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의 정치워치] 경제대국 일본의 노선 투쟁
1950년, 한국에서 전쟁이 벌어졌다. 강대국들은 이 작은 반도에서의 전쟁에
휘말렸고, 이 전쟁으로 일본은 막대한 돈을 벌었다. 당시
미국이 한국전쟁에 개입하면서 일본을 전진기지로 삼았기 때문이다. 한반도는 피를 흘리고 일본은 돈을 벌어들인
이 과정을 일본에서는 조선전쟁특수(朝鮮戦争特需)라 불렀다. 폐허가 된 땅 일본이 세계 경제 2위의 대국으로 부활하게 된 계기 중 하나가 한국전쟁이었다는 사실은 한국인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한국전쟁
이후 본격적인 성장노선을 탄 일본은 1964년1월 IMF에 가입하였고, 4월18일에는
아시아 최초의 OECD가맹국이 되었다. 1964년 10월1일에는 신칸센이 완공되었고,
같은 해 10월10일에는 도쿄올림픽을 개최했다. 1968년에는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이 영국, 서독, 프랑스 등 유럽 선진국들을 제치고, 미국에 이은 세계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였다.
경제성장이
한창이던 1972년,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栄)는 54세의 나이로 총리에
오른다. 1972년 6월 출간된 그의 저서 일본열도개조계획(日本列島改造計画)에서 그가
제시한 정책비전은 고도성장의 과실을 어떻게 분배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의 결과였다. 그는 내수 확대를
통해 성장을 지속하고자 (1) 공장을 대도시로부터 지방내륙형 공업도시로 이전 (2) 중화학공업의 성장을 도모 (3) 대도시, 내륙 공업도시, 거대 산업기지 등을 연결하는 고속도로, 신칸센, 석유 파이프라인을 건설할 계획을
내 걸었다. 대도시에 집중된 경제성장의 과실을 지방으로 분산함으로써 내수 확대를 꾀하겠다는 성장 전략이면서 도시와 지방
사이의 격차를 해소하고 고도성장의 과실을 맛보지 못한 저소득층을 끌어안는 정치적 전략이었다.
지방에 도로를
비롯한 대규모 건설사업을 추진하고 적극적인 보조금 정책을 전개하면서 다나카가 이끈 보수정당 자민당은 사회민주주의 경제정책을 충실히 추진한다. 다나카 이후 자민당 정치는 일본 내 지역 간 공간적 평등을 유지하면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방향으로 수렴되었다. 보수정당 자민당은 따뜻한 일본형 사회민주주의를 오랜 기간 유지했다. 지속적으로
세수는 늘어나면서 사회의 모든 요구를 정책으로 반영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90년대의 경제불황으로 세수가 줄어들자 자민당은 더 이상 사민주의 정책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다.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에 허덕이던 2001년, 일본
총리에 오른 인물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였다. 그는 구조개혁을 주장했다. 계층적 평등과 공간적 평등을 유지해 오던 자민당 정치를 비판하며 (1) 부실
기업의 불량 채권 처리 (2) 공기업 민영화와 규제 개혁 (3) 공공사업
삭감 등 재정구조개혁을 추진했다. 비효율에서 효율로, 전후
일본정치의 방향성을 뒤집어 놓았던 것이다. 국가부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사회의 모든 요구를 자민당이
대응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도로 예산 삭감,
공공사업비 삭감, 사회보장비 삭감을 통해 작은 정부의 실현을 노렸다.
“보수를 원한다면 혁신이 필요하다.”는 고이즈미의 주장은 공공사업으로 대표되는 예산 낭비, 관료 지배, 정치부패, 재정 적자 누적이라는 자민당 장기정권의 피로감과 폐해를
꿰뚫는 통찰이었다. 일본이 경제 불황을 겪고 있다는 사실에 당당히 맞서면서 이를 극복할 정책적 대안으로
기존의 자민당을 변화시키는 데에 성공한다.
좌파정책에서
우파정책으로, 여야간의 정권교체가 아닌, 자민당 내부의 정치과정
속에서 정책 전환이 이루어진다. 이것이 자민당의 정치과정이다.
김동환 박사 / kdhwan8070@naver.com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정책과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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