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의 정치워치] 일본식 경영의 붕괴

오피니언 입력 2019-11-19 09:28:32 수정 2019-11-19 09:28:32 뉴스룸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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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기 기업의 인사전략

김동환 박사 /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정책과학

토요타 아키오(豊田章男) 토요타 자동차 사장은 지난 5종신고용은 유지하기 어렵다고 밝히며 일본형 고용의 수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토요타 이외에도 조기퇴직을 실시하거나 우수한 대졸 신입사원에게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 등 과거의 틀을 벗어난 대응을 보이는 기업이 늘고 있다. 종신고용과 연공서열을 기본으로 하는 일본형 고용은 본격적인 해체 단계에 접어든 듯 하다. 토요타는 지금까지도 IT강화 등을 목적으로 중도채용(中途採用, 경력직 임시 채용)을 적극적으로 실시해 왔으나 중도채용의 비율을 50%까지 인상할 방침을 확정했으며 혼다와 닛산 등 경쟁회사들도 중도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기업의 인원관리에도 새로운 움직임이 보여지고 있다. 중장년 사원을 대상으로 조기퇴직을 권유하는 것도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지금까지의 인원감축은 실적이 악화된 기업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기린홀딩스는 2018년 과거 최고수익을 달성했는데도 불구하고 대규모 조기퇴직을 실시한 바 있다. 사원의 처우에도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대부분의 일본기업은 연공서열을 고집스럽게 지켜왔으나 NTT데이터가 최고 3000만엔(한화 약 33000만원)의 고액연봉제도를 도입했으며 NEC가 대졸 신입사원에 1000만엔(한화 약 11000만원) 이상의 연봉을 지급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정하는 등 능력이 높은 사원을 우대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일본의 고용제도는 대졸신입 일괄채용, 연공서열, 종신고용이 중심이다. 그러나 기업들이 고용제도에 손을 댔다는 것은 최종적으로 일본형 고용제도의 해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본형 고용은 고도 성장기에 적합한 제도였으나 버블경제 붕괴 후에도 일본기업은 일본형 고용을 중심으로 한 인사전략을 유지해 왔다. 그 결과, 일본기업은 과잉 고용 상태에 빠지게 되고 일손 부족과 과잉인원이 동시에 발생하는 기묘한 상황에 빠져 버렸다. 외식이나 소매업 등 청년층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업계에서는 심각한 일손부족이 계속되는 반면, 일본기업의 내부에는 400만 명이나 되는 사내 실업자(비즈니스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사원에게 요구되는 새로운 능력에 대응하지 못하는 인원)가 발생하였다. 이는 일본 전 정사원의 11%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일본기업 전체 매출액은 과거 10년동안 거의 늘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기업은 종업원의 수를 4%나 늘려 왔다. 신규사업 등으로 채용을 확대하지만 과잉 채용한 인재를 외부로 방출할 수 없게 되면서 총 인건비만 늘어나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정부는 70세까지의 고용연장을 기업에게 요구하고 있으나 이럴 경우 총 인건비는 더욱 늘어나게 된다. 이를 억제하고자 한다면, 젊은 사원의 연봉을 인하할 필요가 있으나 청년층 임금을 더 이상 낮추게 되면 기업은 우수한 인재를 확보할 수 없게 된다. 대부분의 기업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임금을 줘야 하며 산업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사원에 대해서는 조기퇴직을 권유할 수 밖에 없다. 대졸일괄채용, 연공서열, 종신고용을 기초로 하는 일본형 고용을 일본기업들은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 일본식 경영은 붕괴되었다.

김동환 박사 / kdhwan8070@naver.com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정책과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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