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군, 민선7기 첫 청렴도 종합평가 '최고등급' 달성
남명 조식 선비정신 계승, 한국선비문화연구원 등 청렴정신 확산
[산청=이은상기자]‘內明者敬 外斷者義(내명자경 외단자의)’ 남명 조식 선생이 자신이 나태해 지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허리춤에 차고 다닌 칼, ‘경의검’에 새겨진 문구다.
이는 조식 선생이 강조했던 ‘경의사상’을 함축하고 있는 단어다.
‘마음속으로는 항상 예의바르게 행동하고 절제하며 마음을 다스려야 하고 밖으로는 옳다고 알고 있는 것을 결단력 있게 실천해야 한다’는 의미다.
남명 조식 선생은 ‘경의검’과 함께 늘 자신의 마음을 깨어있도록 하기 위해 ‘성성자(惺惺子)’라는 방울도 허리에 차고 다녔다. 성성자는 마음을 다스리는 ‘경’의 도구로, 경의검은 사사로움을 베어내는 ‘의’의 도구로 삼았다.
학문을 탐구하는 선비였지만 늘 검과 방울을 허리에 차고 마치 무사가 몸을 단련하듯 자신의 마음을 단련한 칼 찬 선비, 남명 조식의 사상과 실천정신은 오늘날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남명 조식 선생이 남긴 유산을 간직한 선비의 고장 경남 산청군은 선생이 유명을 달리하기 전까지 머무르며 제자들을 가르친 곳이다.
- 청렴과 실천이라는 남명 정신을 계승한 산청군은 최근 전국에서 가장 청렴한 지방자치단체에 선정됐다. /편집자 주 -
남명조식 선생 초상화.
□ 산청군 전국 기초지자체 유일 청렴도 1등급
군계일학. 올해 전국 226개 시군구 기초지자체 가운데 유일하게 청렴도 1등급을 달성한 경남 산청군을 보면 떠오르는 단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9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1년도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에 따르면 산청군은 지난해 종합청렴도 2등급에서 올해 1등급으로 1계단 상승했다.
내·외부청렴도 지수는 지난해 외부청렴도 2등급, 내부청렴도 4등급에서 올해 외부청렴도 2등급, 내부청렴도 2등급으로 내부청렴도가 2등급 상승했다. 산청군은 지난 3년간 종합청렴도 상위권인 2등급을 유지해 오다 올해 민선7기 들어 처음으로 종합청렴도 1등급을 달성했다.
올해 산청군의 종합청렴도 점수는 10점 만점 기준 8.60점으로 전체 기관 평균 8.27점보다 높았고, 지난해 8.22점보다 0.38점 상승했다.
국민권익위는 도내 18개 시군을 비롯한 592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지난 2020년 7월부터 2021년 6월까지 1년간 청렴도를 측정했다.
올해 1등급을 기록한 공공기관은 경남 산청군을 비롯해 통계청·법제처·새만금개발청·충청북도·국민건강보험공단·기술보증기금·한국기계연구원 8곳이다.
군은 청렴수준, 외부청렴도 분석, 내부청렴도 분석 등 모든 분야에서 고르게 높은 점수를 얻었다. 부패사건·신뢰도 저해지수 등 감점이 발생하지 않은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군은 청렴한 공직문화 정착을 위해 청탁금지법, 공무원 행동강령 등 공직윤리를 준수하는 데 중점을 두고 직원교육을 추진해 왔다.
특히 청백e-시스템을 통한 모니터링, 청렴송 방송, 청렴자가학습, 부서별 자체 청렴교육 등 자율적 내부통제로 스스로 청렴도를 점검할 수 있도록 체계를 구축했다.
산청군 동의보감촌
□ 남명 조식 선생의 선비정신은 산청군 청렴정신의 뿌리
산청군 청렴정신의 뿌리를 찾아 거슬러 올라가면 남명 조식 선생을 만난다.
남명 선생은 ‘을묘사직소(단성소)’를 통해 탐관오리를 비판하고 나아가 임금의 무지를 꾸짖은 사건은 지금 시대에도 보기 힘든 강직한 선비의 면모를 보여준다.
남명 선생의 단성소를 곰곰이 읽어보면 어려운 백성을 돌보는 한편 어린 임금이 성군으로 자라나기를 바라는 선생의 절절한 마음이 녹아들어 있다.
단성소의 첫 시작은 ‘임금이 나라일을 잘못 다스린 지 오래돼 나라의 기틀이 무너지고 하늘의 뜻과 백성들의 마음이 임금에게서 떠났습니다’로 시작한다.
그러나 마지막은 ‘진실로 임금께서는 하룻밤 사이에 새사람이 되는 것처럼 깨달음을 얻으십시오. 지금부터라도 학문에 힘써 덕을 밝히고, 백성이 희망을 가지고 일어나게 하십시오. 착함과 덕을 펴는 정치를 하면 흩어진 민심이 돌아오고 위기가 평안해 질 것 입니다’로 끝맺는다.
그야말로 민본과 애민, 우국충정의 참 의미를 모두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명 선생은 관직에 나아가지 않고 재야에 있으면서도 항상 스스로를 갈고 닦아 깨어있었던 선비였으며, 학문을 갈고 닦는데 그치지 않고 밖으로 실천할 것을 가르친 스승이었다.
지리산 천왕봉이 올려다 보이는 산청 덕산(지금의 시천면)에 산천재를 짓고 학문정진과 후학양성에 힘썼다. 그의 가르침은 임진왜란을 맞닥뜨린 제자들이 의병장이 되어 나라를 지키는데 앞장서는 밑거름이 됐다.
그 이후로는 학문을 탐구하는 선비들이 일제의 탄압에 항거해 대한독립의 당위성을 국제사회에 전파하려 한 유림독립운동 ‘파리장서운동’의 씨앗이 됐다.
산청은 3·1운동 당시 면우 곽종석 선생이 파리강화회의에 장서를 보내 조국의 독립을 청원한 ‘파리장서운동’의 출발지가 된 곳이자 유림 독립운동의 중심이 된 곳이다.
사상은 실천할 때 비로소 힘이 된다. 남명의 사상은 실천을 통해 백성을 지키는 힘으로 발현됐다.
같은 맥락에서 올바른 가치관과 도리에 맞는 행동은 나와 우리, 더 나아가 사회를 튼튼하게 만드는 굳건한 기둥이 된다. 실천하는 지성(知性)이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
소위 ‘지성인’ 또는 ‘오피니언 리더’로 분류되는 정치인과 언론도 남명조식 선생의 청렴정신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지성인과 오피니언 리더를 옛말로 바꾸면 ‘선비’가 아닐까 한다.
일부 몰지각한 언론과 정치인들은 청렴과 실천이라는 선비정신을 잃고 무뢰배나 다름없는 행태를 보이곤 한다. 특히 우후죽순 난립하는 지역 인터넷 매체들 중 일부는 그 정도가 도를 넘기도 한다.
‘청렴도’ 조사가 공공기관 뿐 아니라 이들에게까지 확대될 수 있다면 언론과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가 높아지지 않을까.
한국선비문화연구원.
□ 선비정신 널리 알리는 한국선비문화연구원
산청군과 한국선비문화연구원은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선비이자 참 스승인 ‘남명 조식’을 재조명하고 그의 사상을 널리 알리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우선 산청군은 지난 2018년부터 경남 대표 문화예술단체이자 산청마당극마을의 주인공 ‘극단 큰들’과 함께 마당극 ‘남명’을 제작, 지역의 크고 작은 행사에서 무대를 꾸리고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으로 개최된 산청한방약초축제에서 유튜브를 통해 더 많은 관객들에게 남명을 알리는 기회를 넓혔다.
2019년 2월에는 지역주민들에게 남명 조식 선생의 정신과 학문을 제대로 알리기 위한 ‘선비대학’을 운영하기도 했다.
현재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잠시 멈춰 있지만 당시 경상대학교 남명학연구소 교수 등 저명인사로 강사진을 구성하는 한편 선비 관련 교양대학 강의로 진행돼 지역민들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같은 해 3월에는 산청군과 한국선비문화연구원, 한국토지주택공사(LH)이‘남명 조식 선생의 선비정신 계승·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당시 이들 기관은 지리산이 올려다 보이는 한국선비문화연구원에서 협약식을 갖고 산청군의 우수한 환경과 인문·관광 자원을 대외적으로 홍보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한국선비문화연구원은 국내 대표 공기업인 LH 임직원들에게 남명의 실천 정신과 사상을 알리고 계승·전파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현재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활발한 연수가 어렵지만 향후 단계적 일상회복이 진행되면 한국선비문화연구원이 가진 기존의 우수한 연수 시설과 함께 새로 증축되는 생활관 등 쾌적한 환경과 최적의 교육·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선비문화연구원은 지리산 천왕봉이 가장 잘 보이는 최고의 입지 조건과 덕천강 등 우수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곳에 위치해 연수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이재근 산청군수는 “산청군은 예로부터 산이 푸르러 산청, 물이 맑아 수청, 인심이 좋아 인청으로 불리는 ‘삼청’의 고장”이라며 “이번 평가 결과는 청렴이 공직자의 기본 덕목이자 의무임을 전 직원이 인식하고 함께 노력한 결과다. 앞으로도 다양한 청렴 시책을 추진해 부정부패 없는 청렴한 공직문화를 정착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dandibodo@s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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