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이민자, 최초의 기억] 제물포항에 모인 사람들
하와이 호놀룰루에 닿은 최초의 이민자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해온 서울경제TV는 기대와 두려움을 안고 인천 제물포항을 떠나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 닿은 최초의 이민자 102명의 삶을 조명하고 기록하는 작업을 추진합니다.
언론진흥기금 지원으로 진행된 이번 기획 취재는 땀과 눈물로 얼룩진 ‘코리아 디아스포라’ 한국 이민사 120년의 의미를 우리의 미래세대에게 전하게 될 것입니다. <편집자 주>
하와이는 ‘태평양의 낙원’이라 불리며, 아름다운 관광지로도 널리 알려진 섬이다. 하지만 하와이는 지금으로부터 약 120여 년 전, 우리 국민이 해외로 떠난 최초의 공식 이민지였다.
역사에 공식적으로 기록된 최초의 이민은 한반도의 마지막 군주 국가였던 ‘대한제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상철 화백 作
1902년 12월 22일, 인천의 제물포항에는 통역관 안정수를 포함한 121명의 조선인들이 ‘겐카이마루호’에 승선해 일본 나가사키로 떠난다. 일본에 도착한 그들은 1903년 정월 초하루가 지나자 최초의 공식 이민선인 ‘갤릭호’를 타고 이역만리 땅으로의 머나먼 여정을 시작했다.
'갤릭호'에 몸을 실은 한국 이민자수는 모두 102명, 직선거리 약 6,000Km 거리의 뱃길로 열흘 이상 걸려 도착한 그들의 최종 목적지는 하와이 ‘호눌룰루’였다. 이는 역사에 기록된 최초의 공식 이민이었다.
최초의 이민자들이 첫 공식 이민지로 하와이 ‘호눌룰루’를 선택한 것에는 사연이 있었다.
1850년대, 하와이에서는 선진국의 자본과 기술, 그리고 원주민과 이주민의 값싼 노동력을 결합해 대규모로 사탕수수와 파인애플 등을 경작하는 플랜테이션 농업방식이 본격화되고 있었다.
저렴한 외국인 노동력을 필요로 했던 하와이 상황은 중국인과 일본인을 대신할 인력으로 조선인 노동자를 선택하게 했고, 기근과 곡물 수탈로 경제적 불안을 겪어야만 했던 대한제국의 힘든 정세가 맞물리면서 최초의 이민자들은 하와이로 떠나게 됐다.
하와이 오하우섬 북쪽에 위치한 ‘와이알루아’ 사탕수수농장에는 최초의 한국인 이민자들이 일하고 생활했던 터가 남아있다.
대한제국 정부는 하와이 이주를 위해 민영환을 총재로 임명하고, 근대의 외무부라고 할 수 있는 ‘유민원’을 조직해 공식 여권을 발급하는 업무를 담당하도록 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하와이 이민자들을 모집해 갔다. 한국의 하와이 이민을 도운 사람은 미국의 외교관 ‘호러스 뉴턴 알렌’이었다.
‘하와이는 기후가 온화해 극심한 더위와 추위가 없으며, 모든 섬에 학교가 있고 수업료는 무료이다. 월급은 15달러로, 일요일은 쉬고 하루 10시간씩 일한다’ 하와이가 기회의 땅임을 강조한 당시 이민자 모집 공고문은 가난한 민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하와이 이민 모집은 예상보다 쉽지 않았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집을 떠나 먼 곳으로 가본 적이 없었고, 특히 조상을 제대로 모시지 못할 수도 있는 두려움이 상당히 컸기 때문이다.
이러한 난관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준 사람은 ‘인천내리교회’의 존스목사였다. 그는 유창한 한국어로 교회 신도들에게 하와이 이주를 설득했고, 이를 통해 최초 이민자 102명의 절반 이상이 기독교 신자들을 중심으로 모집됐다.
또한 인천 사람들과 기독교 신자들 중심으로 최초의 이민자들이 구성된 배경에는 인천이라는 지역적 특수성이 있었다.
보통 인천은 서울로 향하는 관문 정도로 알고 있지만, 1883년 개항 직후부터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청나라까지 각국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각축을 벌였던 지역이었으며, 호텔, 철도, 공원 등 서구의 신문물이 들어오는 길목이었다.
이에 인천 사람들과 기독교 신자들은 상대적으로 서구문화에 반감이 적었을 것이며, 우리나라 최초의 공식이민선인 ‘갤릭호’를 타고 하와이 호놀룰루항에 입항해 미국 이민 노동자로서의 삶을 시작할 수 있게 한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하와이 이민 120년, 그 첫 발은 100여명도 안 되는 적은 숫자였지만 지금은 그 수가 늘어 미국사회 전역의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새로운 삶을 꿈꾸며 인천 제물포항을 떠났던 121명의 한국 이민자들, 그들은 한국 공식이민역사의 1세대이자 새로운 개척자였다. /박진관 기자 nomadp@sedaily.com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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