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국산 코로나 치료제, ‘요란한 빈 수레’였나
[앵커]
코로나 확산세가 최근 다시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오늘(27일)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10만명을 넘었는데요. 확산세에도 여전히 코로나 치료제 개발 소식은 듣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개발을 포기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경제산업부 서지은 기자와 코로나 치료제 현황 알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들이 줄줄이 코로나 치료제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고 했다면서요?
[기자]
네. 지난해 2월 셀트리온이 국내 최초로 코로나 치료제 ‘렉키로나주’를 개발했었는데요. 이후로 개발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포기를 선언한 기업들이 늘고 있는데요.
종근당은 지난 1일 코로나 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나파벨탄’의 임상 3상 시험을 중단했습니다.
나파벨탄은 기존에 췌장염 치료제로 쓰이던 전문의약품입니다. 코로나 치료제로서도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하는 약물재창출 방식의 치료제 개발이 이뤄졌지만, 결국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크리스탈지노믹스 역시 같은날 코로나 치료제 카모스타트의 임상 2상 시험 조기 종료 소식을 전했습니다. 카모스타트는 위절제 수술 후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로 쓰이는 약품으로, 코로나 치료제로서 효과가 있는지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 중이었습니다.
앞서 셀트리온도 흡입형 코로나 치료제 개발을 중단하기도 했는데요. 코로나 치료제에 뛰어들었던 기업들이 발을 빼는 모양새입니다.
[앵커]
기업들이 잇따라 포기를 선언하는 상황인데, 이유가 뭘까요?
[기자]
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사업성’일텐데요.
업계는 이미 치료제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글로벌 제품들이 있어 치료제 개발의 사업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합니다.
코로나 치료제는 이미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와 머크앤드컴퍼니(MSD)의 라게브리오가 시장을 선점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국내 기업들은 후발주자로서 치료제 개발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왔을 가능성이 큽니다.
게다가 코로나가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치료제 개발의 중요성이 이전만 못 한 것도 이유입니다. 코로나는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감염병을 뜻하는 엔데믹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요. 코로나에 대한 인식 전환이 치료제 개발을 주저하게 만든 겁니다.
관련해 전문가 설명 들어보시죠.
[인터뷰] 백순영/카톨릭대 의대 명예교수
“새로운 후보물질을 개발한다고 해도 이미 유효하고 부작용이 적은 탁월한 치료제가 개발돼 있는 상황에서 임상 실험을 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시기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치료제 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자금을 투자해 임상 실험을 해야 되는데 이런 부분들의 상당히 제한점이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유는 알겠지만 치료제 개발 포기에 아쉬움도 남습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과 허은철 GC 대표 등은 제약기업들이 코로나 치료제를 수익 모델로 삼지 않고 개발에 집중하겠다 공언한 바 있는데요. 코로나 치료제를 ‘공익재’의 역할로 기대한만큼 실망도 큰 상황입니다.
[앵커]
민간기업은 어찌됐든 사업성을 보고 뛰어들 수 밖에 없어, 개발 중단을 마냥 비난하기도 어려울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기자]
네 맞습니다. 코로나 치료제를 줄줄이 그만뒀다고 해서 마냥 비난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는데요.
사업성 외에 개발을 포기한 가장 큰 이유는 임상시험 환경의 변화입니다.
코로나가 처음 발생해 전세계에 퍼질 당시 규제기관은 치료제에 대한 긴급승인을 허용했습니다.
하지만 엔데믹으로 전환된 후 긴급승인 등의 절차를 지양하면서 치료제 승인 문턱이 높아진 것입니다.
임상 대상인 코로나 중증환자를 찾기 어려운 것도 요인입니다. 치료제 임상 시험은 대부분 중증환자나 고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집니다. 하지만 대부분 백신을 맞으면서 중증 환자로의 이행률이 현저히 적어졌고, 이로 인해 임상 시험 대상자를 찾기 더욱 힘들어진 겁니다.
이러한 이유로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일동제약이 공동개발하고 있는 치료제 조코바도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일동제약은 지난 21일 조코바가 일본에서 긴급사용승인이 보류됐다고 설명했는데요. 관련 업계에서는 규제기관이 '엔데믹' 상황으로 인해 치료제 승인에 대한 장벽을 높인 요소도 작용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앵커]
코로나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것은 알겠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하는데요. 이유가 무엇인가요?
[기자]
네 맞습니다. ‘보건 안보’ 차원에서 코로나 치료제 개발이 중요하다는 입장인데요.
코로나 대유행 당시 치료제 확보에서 ‘자국 우선주의’가 만연했습니다. 당시 저개발국가는 백신과 치료제 공급에 차질을 빚었던 적도 있었는데요. 이로 인해 제약 주권이 ‘국력’이라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치료제 개발 경험을 갖추는 것은 중요합니다. 대유행을 일으키는 감염병의 출연이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치료제 개발 등 관련 경험을 쌓게 된다면 코로나 같은 바이러스가 출연했을 때 좀 더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네. 서지은 기자와 코로나 치료제 개발과 현 상황까지 짚어봤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기자]
네, 감사합니다.
[영상편집 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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