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 넓어진 여행자보험…'무사고 환급·항공 지연 특약'까지
금융·증권
입력 2025-08-09 08:00:08
수정 2025-08-09 08:00:08
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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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신계약 건수, 전년 대비 32% 증가
보험사별 '맞춤형 상품' 경쟁 치열
간편함과 보장 확대 사이 '혼란' 주의해야

[서울경제TV=강지영 인턴기자] “요즘에는 여행 준비 할 때 여권이나 환전보단 ‘여행자보험’을 가장 먼저 챙겨요.”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여행자보험 가입자가 급증하고 있다. 8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국내 9개 손해보험사(메리츠·한화·흥국·삼성·현대·KB·DB·AXA·카카오)의 올 상반기(1~6월) 여행자보험 신계약 건수는 173만319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약 32% 증가한 수치다. 업계는 이 추세라면 올해 가입 건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최근 보험사들은 무사고 환급, DIY 설계, 기후 질환 보장 등 ‘여행 맞춤형’ 상품을 내놓으며 각종 차별화 전략으로 고객 잡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 “짐 싸기 전에 보험부터”…달라진 여행자보험의 위상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여행자보험은 공항 카운터 옆 작은 부스에서 만드는 ‘일회용 상품’이었다. 하지만 최근 해외여행 수요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면서, 이제는 모바일 앱을 통해 미리 설계하는 ‘필수 여행템’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출국 직전까지 모바일로 간편하게 가입이 가능해 20·30세대의 가입 비중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기 결항, 수하물 분실, 해외 병원 치료 등 예상치 못한 사고에 대비하려는 수요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 보험사별 차별화 전략·맞춤형 여행자보험 경쟁
삼성화재는 지난달 ‘365 연간 해외여행보험’을 출시했다. 한 번의 가입으로 연간 보장을 제공함으로써 매 출국 시 정보를 입력하고 가입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최소화했다. 출발일 기준 최장 31일까지 보장이 가능하며, 특히 잦은 해외 출장을 가는 직장인 여행객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회사가 집계한 상품 가입자 분석 결과에 따르면 경제적 여유와 여행 빈도가 높은 40대의 가입 비중이 34.8%로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DIY(직접설계형) 여행자보험’을 선보인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지난 6월 30일 누적 가입자 수가 40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용자가 보장받고 싶은 항목을 직접 설계하는 방식으로 특히 젊은 층의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390원짜리 초소형 특약으로 가격적인 부담을 낮춰, 전체 특약을 포함하더라도 보험료는 9920원 수준에 그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뿐만 아니라, 카카오페이손보는 업계 최초로 무사고 귀국 시에는 보험료의 10%(최대 3만원)를 환급해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2025년 5월까지 전체 가입자 중 환급금을 받은 비율은 75%에 달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KB손해보험은 지난 5월 ‘KB다이렉트 해외여행보험’에 항공기 지연 특약과 기후 질환 보장을 도입했다. 국제선 항공기가 2시간 이상 지연 또는 결항되면 최대 10만원을 지급하고, 해외여행 중 현지에서 고온성·저온성 등 기후 관련 질환이 발생한 경우 진단비를 보장한다. 소비자들은 안심든든형, 가성비형, 필수형 등 원하는 플랜을 선택해 다양한 보장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이외에도 캐롯손해보험은 가족관계등록부와 연동한 '스마트 스크래핑 시스템'을 도입해 미성년 자녀의 보험금 청구 시 별도 서류 제출 없이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무사고 귀국 시 보험료 일부를 포인트로 환급해 고객 만족과 재가입을 유도한다.
메리츠화재는 여행 지역과 동반 인원에 맞춰 맞춤형 특약을 추천한다. 유럽 여행객에게는 '휴대품 손해 특약'을, 자녀 동반 동남아 여행객에게는 '해외 의료비 특약'을 제공하는 등 고객이 필요로 하는 보장을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 보장 넓어졌지만, ‘약관 함정’ 여전
하지만 여행자보험이 보장 범위를 점차 확대하면서 소비자들이 겪는 혼란도 함께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해외에서 부상을 당해 귀국 후 국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실손의료비를 청구했지만, 기존 실손보험과 중복된다는 이유로 일부만 보상받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또한, 한 여행객은 폭설로 비행기가 하루 연기되자 귀가 후 마트에서 생필품을 구매한 비용을 보험금으로 청구했는데, 보험사는 “여행과 직접 관련 없는 지출”이라며 보험금을 거절한 사례도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항공 지연 특약’은 대체 항공편 대기 중에 발생한 식음료비, 숙박비, 라운지 이용료에 한해서만 보상한다.
간편해진 가입 절차 덕분에 여행자보험 이용은 늘고 있지만, 이처럼 약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피해를 보는 소비자 또한 늘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모바일 가입이 편리해진 만큼 약관 숙지가 더 중요하다”며 “보장 항목과 면책 조항을 반드시 확인하라”고 당부했다.
◇ 작지만 빠른 ‘보험 실험실’
여행자보험은 단기·소액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보험업계의 디지털 전략을 시험하는 ‘미래 실험실’ 역할을 하고 있다. 모바일 설계 기반, 지수형 지연 보상, 무사고 환급 같은 시도들이 여행자보험을 통해 먼저 실험되고, 이후 장기보험 상품에 확산되는 구조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여행자보험은 고객 행동 데이터와 최신 위험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할 수 있어 보험사 전체의 혁신 속도를 끌어올리는 가속기 역할을 한다”며 “이는 장기보험 등 복잡한 상품의 디지털 전환에도 밑거름이 된다”고 설명했다. /jiyo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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