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일의 인생한편 | 광장] 광장의 규칙과 욕망의 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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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5-06-27 00:24:45
수정 2025-06-27 00:24:45
이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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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광장>(2025)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광장>(2025)은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복수극이자 하드보일드 액션 드라마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폭력과 냉혹한 생존 질서에 대한 비판이 깔려 있다.
원작 웹툰에서 ‘광장’이라는 공간은 조직의 명운을 건 인물들이 목숨을 걸고 대결하는 결투의 장을 의미한다. 그러나 넷플릭스 시리즈 <광장>은 이러한 광장의 공간성을 재해석해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돈과 폭력의 세계라는 넓은 의미로 확장하고 있다. 이는 두 작품이 지닌 세계관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지점이다.
웹툰 <광장>이 동생의 죽음에 대한 남기준의 복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넷플릭스 시리즈 <광장>은 원작 캐릭터들을 활용해 전혀 다른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이런 이유로 원작에 호의적인 독자들은 이번 작품이 원작의 세계관을 훼손한 것으로 느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원작과의 비교를 잠시 멈추고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광장>을 감상한다면 인상적인 지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

차영도가 특별한 원한이나 이념적 동기를 지니지 않은 생계형 빌런이라는 점에서 ‘악의 평범성’을 떠올리게 한다. 다시 말해 우리의 일상적 무의식을 지배하는 자본화된 광장의 규칙들은 ‘먹고사니즘’이라는 현실화된 욕망 아래 작동하는 것이다.
또한 넷플릭스 시리즈 <광장>은 단순히 복수극의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 남기석의 죽음이 처음에는 봉산그룹 회장 구봉산의 아들 구준모 때문으로 보였지만, 실제로는 주은그룹 회장 이주은의 아들인 이금손의 음모였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 과정에서 이금손이 자신에게 복수하러 온 남기준에게 던지는 질문은 의미심장하다. “왜 누구는 광장을 가지고 싶어 죽을 것 같은데, 너희 형제는 광장에 관심이 없지?” 이 질문은 광장이라는 대상을 둘러싼 욕망의 작용이 결코 균질적이지 않다는 것을 노출하며, 우리는 일상을 지배하는 광장의 규칙에서 어긋난 선택을 할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이 작품에 대한 몇몇 평가 중에 ‘남성들의 폭력성을 대리만족시키는 마초 드라마’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이러한 비판이 겨냥하는 것처럼, 남기준이 무자비한 폭력과 일당백의 전투 실력으로 다수의 적을 쓰러뜨리는 장면은 분명 환상에 가깝다. 하지만 그 사실만으로 <광장>이라는 작품을 규정하는 것이 정당한 평가일까? 이러한 평가는 텍스트가 지닌 표현 방식의 폭력성에 대한 적절한 지적일 수 있지만, 이 작품을 둘러싼 다양한 맥락에 대한 무관심을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남기준을 도운 인물들이 맞이하는 죽음은 광장을 지배하는 생존 게임의 잔인한 룰을 보여준다. 그들은 모두 ‘조직’과 ‘광장의 규칙’에서 벗어나 인간적인 선택을 했기 때문에 희생당한다. 예를 들어 빌런이었던 심성원이 남기준의 조력자로서 주은그룹을 배신한 뒤 결국 자신의 부하에게 살해당하는 장면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광장은 단지 폭력적인 공간이 아니라 최소한의 인간적 도리조차 허용하지 않는 비정한 시스템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측면에서 <광장>은 남성적 마초성을 미화하는 것이 아니라, 광장이라는 시스템의 냉혹함을 고발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원작의 잔혹한 전투 방식 대신 남기준이 지닌 전투 능력과 더불어 누구나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대중적 표현 방식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웹툰을 실사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전략적인 접근 방식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심우일 선문대학교 K-언어문화기업학과 강사
·선문대학교 문학이후연구소 전임연구원
·롤링스톤 코리아 영화 부문 편집위원 활동
·전주국제단편영화제 프로그래머 역임
·TBN 전북교통방송 프로그램 ‘차차차’ 라디오 방송 활동
·웹진 <문화 다> 편집위원 역임
·제3회 유럽단편영화제 섹션 ‘삶을 꿈꾸다 (DERAMERS)' 책임 강연
·계간지 <한국희곡> 편집위원 역임
-연극인 인터뷰 <최치언, 정범철, 김광탁 작가> 및 연극 평론
‘인생한편’은 영화평론가 심우일이 매주 한 편의 영화 속에서 삶의 질문과 여운을 찾아 전하는 이야기입니다. 본 기고는 본지의 취재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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