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美·EU 반도체 공급망 재편·설비 증설 대응해 인력·투자 늘려야”
[서울경제TV=김효진기자] 한국무역협회(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31일 ‘미국과 EU의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반도체 공급망 불균형 장기화에 따른 경제적 손실과 중국의 추격을 막기 위해 미국과 EU가 추진 중인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과 이에 따른 우리 기업의 영향을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팬데믹 이후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으로 인해 반도체 수급 불균형이 장기화됨에 따라 자동차, 에너지, 의료 장비 등 일부 산업의 막대한 생산 차질로 인해 시장 점유율 및 GDP가 하락하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
미국과 EU는 반도체 설계, 첨단재료, R&D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조 능력이 약하기 때문에 제조 및 후공정은 대만, 한국,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중국의 세계 반도체시장 점유율은 ATP(Assembly, Test, Packaging) 38%(미국 5%, EU 4%), 웨이퍼 21%(미국 11%, EU 9%), 재료 19%(미국 10%, EU 6%)로 미국·EU 대비 높은 수준이다.
2021년 반도체 부족 사태로 인해 미국 GDP의 1%(약 2,500억 달러)가 감소했으며, EU는 일부 회원국의 자동차 생산량이 1/3 감소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또한 중국이 향후 10년 안에 인공지능, 5G 등 21세기 기반 기술 분야에서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중국의 첨단 기술 분야가 발전되고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반도체 공급망 기능이 정지되고, 공급망이 중국을 중심으로 변화할 경우 주요국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어 주요국은 반도체를 국가 안보의 요체(要諦)로 지정하고 대응에 나섰다.
미국과 EU 모두 반도체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막대한 보조금 지급과 제3국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나 미국은 중국 관련 제재 조치를 강화하는데 비해, EU는 모니터링과 위기 대응 역량 강화에 나섰다는 점에서 제도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의 반도체 육성 전략은 크게 보조금 지급, 신청 요건 규정 및 중국 제재, 제3국 협력 강화가 핵심이다.
미국은 반도체 연구 개발·제조·인력 양성과 세액 공제 등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해 보조금으로 약 782억 달러의 예산을 편성한다.
또한, 반도체 제조 시설 지원을 위한 보조금이 국가안보를 저해하는 용도로 오용되지 않도록 미국 반도체 생태계를 위한 연구·개발 지원, 초과 이익 공유, 회계 자료 제출 등 엄격한 신청 요건을 규정한다.
이에 더해 우려 대상국에서 반도체 생산 능력의 실질적 확장 및 중요 거래 금지, 해외 우려 대상 기관과의 공동 연구 및 기술 라이센싱 금지, 미국산 및 미국에서 파생된 첨단 반도체 및 장비의 대중국 수출 통제 강화 등을 통해 중국 제재에 나선다.
제3국 협력 강화를 위해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역량을 강화해 공급망을 확보하고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위해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을 구사 중이다.
한편, EU는 보조금 지급, 모니터링 및 위기 대응 강화, 제3국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반도체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EU는 반도체 가치 사슬 전반에 걸쳐 대규모 기술 역량을 구축하기 위해 관련 연구 개발 및 혁신 활동을 지원하고, 제조 시설 투자 유치를 위해 최초 제조 시설에 공공지원을 보조금 형태로 제공할 방침이다.
최초 제조시설이란 신규 또는 실질적으로 향상된 반도체 제조시설 또는 제조에 사용되는 장비 및 핵심부품을 생산하기 위한 시설로서, 제조 공정 또는 최종 제품과 관련하여 EU 내 실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시설이다.
또한, 반도체 공급망 모니터링을 통해 수요 및 공급 부족을 예측하는 등 위기 대응을 위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이에 더해 공동이익을 공유하는 유사 입장국과 반도체 동맹을 구축해 정보 교환, 반도체 분야의 지적 재산권 보호 강화 등을 위해 협력할 계획이다.
미국의 보조금 지원으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은 총 2,100억 달러를 상회 하는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과 대만 기업은 2,721억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이는 일부 미국 기업들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보고서는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이 미국 진출을 희망하는 우리 기업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으나 까다로운 신청요건, 미국과의 협력 관계 유지에 따른 선택의 자유 제한, 탈 중국 동참 압박 등 위험 요인이 공존하고 있어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우리 기업이 미국 보조금 혜택을 받는다면, 중·장기적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축소해나가야 하는 압박을 받을 수 있으며, 이는 주요국 대비 반도체 수출·생산에서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에게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반면 보조금을 거부한다면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 동맹’에서 우리나라가 소외될 가능성이 있어 자유로운 선택이 어려운 상황이다.
보고서는 EU의 반도체 지원 정책은 EU 시장 내 첨단 반도체 팹에 대한 적은 수요, 취약한 반도체 생태계 기반, EU 내 반도체 제조 시설의 높은 운영비용 등의 제한이 있어 우리 기업에게 큰 이익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EU 내에서 반도체 생산을 위한 반도체 장비, 소재 등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반도체 소부장 기업에게는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정아 무협 수석연구원은 “미국과 EU의 반도체 지원 정책 효과가 나타나는 2025년-2030년을 기점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새롭게 재편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사업에 대한 지원 강화와 핵심 인재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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