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전쟁’…“한국판 게임스탑 현실화 가능성 낮다”
[서울경제TV=김혜영기자] 연일 공매도가 주식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에 이어 한국에서도 공매도 전쟁이 격화될 것이란 조짐 속 전문가들은 한국판 ‘게임스탑 사태’의 실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련 종목의 주가의 등락 폭이 커질 수 있는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일 셀트리온(+14.51%)과 에이치엘비(+7.22%)가 급등했다. 한국판 ‘게임스탑’으로 공매도 잔고가 많은 코스피의 ‘셀트리온’과 코스닥의 ‘에이치엘비’가 지목됐기 때문이다. 미국 게임스탑(GME US)이 숏스퀴즈(공매도 잔고 많은 상황에서 주가가 하락하지 않고 폭등하는 현상)로 급등하자, 동일 전략을 한국 주식시장에 반영하려는 투자자들의 기대가 반영된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의 활발한 주식시장 유입 속 ‘동학개미 운동’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낸 상황에서 풍부한 증시 주변 자금을 고려했을 때 향후 주식 매수 운동의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낙관론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 사례와 다른 상황 고려하면 주가 상승에 대한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 환경은 공매도 제한이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숏스퀴즈를 유발할 투기적 공매도(헤지 포지션을 구축하지 않은 공매도 거래자) 규모가 국내 주식시장에서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며 “지난 1년여간 신규 공매도가 제한되면서 대차 비용 지속, 공매도 장기화에 따른 기회 비용을 감수했을 투자자들은 많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조성자, 유동성 공급자는 헤지 포지션을 구축한 투자자로 현물 가격 상승에 따라 숏 스퀴즈를 유발하기 어렵다”며 “셀트리온와 셀트리온헬스케어는 개별 주식 선물이 상장 돼 있고, 에이치엘비와 셀트리온제약의 코스닥150 내 비중이 각각 3.7%, 2.7%에 달해 헤지 포지션이 상당 부분 구축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공매도 비중도 눈여겨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 게임스톱의 경우 공매도 비중이 시총 대비 140%까지 올랐지만, 국내 종목의 경우 유통 주식수 대비 공매도 주식 비율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판 게임스톱’으로 지목된 셀트리온의 대차 잔액은 2조원에 달하는데, 시가총액과 비교하면 약 4.8%에 해당한다. 에이치엘비 역시 6.5%다. 특히, 코로나19 사태에 국내 주식시장은 지난해부터 공매도가 금지되면서 코스피와 코스닥 공매도 잔고 비율은 각각 0.3%로 전년동기대비 절반 이하로 감소한 만큼 그 파장이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노동길 NH투자연구원은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의 유통주식수 대비 공매도 주식수 비율은 각각 6.2%, 1.6%, 1.5%로 낮은 반면,에이치엘비, 헬릭스미스는 각각 8.0%, 10.0%로 비교적 높지만 100%를 상회하고 있는 미국 숏스퀴즈 종목에 비해서 여전히 낮다”고 평가했다.
또한, 한국 증시는 상·하한가 제도가 있는 만큼 기관을 상대로 큰 손실을 내긴 힘들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국내 증시는 투자자보호를 위해 이익과 손실 모두 30% 이내 범위에서 거래가 되도록 제한된다. 반면, 미국 시장은 상·하한가 제한이 없어 하루 100%가 넘는 급등세가 연출될 수 있다. 이에 ‘게임스탑’은 3거래일 만에 1,000%가 넘는 폭등세를 연출 할 수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즉, 개인투자자가 기관에 큰 손실을 낼 만한 강력한 매수 대응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노동길 NH투자연구원은 “한국판 게임스탑으로 언급되는 공매도 관련 종목은 개인 투자자 관심에 따른 수급 효과로 당분간 상승할 수 있지만 상승폭에 대한 눈높이는 낮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hy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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