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4人4色 | 유기준] 묵묵히 바람을 그리는 손, 방화선 선자장
전국
입력 2025-03-22 15:53:25
수정 2025-03-22 15:54:07
이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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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준 전주문화재단 공예품전시관운영팀 차장

전북특별자치도 전주, 호남 최고의 복합 문화예술공간인 한국소리문화의전당(Korea Sori Arts Center)을 둘러보다 보면, 어디선가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소리에 이끌리고, 어느새 펼쳐진 오색빛깔의 부채가 눈에 들어온다. 그곳에는 평생 부채를 만들어 온 장인이 있다.
바로 전북특별자치도 무형유산 제10호 선자장 방화선이다. 그는 부채 하나하나에 자신의 철학과 전통을 담아 바람이 지나는 길을 아름답게 만들어 간다.
방화선 선자장은 어린 시절부터 부친에게 부채 제작을 배웠다. 한지와 대나무를 다루는 일은 쉽지 않았다. 대나무의 결을 따라 자르고, 얇게 다듬어 부챗살을 만들고, 한지를 곱게 입히는 과정은 손끝의 감각이 생명이다.

물론 충분히 이해는 간다. 하지만 전통문화를 그런 식으로 폄하하는 듯한 발언은 자신의 문화 수준이 거기까지라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다. 이제는 부채를 바람만 일으키는 도구로 구매하지 않는다. 하나의 예술품이고, 소장 가치가 충분히 있는 것이다. 이렇듯 방화선 장인은 이 전통을 이어받아 60년이 넘도록 부채를 만들어 왔다.
그의 부채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제작 기법에만 있지 않다. 그는 전통을 지키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더하는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 전통 문양을 활용한 디자인, 색감의 변주, 현대인들이 실생활에서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부채까지, 그의 손끝에서 태어난 작품들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가교가 된다. 덕분에 그의 부채는 국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전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도 인기 있는 문화상품이 되었다.
방화선 장인에 대한 흥미로운 일화도 많다. 그의 공방을 방문해 부채를 구입한 한 외국인 관광객이 다시 찾아와 "이 부채를 손에서 놓을 수 없다"며 같은 부채를 여러 개 더 사 갔다고 한다. 이유를 묻자 그는 "이 부채를 펼치면 손끝에서 기분 좋은 바람이 흐르는 것만이 아니라, 마치 전통의 온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또 한 번은 한 유명 화가가 그의 부채에 직접 그림을 그려 특별한 작품을 만들었고, 이는 전시회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전통 공예는 결코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방화선 선자장의 부채가 그러하듯,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장인의 부채를 손에 쥐고 펼쳐보면, 단순한 종이와 대나무가 아니라 수백 년의 시간이 담긴 ‘이야기’를 펼치는 것과 같다. 부드러운 바람 한 줄기가 지나가는 그 순간, 우리는 전통이 단절되지 않고 흐르고 있음을 느낀다.
올여름도 엄청난 폭염이 예상된다. 전주를 방문하면 전승공예품 부채 한 점 장만하거나 선물해 보시라. 부채는 에어컨처럼 전기요금을 부과하지 않고, 받는 이에게 품격까지 드릴 것이다.
▲ 유기준 전주문화재단 공예품전시관운영팀 차장
'문화 4人4色'은 전북 문화·예술 분야의 네 전문가가 도민에게 문화의 다양한 시각과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매주 한 차례씩 기고, 생생한 리뷰, 기획기사 등의 형태로 진행됩니다. 본 기고는 본지의 취재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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