 등 여러 기관이 등장한다. 특히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일가의 회사인 '정강'과 우 전 수석과의 친분이 확인되는 당시 군인공제회 대표 등이 얽혀 있어 이 사건에 대한 세간의 이목이 모아질 전망이다.
사건의 요지는 이렇다. 시공사가 시행사의 채무를 대위변제한 뒤 우선수익자 자격을 주장하고 소유권을 넘겨받는다. 시행사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1,200억 원이나 되는 빚을 한 마디 의논도 없이 갚았다는 것도, 그 빚을 묻지도 않고 받아준 은행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는 것이다.
이후 한국자산신탁이 빌딩을 공매 처분해 주인이 바뀌게 되는데, 등기법상 당시 빌딩은 거래할 수 없는 비정상 상태였다는 점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또 소유권이 이전되는 과정에서 생략된 필수 행정 절차와 등기국 업무 시간 외 등기가 처리된 점 등 풀어야할 의혹이 넘쳐난다.
2014년 패소 당시 시행사는 이 모든 과정 속 의혹들을 알지 못 했고, 증거 또한 발견하지 못한 상태였다고 한다. 그로 인해 수천억 원짜리 빌딩을 손 한번 쓰지 못 하고 내어줬고, 그동안 쌓아올렸던 또 다른 빌딩과 업적들마저 곁을 떠나게 됐다.
종결된 민사 소송에 대한 재심이 열린다는 것은 이전 판결을 뒤집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걸 의미한다. 법적으로 따져보지 않더라도 상식에 어긋나는 의혹도 분명 존재하는 것 같다. 사정상 빌딩을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면 시행사의 울분은 이미 그쳤을 것이다.
강남 교보타워 사거리 인근에 위치한 이 빌딩의 지난 이름은 '시선바로세움'이다. 재판부가 해야 할 일은 사건과 정황, 의혹 그리고 증거를 정확하게 바라봐주는 것이다. 바로 잡힌 시선으로 결론을 내어준다면 이들의 피 말리는 10년 전쟁도 끝이 날 것이다. /joaqu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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