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부품·소재 국산화, 양은 냄비 아닌 가마솥이 필요

오피니언 입력 2019-07-23 14:05:47 수정 2019-07-23 14:05:47 김혜영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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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수출규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에 ‘국산화’와 ‘탈일본’이 화두다.

이 가운데, 얼마전 박영선 중기부 장관과 최태원 SK 회장의 설전이 오갔다. 국산 불화수소를 둘러싸고 엇갈린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국내 중소기업이 불화수소를 충분히 만들 수 있지만, 대기업이 이를 사주지 않는다고 주장한 박영선 장관. 이에 품질 문제로 응수한 최태원 회장. 당장 수소 품질의 진실을 알 순 없다. 그러나, 적어도 이 대목에서 우리는 대한민국 산업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엿볼 수 있다.
 

부품 소재 국산화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물론 기술 인력을 양성해야 하고, 품질을 높이는데 꽤 긴 시간이 걸린다. 소재 국산화가 하루아침에 이뤄지긴 힘든 현실이다. 그러나, 적어도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 끄기에만 급급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박영선 장관 역시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겼다. “첫 술에 배부르겠냐”며 중장기적인 관점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을 강조했다.
 

6년 전 국내 중소기업이 불화수소 기술력을 갖췄음에도 공급처가 마땅찮아 대량 생산에 나서지 못했다고 한다. 일본제품에 버금가는 초고순도 불산 제조 기술 특허를 받았지만, 결국 사장됐다. 당시 정부에서 이를 뒷받침 해줬거나, 대기업에서 눈길을 줬더라면, 지금 일본 수출 규제에 이렇게 손 놓고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 당시 국산화를 진행했다면,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높아지고, 일본 소재에 대한 의존도도 낮출 수 있었을 것이다.

대기업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순도가 높고 불량률이 적은 기존에 사용해 오던 일본산 제품을 선호할 수 있다. 그러나,단기적인 이윤에만 치중하기보단, 장기적인 공급 안정성 확보를 꾀해야 한다.

결국, 중소기업의 품질 향상과 대기업의 인식전환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공생의 관계인 셈이다. 품질 이슈에만 국한된다면, 오늘날과 같은 사태를 언제 또 맞닥드릴지 모를 일이다.
 

여기서 정부의 역할이 궁금해진다. 일본의 수출 규제 한방에 급소를 제대로 맞아 쩔쩔매고 있는 정부. 언제까지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 채, 종속 관계에서 머무를 것인가. 이런 비판이 커지자, 정부가 부랴부랴 나섰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위한 R&D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에 나섰다. 비단, 반도체에 국한된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 정부가 할 일은 제도와 인프라 지원이다. 어렵사리 기술을 개발한 중소기업에 판로를 깔아주고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중소기업 정부를 표방하고 있다. 재벌 대기업 구조에서 중소기업중심 경제구조를 통해 성장을 끌어내겠다는 포부다. 그러기 위해선, 후루룩 타오르다 금세 식어 버리는 양은 냄비 정책이 아닌, 그 열기를 오래 머금고 갈 수 있는 가마솥 전략이 필요하다. /김혜영기자 jjss123456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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