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정만기 부회장, EU 집행위원회·의원과 ‘친환경 통상’ 구축 논의”
지난 2일 벨기에 브뤼셀 현지에서 정만기(왼쪽) 무협 부회장이 디아나 아콘시아(Diana Acconcia) EU 집행위원회 기후 총국 외교 기후 담당 국장과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국무역협회]
[서울경제TV=김효진기자] 한국무역협회(무협)는 정만기 부회장이 지난 2일 벨기에 브뤼셀 현지에서 EU 집행위원회 및 의원과의 면담을 통한 아웃리치 활동을 전개했다고 6일 밝혔다.
무협은 이날 카린 칼스브로(Karin Karlsbro) EU 의회 국제무역위원회 의원과의 면담을 통해 EU 의회의 친환경 통상 법안 구축 노력 및 한국과의 협력 방안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나눴다고 전했다.
정 부회장은 “배터리‧반도체‧원자재 분야의 높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EU 의회의 새로운 입법 노력과 역내 공급망 구축의 타당성에 공감한다”며 “다만 EU 의회의 새로운 규제들이 EU의 전통적 우방국가인 한국 기업에게 의도치 않은 피해를 입힐 수 있어 향후 이행 법안 입법 과정에서 한국 기업의 의견을 수렴하고 적극 반영해 달라”고 말했다.
또한, “탄소 중립을 위한 새로운 규제 도입은 기업의 창의성과 기술 혁신 의지를 약화시키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며 “기업의 창의성과 기술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 환경 조성도 필수적이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은 전기차 보조금 제공 시 국내산 전기차와 외국산 전기차를 차별하지 않는다”며 “EU도 새로운 규제 도입이나 인센티브 마련 시 한국 기업이 차별받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써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카린 칼스브로 의원은 “EU가 도입하는 새로운 규제가 기업의 기술혁신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에 적극 공감한다”며 “EU의 추진 조치들은 기후 변화 및 우방 공동 가치를 위협하는 국가 대응을 위해 활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배터리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EU 그린딜 달성에 매우 중요하며, EU의 배터리법은 중국 등 특정 국가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낮추는 데 목적이 있다”라며 “배터리 원료 채굴부터 재활용까지 전주기에 대한 이력 관리와 EU 내 공급망 구축은 그린딜 목표달성에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배터리 산업에 강점을 갖고 있는 한국 기업들은 EU 내 공급망 구축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향후 이행법안 입법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갈 것이며 이 과정에서 한국무역협회와 지속적인 대화 채널을 유지해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지금까지 EU는 다양한 국가 및 지역과 FTA를 체결해왔지만,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후 변화 대응과 그린 전환 관련 문안이 포함된 협정은 많지 않다”며 “EU는 가치를 공유하는 한국과 무역뿐만 아니라 그린 전환 협력이 아우러진 지속적 동반자 관계 유지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후 EU 그린딜 정책을 총괄하는 EU 집행위원회 기후총국 디아나 아콘시아(Diana ACCONCIA) 외교 기후 담당국장과도 면담을 진행했다.
디아나 국장은 “EU는 배출권 거래제 수익금 등으로 혁신 기금*을 운영 중”이라며 “기금의 대부분은 EU 그린딜에 기여하는 기술 혁신에 투자되고 있으며, 수소 관련 기술 등 기금을 통해 개발된 기술들은 EU 내에서 실제로 적용되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혁신 기금 투입을 통해 EU는 그린딜 관련 기술 자립도를 높이고자 하며, 이 과정에서 한국 등 공동의 가치를 추구하는 국가의 기업과 수소‧배터리 등 유망 분야에서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배출권 거래제 등은 기업의 기술혁신을 저해하는 규제로 보일 수도 있지만, 친환경 추진에 소극적인 기업에게는 불편함을, 적극적 기업에게는 인센티브를 줘 그린전환 기술혁신을 촉진한다”며 EU의 그린산업 관련 규제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정 부회장은 이에 대해, “석탄 대신 수소를 투입하여 철강재를 생산하는 수소 환원 제철 기술 도입과 같이 규제를 넘는 파괴적 기술 개발에 대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 부회장은“좁은 국토를 보유한 한국의 경우 국토의 70%가 산으로 이루어져 숲과 산을 파괴하지 않고는 태양광 발전이 어렵고 풍력도 생산 여건이 좋지 않다”며, “한국은 수소 산업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아나 국장은 한국의 수소 산업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후 정 부회장은 루이자 산토스(Luisa Santos) 비즈니스 유럽 사무차장과 EU의 주요 통상 정책에 대한 유럽 기업의 대응 현황에 관한 면담을 진행했다.
산토스 국장은 “미국은 IRA 등 대규모 보조금 지급 등 인센티브 위주로 그린 산업 발전을 도모하고 있지만, EU는 전통적으로 규제에만 집중하고 있어 EU 역내 기업들은 애로가 크다”고 언급했다.
그는 “미국은 기술 가능성을 보이면 즉시 자금을 투입하며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지만, EU 기업들은 규제 준수에 발목을 잡혀 기술의 발전 속도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의 배타적인 IRA 조치로 인해 전통적 우방인 EU와의 협력에 금이 갈 우려가 있어, 현재 미국-EU 정부 간 태스크포스가 운영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한국무역협회와 공동으로 기업 차원의 규제 대응 및 유럽경제협력네트워크(EEN) 프로그램 등을 활용한 산업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늘려가길 희망한다”며 양 기관 간 협력을 제안했다. /hyojean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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