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신용카드 만들면 현금 준다는 말,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모바일이나 인터넷을 통해서도 만들 수 있지만, 어차피 만들 카드라면 카드도 만들고 돈도 준다는 데 싫어할 분들은 없을 것 같은데요. 그런데 이렇게 모집인이 현금을 주면서 신규 카드 발급자를 모집하는 건 명백한 불법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금융팀 이아라 기자와 카드 불법모집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이 기자, 카드 한 장당 10만원을 카드사들이 준다는 건가요, 카드 모집인이 준다는 건가요.
[기자]
카드 모집인이 새로 카드를 발급받는 고객한테 현금을 준다는 겁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렇게 불법 모객으로 과태료를 받은 카드 모집인이 2017년 한 해에만 500명을 넘어섰는데요. 적은 숫자가 아니죠. 제가 취재를 하면서 주변에 “카드 만들면 현금 준다는 말 들어본 적 있냐”고 물어봤는데 권유를 받은 경험은 대부분 있었고, 실제로 돈을 받고 카드를 만들었다는 사례도 적지 않았습니다. 삼성, 롯데, 하나, 국민, 우리 등 대부분의 카드사 모집인들이 이런 방법으로 영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경로로 이루어지는지 들어보시죠.
[인터뷰]
직장인 A씨
“친한 직장동료가 카드 만들면 바로 계좌로 10만원 보내준다고 (소개)해가지고...”
“제 개인 계좌로 돈을 입금해주셔서 그렇게 받았습니다”
보통 이렇게 주변 지인을 중심으로 연결해서 신규 가입자를 찾는 방식으로 모객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카드를 만들면 바로 그 자리에서 신규 회원에게 10만원을 계좌이체 해주고, 일정 기간 충족시켜야 하는 사항을 설명해주는데요. 카드사마다 다르긴 하지만, 보통 6개월간 매월 카드 사용액이 30만원 이상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앵커]
결과적으로 카드 모집인들이 사비로 신규 회원에게 돈을 준다는 것 같은데, 구조가 어떻게 되는 건가요.
[기자]
카드 모집인은 보통 카드 발급 건수에 따라 카드사로부터 수당을 받습니다. 카드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보통 건당 1만 5,000원~2만원 수준인데요. 이 수당이 6개월가량 지급되는 걸 생각하면 신용카드 한 장당 모집인에게 떨어지는 수당은 10만원~15만원 수준인 겁니다. 여기에 사용수당도 있는데요. 카드 회원이 일정액 이상 카드를 사용하면, 카드사에서 모집인에게 월 2만원 가량의 사용수당을 추가로 제공합니다. 추가 수당을 받는 것까지 계산을 해보면, 모집인 입장에서는 10만원을 들여서 신규 회원을 모집하고, 건당 발생하는 발급수당과 추가로 발생하는 사용수당을 챙길 수 있는 거죠. 하지만 신규 회원이 일정 기간 충족시켜야 하는 사항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 이런 수당을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사비를 들여 먼저 회원에게 돈을 줬는데, 카드사로부터 수당을 못 받게 되면 고스란히 모집인의 손해가 되는 거죠. 그래서 카드 모집인들은 자신에게 카드를 발급한 회원들에게 “카드 사용을 30만원 이상 해달라”고 부탁을 한다고 합니다. 주로 지인들 중심으로 신규 회원을 모집했으니 이런 카드 사용 독려도 할 수 있는 거죠. 삼성카드 모집인 이야기 들어보시죠.
[인터뷰]
삼성카드 모집인
“(카드 회원들한테) 맨날 얘기했지. 30만원이면 내가 수당을 다 주고 나한테 떨어지는 게 하나도 없으니까 조금 (카드를) 많이 써줘요, 이렇게”
[앵커]
돈을 주면서 신규 회원을 불법행위라고 했는데, 왜 이런 불법모객이 기승을 부리는 건가요.
[기자]
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모집인은 신용카드 발급 때 연회비의 10%를 초과하는 이익을 고객에게 제공할 수 없습니다. 위반하면 500만원 이하 과태료와 최대 6개월간 모집행위가 정지되거나 등록이 취소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불법모객이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카드사 영업환경의 변화 때문입니다. 요즘은 비대면을 통해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죠. 굳이 모집인을 통하지 않고도 카드를 만들 수 있다는 건, 바꿔말해 모집인들이 신규 회원을 모집하기 어려운 영업 환경이 됐다는 걸 의미합니다. 또 하나는 이런 행태를 멈추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카드 모집인 입장에서는 “다른 모집인들은 신규 회원에게 돈을 주는데 나만 안주면 누가 나한테 카드를 만들겠냐”는 겁니다. 불법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렇게 영업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모집인 이야기 들어보시죠.
[인터뷰]
카드 모집인
“이걸 우리가 주는 거는 불법이야. 불법인데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일을 하려면 그 돈을 주고 (신규 회원을)받아야지.”
“(10만원이 아니라) 나는 만약 8만원을 주고 싶은데, 그럼 나한테 누가 하겠느냐고 똑같은 조건인데. 그래서 억지로라도 그렇게 하고 있는거야 지금”
[앵커]
이런 건 당국이 나서서 해결해야 할 것 같은데, 진행되고 있는 게 없나요?
[기자]
현재 금융위원회는 여신전문금융업법을 근거로 카드사가 카드 모집인의 불법 모집에 대해 신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최대 5,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불법 모집을 한 카드 모집인에게도 건당 12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는데요. 돈을 주면서라도 영업을 해야 하는 카드 모집인과 돈을 받고 카드를 만드는 회원 간에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단속이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합니다. 카드사들이 종용해서 이런 영업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여신금융협회 사이트에서 신고하면 50만원의 포상금도 지급하고 있지만, 소용없는 실정입니다.
[앵커]
모두가 불법인 줄 알고 있으면서도 근절되지 않는 카드 불법 모집, 변화한 카드사 영업환경에 맞는 대책이 나와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기자]
고맙습니다. /이아라기자 ara@sedaily.com
[영상편집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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