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스타트업, 청년층 눈높이 맞는 창업·성장 필요”
[서울경제TV=김효진기자] 한국무역협회(무협)는 14일 삼성동 트레이드 타워에서 산학연 관계자 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7회 무역산업포럼: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 제언’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정만기 무협 부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출산율 저하, 소득 양극화 확산, 수출 부진 등 우리 경제의 부정적 측면 확산은 생산 현장의 기능 인력 부족, 대졸 청년층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 부족이라는 인력 수급 미스 매칭 문제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가정에서 독자로 자란 청년층이 대학 졸업 시 생산현장 인력으로 취업하기는 심리적으로 용이하지 않다는 현실을 감안하는 경우 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많은 스타트업들의 창업과 성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 부회장은 “실제 우리 청년층의 고등 교육 이수율은 63.9%로 OECD 국가 중 1위(OECD 평균 46.9%)이나 이들의 고용률은 75.2%로 37개국 중 31위(OECD 평균 82.9%)에 불과하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스타트업들의 역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2022년에만 벤처‧스타트업은 약 75만 명을 고용하면서 고용 증가율은 8.1%를 기록, 전체 기업의 고용 증가율인 2.4%를 3배 상회하였고 특히 벤처 투자를 받은 기업의 고용 증가율은 29.8%에 달했다”며 “청년 고용은 1.2% 감소했으나 벤처스타트업의 청년 고용은 전년대비 3.6% 증가했고 여성 고용도 전년 대비 10% 증가해 전체 여성 고용 증가율인 2.9%를 큰 폭 상회했다”며 “인력 수급 미스 매칭에서 파생된 다양한 우리 경제의 문제는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스타트업 창업 및 성장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개방형 혁신 확산과 스타트업들의 공공 시장 진입 장벽 해소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먼저, 개방형 혁신은 아이디어 발굴, 연구 개발, 사업화의 모든 과정이 기업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폐쇄형과 달리, 모든 과정을 외부에 개방하면서 혁신 속도를 높이면서도 비용은 줄이고 성과는 극대화한다”고 말했다.
또, “대부분 일본 기업의 경우 자사 중심주의에 집착하면서 1990년대 이후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된 사례가 많은 반면, 포브스 500 상위 100개사의 68%는 개방형 혁신을 위해 스타트업과 전략적 제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편, 스타트업의 공공 시장 진입 장벽과 관련해선 업력, 트랙 레코드 위주인 기존 매출액 기준의 조달 관행이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의 경우도 2019년 제도의 시범 도입으로 기술력만으로 공공 조달시장에 진입하는 스타트업 사례가 나타나고 있으나 전체 시장규모 184조 원 중 혁신조달은 0.34%에 불과하다”면서 “이는 네덜란드(2.5%)나 핀란드(10%) 대비 매우 낮을 뿐만 아니라, 구매 목표제 시행 대상 기관 중 1/3 가량 (35.4%)은 아예 혁신제품을 구매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어, 스타트업들의 공공시장 진입을 위한 획기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스페인 항만공사는 항만시스템 개선을 위한 Port4.0 사업을 통해 기업의 업력·규모·매출액 제한 없이 스타트업들의 역량을 최대 활용하고 있고 영국은 정부차원에서 ‘글로벌 샌드박스’(CBT : Cross Border Testing)를 운영함으로써 매년 100개 이상의 글로벌 혁신 스타트업들을 자국으로 유입시켜 혁신과 성장을 주도해 가도록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는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경 무협 스타트업성장지원실장은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 과제’ 발표에서 “스타트업은 세계 경제 판도를 바꾸고 있다”면서 “글로벌 시총 10대 기업 중 절반이 1990년 이후 창업한 IT 스타트업”이며 “세계 각국도 창업과 혁신을 위한 정책 경쟁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요 선진국은 미국의 실리콘밸리로 대표되는 자생적 생태계와 영국의 글로벌 테스트베드(CBT)로 대표되는 정부 주도 생태계 등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 생태계가 활성화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한국도 기술 기반 창업 비중(17.4%, 2022년), GDP 대비 벤처투자 비중(0.26%, OECD 6위, 2021년) 등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노력이 강화되고 있으나 글로벌 스탠다드에 훨씬 못 미치는 규제, 입법 환경 지속으로 인해 국내 유니콘 기업의 출현을 저해할 뿐 아니라 글로벌 유니콘 기업의 한국 유입도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7년 글로벌 100대 유니콘 기업 중 국내에서 온전한 사업 영위가 가능한 기업은 절반 이하”라면서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 공유 숙박 서비스 에어비앤비 등 혁신 서비스는 정부 규제로 금지되거나 제한적으로만 운영되고 있으며, 과도한 입법 규제로 인해 국내 스타트업 4곳 중 1곳은 해외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한편, 투자 생태계도 민간 자금이 아니라 정책 자금 위주로 벤처 펀드가 조성되면서 민간에 의한 자생적인 투자 활성화가 제한되고 있다”면서 “투자의 선순환 구조 형성을 위해서는 투자금 회수(Exit, 엑시트)에 성공한 창업자가 재창업과 재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M&A시장이 활성화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일반 VC보다 자금 모집력과 투자 규모가 큰 기업형 벤처 캐피탈(CVC)에게 적용되는 투자 제한 조치가 완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혁신 저해 문화‧환경 요인 개선도 필요하다”면서 “투자 회수의 안정성을 중시하는 한국은 투자 실패에 따른 사회적 낙인이 강하고 재도전 지원도 미비하여 혁신 창업이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2021년 글로벌 기업가정신 모니터링에 참여한 47개국 중 한국은 창업 용이성 35위, 실패 두려움 46위로 나타나 실패를 용인하고 재도전을 지원하는 미국보다는 리스크를 회피하는 일본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무역협회는 스타트업 전시회인 NextRise, 대·중견기업 오픈 이노베이션, 국내·외 테스트베드 실증 사업 등 스타트업이 스케일 업(Scale-up)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통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를 키워가겠다”고 밝히면서 “무역협회는 최근 이와 같은 내용을 담아 ‘스케일업을 위한 스타트업 생태계 국제비교 및 진단’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덧붙였다.
김성훈 법무법인 미션 변호사는 ‘해외스타트업 생태계현황 비교’ 발표에서, “전 세계적으로 산업혁신과 함께 규제 ‘개혁’에서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규제개혁 경쟁’에서는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가 혁신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신속하게 검토하여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새로운 혁신이 야기하는 공익 침해행위에 대해 국가 차원의 빠른 개입과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의 혁신 반응성’ 제고 역시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는 ‘투자자가 바라본 스타트업과 산업혁신’ 발표에서, “최근 스타트업 생태계는 자본 시장 침체로 위축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나, 수익성을 확보하거나 AI, 로봇, 2차전지 등을 개발하는 딥테크 스타트업들은 자금 조달에 성공하며 성장을 이어가는 추세” 라며, “예비창업자나 초기 스타트업을 경영하는 창업자는 반드시 인구 감소‧기후 위기에 따른 글로벌 규제 강화‧경제 블록화‧혁신 기술의 등장 등 세 가지 포인트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시장 환경 흐름과 대외 변수를 고려하며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스타트업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론에 참석한 정재성 로앤컴퍼니 부대표(공동창업자)는, “전 세계 리걸 테크(Legal Tech) 기업 수는 4년 만에 2.8배 증가해 7천여 곳이 넘지만, 우리나라는 몇 년 동안 고작 30여 곳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언급하며, “로톡은 정보 비대칭이 극심한 법률 시장에서 변호사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여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높이고 혁신 서비스의 가치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에 있어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우리 기업이 첨단 기술을 활용해 국민 편익을 높이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충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노규승 현대차 제로원 팀장은, “현대차 같은 대기업은 미래 신사업을 선도하기 위해 다양한 신기술에 대한 직간접 경험을 필요로 하기에 현대차 제로원과 같은 오픈 이노베이션 조직을 통해 외부의 혁신 기술과 사업을 테스트하고 경험하고 있다”면서 “초기에 유망한 스타트업을 투자‧육성해 미래의 파트너로 성장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률 본투글로벌센터 팀장은, “해외진출 성공의 핵심은 고객의 수요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인력‧파트너‧네트워크를 얼마나 적시에 확보하는지 여부에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hyojean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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